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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새 논란’을 보면서
‘시조새 논란’을 보면서
  • 허민 전남대·지구환경과학부
  • 승인 2012.07.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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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2011년 7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실렸다.‘ 시조새’가 새의 조상이 아니라 깃털 달린‘공룡’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였다. 시조새와 깃털공룡을 연구해 온 수싱 중국학술원 척추고생물고인류연구소 박사가 중국 라이오닝에서 새로 발굴한 깃털공룡 화석을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샤오팅기아(Xiaotingia)’라는 이름의 깃털공룡은 공룡과 새의 진화 이론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였다. 샤오팅기아 깃털공룡은 닭보다 작은 소형 공룡으로, 언뜻 봐서는 이전에 발견된 깃털을 가진 수많은 수각류 육식공룡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조새와‘사촌’지간인 이 샤오팅기아는 두개골의 모양이나 눈구멍(안와)의 모양과 크기, 비공의 위치, 치골의 형태와 방향, 어깨뼈의 길이, 발가락의 모양과 상대적 길이 등 형태학적, 해부학적 특징이 조류보다는 공룡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따른다면 샤오팅기아가 속한 상위 분류군인‘시조새류(아르카에오프테리스류,Archaeopterygydae)’역시 소형 육식공룡인 데이노니코사우르류로‘소속’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150년이라는 세월 동안‘새의 조상’으로 불리던‘시조새(아르카에오프테릭스,Archaeopteryx)’가 원시조류가 아닌 깃털공룡의 일종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Lee and Worthy>(2012)는 이 논문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자신의 방법에 의해 시조새는 가장 원시적인 조류임을 주장하는 반박 논문을 <Biology Letters>에 게재했다. 이러한 학계의 논쟁이 촉발된 것은 조류만의 유일한 특징으로 여겨졌던 깃털이 최근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수각류 공룡들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깃털의 존재 유무만으로 조류를 정의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번 논쟁은 조류에 대한 정의에 있어서 깃털 이외에 어떠한 골격학적 특징을 더 중점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조새의 진화상의 위치를 정의하기 위한, 지극히 일반적이고 과학적인 논쟁의 과정일 뿐이며, 조류의 기원과 진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쟁이 아님을 밝힌다.

시조새 발견 이후 이어진 수백 년간의 논쟁은 깃털 공룡에 대한 수백편의 논문들과 함께 역설적으로 시조새를 포함한 원시조류가 어떻게 공룡으로부터 기원해 현생조류로 진화하였는가를 지시하는 명백한 증거들이다. 또한 최근 발표되는 깃털의 기원에 대한 논문들에서, 깃털은 현생 조류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닌, 깃털과 동일한 케라틴이라는 성분이 파충류 비늘로부터 다양한 형태적 변이를 통해 비행형 깃털로 진화하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진화 과정을 지시하는 다양한 단계의 원시깃털들이 공룡화석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진실이며 실증의 산물이다. 우리 과학자들 간의 학술적 논쟁은 새로운 과학을 위한 하나의 발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논쟁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과학적 이론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누려 온‘시조새’의 위치가 언제든지 바뀌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야기된 시조새의 논란은 비과학적이고 종교적인 편향에서 출발한다. 소위‘교진추’라는 단체가 제기한 시조새에 관한 교과서 수정 내지 삭제 요구는 현생 조류의 조상인 시조새가 이제는 새가 아닌 공룡이기 때문에 이 내용을 삭제해야 한다는 제기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 공룡에서 조류의 유일무일(?)한‘중간 종’인 시조새가 이제는 새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진화론 이론은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는 앞에서 주지하다시피 시조새만 진화 계통의‘유일한 중간 종’이 아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의 모든 생물들은 생물의 기원으로부터 현생 생물 사이의 어느 단계에서 조상으로부터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멸종한‘중간 종’들이다. 모든 생물들은 그 조상이 있으며 각 종이 일시에 개별적으로 창조돼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분명 아니기 때문이다.

이 청원의 또 다른 문제점은 마치 시조새의 진화적 증거에 대해‘학자들이 부정한 것처럼 호도’하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은 학계의 당연한 논쟁과정을 마치 학계 내부에서조차 진화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는 검증과 논박에 의한 과학적 지식체계의 발전 과정조차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주장은 시조새에 대한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했으며 그들의 억지 주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수많은 과학적 증거와 연구결과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오히려 학계에서 공인받지 못하는 소수 의견을 주류 의견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우리들은 처음에는 이러한 논쟁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청원 내용은 해당 과학자 사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주장과 자료들이 편향적으로 인용돼 있고, 의도적 왜곡이나 무지로 인한 오해로 인해 그나마 언급된 과학적 자료들에 대한 해석도 오염돼 있으며, 논점을 이탈한 주장들도 많아서, 학문적인 면에서는 관련 과학단체가 응대해 줄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교과부에서는 이들의 요구를 그들의 주장 그대로 받아들여버렸고, 한 술 더 떠서 관련 학계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하나도 들어보지 않고 출판사에 수정 내지는 삭제를 지시한 지극히 편향적인 태도 때문에 우리의 의견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우리들은 150년 이상 연구되고 실증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진화론 이론이 진화론의 그 자체의 가치를 넘어 마치‘진화’와‘창조’로 이슈화되는 이분화적인 논쟁의 확산을 경계하고자 한다.

도리어 우리는 진화에 대한 과학적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새의 진화’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에 기술해 학생들이 진화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더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진화의 사실을 습득하도록 요구하고자 한다. 더 이상 한국 사람들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허민 전남대·지구환경과학부
필자는 고려대에서 박사를 했다. 현재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 한국고생물학회 회장이며 저서로는『티라노사우르스』등이 있고 90여 편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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