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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을 이룩한 볼로그와 노벨평화상
녹색혁명을 이룩한 볼로그와 노벨평화상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 생명과학과
  • 승인 2012.07.1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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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식량은 인류의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이다. 많은 전통적인 육종가들의 노력과 유전공학의 출현으로 전세계적인 식량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나 국부적으로는 아직도 기아에 시달리는 곳이 많다. 최근 들어서는 먹거리 외에 바이오 연료로서의 기능이 추가돼 가난한 나라에서는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일부 국가에서는 바이오연료로 사용하는 아이러니도 생기고 있다.
인류를 기아로부터 구한 걸세출의 인물이 볼로그(Borlaug, N.E)이다. 볼로그는 농학자이자 인도주의자이며 노벨상 수상자로서 녹색혁명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그는 1914년에 미국에서 태어나 전 세계를 다니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곡물인 밀의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한 평생을 헌신했다.


볼로그는 1942년에 미네소타 대학에서 식물병리학과 유전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44년에 록펠러 재단의 후원으로 빈곤에 시달리는 멕시코로 들어가 그곳에서 전세계에 있는 수천 종의 밀을 이용해 수확량을 늘리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새로운 형질을 탐색한 끝에 ‘앉은뱅이 유전자’를 가진 밀 품종을 발견했다. 볼로그는 이 밀을 다수확 밀과 교배해 줄기가 튼튼하고 낱알이 많이 열리는 ‘소노라’를 개발했다. 이 ‘앉은뱅이 유전자’는 190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가 ‘농림 10호’로 개량된 우리나라 토종밀인 ‘앉은뱅이 밀’이 가지고 있던 유전자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앉은뱅이 밀’이 없었다면 인류를 기아로부터 구한 ‘소노라’도 없었을 것이다.


1956년까지 ‘소노라’ 변종들은 멕시코의 밀 생산량을 두 배로 증가시켰다. 1963년에는 멕시코에서 재배되는 밀의 95%가 ‘소노라’ 계통이었으며 밀 수입국이던 멕시코는 이때부터 밀 수출국이 됐다. 또한 파키스탄과 인도로 보급된 ‘소노라’ 덕분에 1965년에서 1970년 사이 이 지역의 밀 생산량은 두 배 이상 증가할 수 있었다.


1968년에 미국의 국제개발위원회 책임자인 윌리엄 고드는 볼로그의 업적을 '녹색혁명'이라 불렀다. 휴스턴 대학의 경제학자인 토마스 그레고리는 “녹색혁명의 핵심은 곡물혁명이며 볼로그의 밀은 전세계 칼로리의 약 23%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볼로그가 육종한 ‘소노라’는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을 기근으로부터 구제했다. 이렇듯 식량증산으로 인류에 공헌한 공로로 볼로그는 노벨 과학상이 아닌 노벨 평화상을 수여 받았다. 그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식량은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의 도덕적 권리”라 말했다. 그가 가진 과학기술은 사람들의 배고프지 않을 기본 권리를 충족시켜 주었다.


이후 분자생물학의 발달에 따라 육종가들은 품종 개량에 유전자를 직접 이용하게 됐다. 이것이 유전공학으로 필요한 유전자를 DNA 수준에서 조합해 원하는 특성을 가진 유전자 변형 생물체(GMO)를 만들 수 있게 길을 열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많은 곡물에 해충 저항성 유전자를 도입해 생산에 이용하고 있으며 축산분야에서는 품종 개량에 유전자 재조합 기법이 사용되어 왔고 최근에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목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볼로그는 경작 가능한 토지의 고갈로 인해 GMO가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편이라고 주장했다. GMO는 본질적으로 위험하지 않다. 왜냐하면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식물과 동물을 유전적으로 변형시켜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것을 과학이라 부르기 전부터 사람들은 최상의 품종을 선택해왔으며 이것이 인위선택이다. 세계적으로 식량 공급을 증가시키는 일 외에도 볼로그는 식량 부족을 막기 위해서 인구성장률을 감소시키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인구 괴물’의 크기와 위협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곡물의 유전적 변형은 마법이 아니다. 유전적 변형은 자연의 힘에 점진적인 재갈을 물려 인류를 먹여 살리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분자 수준에서 식물 유전공학은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게놈으로의 의미있는 과학 여행이다. 유전공학은 전통적 육종의 대체수단이 아니라 연관 분류군으로부터 유용 유전자를 탐색해 이들 유전자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곡물에 도입해 유용한 작물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들 형질전환 작물로부터 얻어진 식품을 섭취했을 때 인간의 건강 또는 환경에 해를 끼친다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물론 위험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과학적 진보는 항상 의도하지 않은 산출물이 출현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많은 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하는 그의 영농 방법을 비난하는 환경론자들에게 볼로그는 이렇게 반응했다. “서구의 환경론에 입각한 로비스트들의 일부는 지구의 소금 같은 존재이나 그들 중 다수는 엘리트주의자들이다. 그들은 굶주림의 육체적 고통을 경험한 적이 없다. 그들은 워싱턴이나 브뤼셀의 안락한 소파에 앉아 로비를 행한다. 그들이 저개발 국가의 참상 속에서 내가 60년 동안 살아온 것처럼 한달 만 살아본다면 그들은 바로 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고 관개시설을 구축할 것이며 환상적인 엘리트주의자의 미몽으로부터 깨어날 것이다.” 볼로그의 삶과 성취는 한 인간의 비범한 지적 능력과 집념 그리고 과학적 비전이 인류의 평화와 진보에 엄청난 공헌을 한다는 직접적 증언이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 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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