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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성공학 이야기
나의 감성공학 이야기
  • 황민철 상명대·미디어학과
  • 승인 2012.07.09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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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감성공학과 인연을 맺은 지 어언 18년 정도가 됐다. 의공학을 전공한 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감성공학 기술개발 연구과제가 시작된 1994년에 들어갔고 운명적으로이 연구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연구 테마는 1998년 상명대로 옮긴 후 지금까지 수행했고 앞으로도 계속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당시 용어조차도 새로울 정도로 생소하고 황당하기까지 하였다. 국가지원 연구 사업이 아니었다면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연구를 하겠다고 제안을 했지만 말이다. 당시 공학적 사고에서는 인문학적 융합은 사치 아니면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2000년 초에 연구 지원 사업이 중단되면서 그들이 생각이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이후 고집스럽게 연구비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대학에서 대학원 논문지도를 하면서 감성공학 연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10년경 미국에서 애플사의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이 나타나면서 감성적인 제품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젠 산업의 이슈가 감성이 구매의 열쇠라는 공감대 형성까지 이뤄졌다. 덕분에 감성공학을 꾸준히 연구한 나는 연구과제 수행을 좀 더 대규모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에 연구하면서 아쉬웠던 내용에 대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10년 이상이 지나야 얻을 수 있는 교훈이었다. 자신의 노력과 신념은 10년 정도는 지나야 공헌하고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제자들에게 말한다. 마음을 정했다면 10년 동안 침묵하고 집중하라. 반드시 너의 역할의 날이 올 것이다.

요즈음 뇌와 감성에 빠져있다. 감성 반응은 뇌의 정보처리에 의해 나타나고 몸의 반사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국내외적으로 감성과학자들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과 기계에 감성 지능을 넣으려고 한다. 즉 사물이나 기계가 사용자의 감성을 읽고 적절하게 반응하도록 해,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느낌을 서비스하는 감동적인 제품이나 기계를 만들려고 한다. 아날로그적 신경반응을 디지털 수치로 바꾸어 기계에 넣는다. 한정적이긴 하지만 표정도 짓고 반응도 하는 감성기계가 인간과 감성을 서로 나누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가전기기, 가구, 창문, 자동차, 핸드폰 등이 사람처럼 감성을 주고받을 것이다. 어쩌면 로봇이 인간과 사랑을 하게 된다는 공상영화가 가능할 지도 모른다. 18년 동안 쌓아온 기술을 숙성시켜 이러한 기술적 완성을 추구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즐거운 도전이다.

나는 분명히 미래의 산업에 기반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기술 개발의 지속적 수행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세대를 거쳐서 같은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느리지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리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 인력양성은 필수적이다. 감성공학의 전문 인력양성을 위해 국내 최초로 감성공학 석박사 과정을 만들었다. 평소 연구를 하면서 느꼈던 감성공학 기술 완성을 위해 배워야 할 내용을 커리큘럼으로 구성했다. 심리학, 디자인학, 공학의 균형적 지식 탐구와 팀 프로젝트 중심의 실험적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기업에서는 감성공학이라는 분야로 인력을 모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업의 전문인력 구조상 모자이크식으로 비어있는 몇몇 자리는 융합 인력이 취업을 하고 있다. 2번째 석사 졸업생을 배출해 보니 가전회사 ux 디자인, 광고 미디어, 소프트웨어 개발, 컴퓨터 분야, 의료분야, 자동차분야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업 구조가 융합으로 변화하면서 융합형 인재를 요구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연구와 교육은 그렇게 서로 호의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반드시 균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문이나 기술의 발전은 당대에서 이뤄지지 않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뒤이어 같은 방향으로 뛸 수 있는 사람이 준비돼 있어야 하며 기술이란 바통을 넘겨줄 과감한 결단을 하기 위해 오늘 나를 훈련한다. 어느덧 세월이 많이 흘러 나이를 느끼기 시작한다. 학문은 길다. 나는 얼마나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적어도 그날이 오기까지 반복적이고 건조하지만 뜻 깊은 나날을 보내고 싶다.

 

황민철 상명대·미디어학과

미국 조지아대에서 의공학으로 박사를 했다. 현재 한국감성과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시 촉각 지연이 실감도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한 100여편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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