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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년 미국·공동투자 독일·연금대체 일본 … 한국은?
무정년 미국·공동투자 독일·연금대체 일본 … 한국은?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7.05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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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 정년과 노년 ④ 외국의 정년교수 활용 사례

“은퇴하고도 연구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에겐 연구공간을 줬으면 해요. 집에서도 얼마든지 연구할 수 있지만, 지식인들이 서로 협동하면서 자극을 줘야 경쟁하면서 잘 되는 건데… 학문연구나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노후생활을 멋지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한 지역대에서 정년퇴임한 ㅁ교수는 대학에서 연구공간을 마련해 준다면 크든 작든 월세라도 내겠다고 말했다. ㅁ교수는 그러나 ‘정년을 하면 학교와 연을 끊어야 최소한 욕먹지 않는다’는 한국대학의 불문율을 잘 알고 있었다. ㅁ교수는 “후배교수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까봐 선뜻 연락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정, ‘공동투자 혹은 자기 연금으로’

최근 들어 정년퇴임 교수들이 접근할 만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대부분 과학기술 부문에 한정돼 있다. 이마저도 교육·연구업적 심사가 까다로워 일부 교수들만 해당된다. 특히 ㅁ교수 같은 인문·사회계 퇴직교수들은 ‘자리’를 얻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들은 저술·강연·사업·여행 등으로 노후를 그야말로 ‘보내고’ 있다. 해외대학은 정년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교육·연구환경이 서로 다르지만 미국, 일본, 독일의 사례는 시사적이다.

“연구중심의 상위 150위권 대학의 경우 ‘교수 정년’이 없어진 지 오래다. 능력 있는 교수들은 80~90세까지 강의하고 연구한다. 미국 고유의 테뉴어 제도로 인해 상당수가 부교수로 은퇴한다. 60세에 부교수로 승진하는 교수도 종종 있을 정도다. 교수의 은퇴 시기는 ‘신통치 못한’ 주위의 평가가 있을 때 스스로 결정한다.”

20년간 미국 미시건공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지낸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의 말이다. 미국의 대학은 정교수를 비롯 대학연구소의 연구자들까지 법적 정년을 설정하지 않는다. 공헌도로 평가하고 퇴직을 자율로 결정한다.

‘에머리터스 프로페서(emeritus professor, 명예교수제)’는 은퇴한 교수들을 대학에서 재임용하는 대표적인 방편이다. 미국의 주립·사립대에서 시행하고 있는 명예교수제는 10년~25년 대학에 재직한 교수 중 교육·연구·행정 부문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내·외부 교수에게 부여한다. 한국대학의 ‘명예교수제도’는 사실상 명예직에 불과한 반면 미국대학은 연구공간(사무실)을 제공해 주고 캠퍼스 내 세미나나 각종 위원회 등 학술활동에도 참여한다.

이밖에도 초등학교 과학실험 과정에 참여(교육 지원)하고, 교사들에게 과학교육 교수법을 컨설팅하는 ‘REP 프로그램’, 중등학교 과학기술 교육을 돕는 ‘RESED 프로그램’ 등을 1980년대 후반부터 시행하고 있다. 예산은 미국 과학재단(NSF) 등이 기부의 방식으로 운영한다.

한국과 정년제도가 유사한 독일은 공동투자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대표적이다. 바이에른 주정부·지멘스 재단·막스플랑크협회가 공동투자하고 있다. 이 덕택에 정년 후 5년 이상을 뮌헨대 교수 겸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 자리를 이어갈 수 있다.

지난 2006년 ‘고용확보조치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킨 일본은 산업계 전반에 65세 정년연장 의무화를 골자로 한 퇴직 후 연장근무, 파트타임 재취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대학교수의 타대학 재취업 방식은 독특하다.

일단 퇴임교수의 연금(월 기준)을 해당대학에 납부한 후 교수의 ‘몸값’에서 한 달 치 연금을 뺀 차익을 월급으로 받아간다. 예컨대 매월 300만원의 연금을 받는 정년퇴임한 A교수의 몸값이 500만원이라면, 300만원을 해당대학에 납부하면 대학은 차익, 즉 200만원을 A교수에게 월급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이들 교수들은 대체로 강의를 맡는다. 대학은 재정개선 방안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학문 기틀잡기 “정년교수 활용해야”

그간 한국대학이 ‘65세 퇴직’이라는 엄격한 정년제도를 고수해온 배경에는 서구의 신지식 도입을 촉진코자 했던 의도가 있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들의 정년이 가까워 오면서 “한국 대학의 정년제도의 손질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일종의 전환기적 제도 개선 요구다.

지난 2010년 「우수원로연구자지원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연구」의 책임을 맡았던 조남재 한양대 교수(경영학부)는 “서구 학문 연구 및 평가 제도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고, 대학 간 경쟁, 테뉴어 제도·연봉제 도입, 교수평가제도 확충 등이 대학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며 “유용성 높은 원로 지식인들의 역량이 제도에 의해 폐기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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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ㄱㄱ 2012-09-24 00:38:59
90% 이상 명예교수를 하는 한국 현실. 나이 들면 누군가가 떠받들어 줘야 하는 한국. 이런게 변하지 않으면 요원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