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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재단에 기회 또 준다고? 대학이 구멍가게냐”
“비리재단에 기회 또 준다고? 대학이 구멍가게냐”
  • 글·사진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7.05 10: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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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구재단 복귀’ 급물살 … 종전이사·학내 구성원 4:2

인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오세빈, 이하 사분위)의 ‘조정’은 다시 한 번 방학 직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로써 다음 달 이해당사자 의견청취 과정을 남겨두고 있는 덕성여대를 제외하면 경기대는 사실상 이번 정권의 마지막 사분위 조정대학이 될 전망이다. 사분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경기대의 정이사 문제를 매듭지었다. 종전이사측인 손종국 전 총장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평이다.

정이사 선임비율을 종전이사측 4명, 학내 구성원측 2명, 관할청 측 1명으로 하되 종전이사 측 1명은 임시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각 2배수로 추천을 받는다. 사분위 관계자는 “학내 정상화 운영 비율이 4:2:1로, 중도의 입장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교수·학생 등 구성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경기대에서 만난 한 교수는 “관할청 측(교과부 추천) 1명이 종전이사측(4명)의 의견을 따라가면 5:2”라며 “사분위의 결정은 누가 봐도 구재단의 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대 총학생회 K’able도 “5~6월 4차례 열린 학내 이해관계인 회의의 회의록을 파기해야 한다. 또 이를 토대로 열린 사분위 회의에서 ‘구재단 복귀’를 결정했다. 인정할 수 없는 결과다. 종전 이사 단 1인조차 학내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수위 높은 싸움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분위는 4자 이해관계인 회의를 통해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총장, 교수회장, 종전이사, 경발위’를 회의에 참석시켰다. 경발위는 경기대 발전위원회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조직으로 종전이사 쪽 측근 교수가 만든 단체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4차 회의는 총학생회의 저지로 열리지 못했고, 5차 회의는 총장과 교수회장이 참가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됐다.

“대학이 무슨 구멍가게냐. 기회를 몇 번을 주느냐. 일부 사분위원은 ‘비리재단이지만 기회를 한 번은 더 줘야하지 않느냐’라고 했다는데, 손씨 일가는 2대째 부정·비리를 저질렀다. 삼진 아웃제도라도 있는 것이냐.” 연구실에서 물품을 정리하던 ㅊ교수는 날을 세웠다.

손 전 총장은 1998년~2004년 경기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교비 52억원을 가지급금 형식으로 인출해 제주도에 토지와 골프장 회원권을 매입한 혐의와 교수 임용 과정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04년 구속기소됐다.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최근엔 경기대 축구부 감독 채용과 선수 선발 등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교수들이 손 전 총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설립자로서 정통성이 없고, 과거 20년간 저지른 비리가 상당하며, 재정적 투자계획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이운형 경기대 교수회장(철학)은 손 전 총장의 방만한 대학경영을 지적했다.

“재정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학을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컨대 손 총장 시절에는 총장 등 주요 보직자 업무추진비로 매년 약 11억원이 쓰였다. 손 총장이 대학을 떠나고 보니 (지난 8년 동안) 연간 1억 2~3천만원이면 충분하더라. 그간 건물 신축 등 예산집행과정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만들어 놨다. 손 전 총장은 해외출장을 가면 1등급 비행기와 최고급 숙소를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교비를 유용하고 횡령한 전적이 있다. 학교를 어떻게 운영하겠는가.”

교수회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교과부와 사분위가 추천하는 이사의 면면을 지켜보고 대응책을 내놓기로 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임시이사 추천은 지난달 29일로 마감됐다. 이달 12일이면 정이사가 결정된다.

경기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구내식당 건물에 보행 안내 스티커를 붙여놨다. ‘내려오면 안된다’는 문구가 경기대 정상화 문제와 묘하게 겹친다. 

·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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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ㄷㅅ 2012-07-08 22:34:54
이미 비리를 수도없이 저지른 도둑들을 학교에 다시 들이는 이 구재단 복귀계획은

사학분쟁을 조장하는 행위입니다

본래의 설립취지를 되찾기 바라며 불가능하다면 사분위를 폐지해야합니다

경기대학생 2012-07-06 12:56:47
이런 기사들이 많이 나와야 사람들이 더 많이 알 수 있을텐데요.. ! 감사합니다 기자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