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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넘어선 아시아만의 도시이론 나와야죠”
“서구 넘어선 아시아만의 도시이론 나와야죠”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6.25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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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이성백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장

이성백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장
“기존의 도시 연구는 흔히 이야기하는 도시공학이다. 건물 잘 짓고 길 잘 내면 된다. 성장과 경제의 도시가 아니라 인간의 도시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인문학이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에 중요한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성백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장(55세, 철학·사진)이 ‘도시와 인문학’을 붙잡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서울시립대 개교 8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도시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처음 시도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2007년 인문한국(HK)사업의 어젠다인 ‘글로벌폴리스의 인문적 비전’으로 이어졌다.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가 HK사업을 시작하면서 제안한 ‘글로벌폴리스’는 도시연구에서 주류 개념이었던 ‘글로벌시티’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글로벌시티라는 게 신자유주의적 도시화다. 양극화, 개인주의화, 인간관계의 파편화…. 이런 문제들이 나타난다. 신자유주의를 넘어 다시 공동체성이 강화된, 인문적 정신이 가미된 도시의 이념과 모델을 우리가 한 번 제시해 보자는 것이 바로 글로벌 시대의 코스모폴리스, ‘글로벌폴리스’다.”

인문학적 공동체 정신을 가미한 도시 연구는 ‘도시인문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으로 나타났다. 도시인문학이란 용어 자체는 낯설지만 철학이나 문화이론을 끌어다 새로운 도시이론을 만드는 방법론은 이미 있어왔다. 포스트모던 도시이론을 만든 에드워드 소자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에 정통한 학자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기존의 도시 연구에서 연구자들이 수용하고 있던 인문학적 사상들과 이론들을 우리가 좀 더 심화시켜 주게 되면 도시 연구도 더 깊어질 수 있다.”

지난해 5월 펴낸 『현대철학과 사회이론의 공간적 선회』도 그러한 시도의 하나다. 도시연구에서 새로운 흐름을 대표하는 ‘공간적 선회’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동아시아 도시사와 같이 그 동안 국내 학계에서 빈 공간으로 남아있던 새로운 영역들을 개척해 가는 것도 도시인문학연구소의 몫이다. 학부와 대학원에 교양·전공과목도 10여개 만들었다. 이는 도시인문학 분야의 학문후속세대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아시아도시포럼은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가 아시아 도시연구를 주도하는 세계적 거점연구소로 도약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경계초월자와 도시연구’, ‘지구화시대 동아시아 도시연구의 새로운 방향’ 등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구체적 협의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사진 오른쪽). 또한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는 아카이브를 구축해 도시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연구 정보와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사진 왼쪽).

도시인문학의 개척은 이론적 모색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제 도시계획에 참여해 토건도시를 인문도시로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도시과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수주한 ‘고양시 장기발전계획’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도시인문학연구소는 장기발전계획 가운데 육아, 교육, 문화예술 정책, 관광·여가, 평화통일 도시 등의 분야를 맡았다. 기존 도시계획 수립에서는 이런 분야들 역시 도시행정학의 몫이었다.

이런저런 시도들은 새로운 도시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 소장은 “동아시아도시를 동아시아인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동아시아 도시이론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1단계 사업에서 도시에 대해 포괄적으로 연구하면서 도시인문학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2단계에서 동아시아 도시에 포커스를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3월 개최하는 아시아도시포럼은 그 출발점이다.

“동북아시대라는 세계사적 흐름에 맞춰서 도시 연구도 서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발판으로 서구적 도시이론을 넘어서 새로운 도시이론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은 아시아도시포럼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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