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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한국문화 속의 외국문화, 외국문화 속의 한국문화’를 주제로 열릴 ‘제1회 세계 한국학 대회
[풍향계] ‘한국문화 속의 외국문화, 외국문화 속의 한국문화’를 주제로 열릴 ‘제1회 세계 한국학 대회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2.07.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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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9 09:28:00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간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국내외 한국학회들이 주축이 돼, 한국학 논의를 확장할 자리를 마련했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장을병, 이하 정문연)이 유럽한국학회(AKSE), 일본에 있는 국제고려학회(ISKS), 호주·뉴질랜드의 오스트랄아시아한국학회(KSAA), 구소련 연방권의 중앙아시아한국학회(CAAKS)등 해외 한국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1회 세계 한국학 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문화 속의 외국문화, 외국문화 속의 한국문화’를 주제로 열릴 이번 학술대회는 2000년 봄에 초석이 놓였다. 공동 학술 행사의 필요성을 절감한 각 학회의 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것.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해 1년 간 징검다리를 놓고, 비로소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사, 문화, 사상과 종교, 예술과 민속, 언어, 사회와 문화, 정치와 경제, 교육, 북한, 한국학 심포지엄의 총 9개 분야와 8개의 자유 패널로 구성된 이번 한국학 대회는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 1백40여 명이 참여해 1백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조강연으로는 베르너 삿세 유럽한국학회 회장의 ‘한국학의 지평 확대:내적시각에서 세계문화적 시각으로’와 정해창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대학원장의 ‘현대에 있어서 상호성과 세계화:자아와 타자 사이에서’가, 초청강연으로는 타자카와 히테키 일본 오사카 상업대 교수의 ‘한국의 민족경제론과 일본의 비교경제사학’과 김진우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의 ‘타문화의 선구자’가 준비돼 있다.

많은 연구 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분명하다. 영어 주제 ‘타자 끌어안기(Embracing the other)’를 볼 때 의도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단순히 한국문화와 외국문화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각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고 혼용됐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문화와 외국문화의 교류사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초점을 둔다.
또한 한국학은 영어로는 ‘Korean Studies’라는 같은 학명을 쓰지만, 학회와 학자들의 이념적 성향이나 지역에 따라 한국학, 조선학, 고려학, 코리아학 등으로 달리 불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해외에서의 한국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념적 성향이 다른 까닭에 갈등이 야기되기도 했다. 이런 각 학회의 관점을 조율하고자 하는 것도 이번 학술대회의 목적이다. 한국학 내부의 타자를 끌어안는 셈이다.

또한 정문연은 학술대회의 질적 향상을 위해 국제학술대회를 열 경우 주최측에서 제반 경비를 대던 관행을 과감히 깼다. 발표자를 포함한 3백여 명의 참가자 전원에게 등록비를 받았고, 숙박비와 문화답사 참가비 등도 본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길상 정문연 국제협력처장은 “주제가 흥미로웠던 탓인지 3백여 명의 연구자들이 발표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심사를 통해 절반 정도인 1백40여 명의 논문을 받았다”라고 말한다.
발표자 중에는 에드워드 슐츠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센터 소장, 제임스 그레이슨 영국 쉐필드대 교수 등을 비롯한 저명인사도 포함돼 있으나 그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진 한국학 연구자들이 대다수인 점도 눈길을 끈다. 헨리 사브나이에(명지대)의 ‘하멜 이전의 네덜란드와 영국의 통상시도 및 하멜의 조선체류’나 고테스와라 프라사드(인도 마드라스대)의 ‘인도 체나시의 한국영화와 문화 공연단에 대한 수용양태’, 텐 알라(우즈베키스탄 국립대)의 ‘우즈베키스탄으로의 한인 이주:역사적 이정표’ 등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전에는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연구들이 대거 발표된다.

자유패널은 공동 연구 형식으로 지원 받았다. 4∼5명 가량의 학자들이 함께 하나의 주제를 연구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식민지 시대를 분석하기 위해 각 연구자들은 ‘식민지기 필리핀의 토지 법령과 토지소유의 특징:한국과의 비교’, ‘식민지기 대만과 조선의 공업화 비교’, ‘식민지 조선의 고용시스템:식민지 본국 일본과의 비교’ 등의 세부적인 접근을 시도할 예정이다.
한편 정문연은 이번 학술대회에 맞춰 장서각 소장유물 76종 1백26책을 선보이는 특별전을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마련한다. 장서각의 소장유물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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