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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靑春을 위한 영화 콘서트-시네마 톡
열정적인 靑春을 위한 영화 콘서트-시네마 톡
  • 교수신문
  • 승인 2012.06.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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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 네, 저는 어떤 영화를 걸작이라고 할 때는 첫째, 영화 역사의 새로운 콘셉트인가, 새로운 형식 미학을 열었는가를 봅니다. 「복수는 나의 것」이 박찬욱 감독의 걸작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한국 영화 역사의 새로운 미학을 열었다고 보는데요. 감독의 작가주의 인장 아래서 어떠한 진보와 발전을 이뤘나, 또 그것이 그 감독의 최고작이거나 혹은 아주 새로운 진보인가를 보고요. 주제와 내용이 형식과 잘 조화를 이루는가도 봅니다. 형식만 우수한 것은 재롱 잔치죠. 내용만 우수한 것은 진부한 문학작품입니다. 플롯, 이미지, 편집 기타 등등이 독보적이고 독창적인가도 중요하게 봅니다. 새로운 것인가, 처음 본 것인가, 무엇을 따라 했는가도 중요합니다. 무엇을 따라 한 척하지 않았는가도 보고요.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지도 봅니다. 그런 작품이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완벽하냐고 말한다면 전 할 말이 없습니다. 「인셉션」은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네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죠.

이해영: 아, 전 걸작의 기준 같은 걸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일단 제 입장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걸작이냐 수작이냐 평작이냐 하는 기준들은 뭐랄까 좀… 아프게 들려요. 예를 들면 2NE1의 첫 번째 트랙은 미치도록 좋고 두 번째 트랙은 좀 좋고 세 번째트랙은 그냥 그렇고 이런 식의 구분이, 만드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한 컷 한 컷 다 베스트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그게 어떤 사람에게 수작이고, 또 어떤 사람에겐 평작이라고 평가받을 때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거든요. 베스트냐 세컨드 베스트냐가 창작자에게는 사실 고통스러운 부분이어서 심 평론가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식의 기준, 이러이러한 조건에 합당하면 걸작이고 그렇지 않으면 걸작이 아니라는 정확한 구분은 굉장히 아프고 따끔하고 가혹하게 들려요. (……)

이동진: 걸작… 글쎄요. 심영섭 씨는 칼같이 이야기하시는데, 제가 어떤 영화를 걸작이라고 이야기하거나 수작 혹은 패작, 졸작, 평작 이런 말을 쓸 때, 순전히 감정적으로 하거든요. 저는 어떤 영화가 좋으면 수작이라고 써요. 제 나름대로 감정적인 기준을 넘어서서 ‘와 졌다’ 이런 생각이 들면 걸작이라는 표현을 쓰고요. 그럼 어떤 영화를 걸작이라고 할 때 기준이 뭐냐고 하면 저는 부끄럽지만 기준이 없어요. 그것은 평론가로서, 또 한 명의 관객으로서 이성적인 판단인 동시에 감정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같아요. 저에게 걸작 혹은 수작이라는 말은 일종의 수사입니다. 쉽게 말해 걸작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어떤 존경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고요. 반면에 태작이라는 말은 아주 평범한 감독에게는 안 쓰는 것 같아요. 아주 훌륭한 감독인데 그 감독이 평범한 영화를 만들었을 때, 예를 들어「인빅터스」같은 작품을 저는 그냥 평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졸작이란 말은 그야말로 이
작품에 대해서는 여지가 전혀 없다는 거죠.

■ 이 책을 함께 쓴 저자들은 영화평론가, 영화학 교수, 영화음악 진행자 등 다양한 영화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영화를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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