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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으로 여는 수학축제
기부금으로 여는 수학축제
  • 양재현 인하대·수학통계학부
  • 승인 2012.06.14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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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야기 ② 클레이 수학연구소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조그만 도시 캠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약 200 미터 떨어진 곳에 조그만 수학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는 1998년 9월 25일, 보스톤의 사업가 랜던 클레이가 출연한 기부금으로 미국 델라웨어 주에 등록하면서 설립됐다. 이곳은 비영리 사설연구소로 이 사업가의 이름을 따서 ‘클레이 수학연구소(CMI)’로 명명됐다.

클레이는 이톤 밴스 뮤추얼 펀드회사의 회장직 등 주요 직을 두루 역임한 능력있는 사업가다. 자선단체나 대학에 많은 금액을 기부해 보스톤에서는 박애주의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CMI는 1999년 5월 10일, MIT에서 축제분위기에서 개소식을 치렀다. MIT 총장, 아티야, 위튼, 와일즈, 콘느 등의 필즈상 수상자들을 포함해 약 450 여 명의 수학자들과 유명 인사들이 개소식에 참석했다. 페르마 마지막 정리를 해결했던 앤드류 와일즈가 첫 번째 CMI 연구상을 수상했다.

상금 100만 달러 거절한 '괴짜 수학자'

클레이 연구소는 2000년 5월 23~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었던 행사 하나로 신문, 라디오 방송, TV, 잡지 등 여러 매스컴과 인터넷을 통해 하루아침에 전 세계에 알려 졌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중요한 수학문제들 중에서 일곱 문제를 골라서 각 문제의 해결에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상금이 걸린 일곱 문제들은 ‘새 천년 문제’라고 불리고 있으며, 이 일곱 개의 새 천년 문제는 버치-스위너턴-다이어 가설, 하지 가설, 네이비어-스톡스 미분방정식의 매끄러운 해의 존재 문제, P가 NP가 아니다의 문제, 푸앵카레 가설, 양자 양-밀즈 이론의 존재 문제, 리만가설이다.

2008년 일곱 문제 중의 한 문제인 푸앵카레 가설이 완전히 풀렸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이 문제를 푼 러시아 수학자 그레고리 펠레만은 알 수 없는 이유로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거절했다. 심지어는 그는 2006년에 이 업적으로 국제수학연맹에서 수여했던 필즈상까지도 거절했다. 펠레만은 어렸을 때, 1982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제23회 국제수학 올림피아드에서 만점으로 금메달을 받은 괴짜인 천재수학자이다. 이제 남은 여섯 문제가 600만 달러 상금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일곱 개의 새 천년 문제는 약 8개월의 노력 끝에 선정됐다. 1998년 11월 10일, CMI이사회를 구성한 후 3명의 필즈상 수상자인 콘느, 와일즈, 위튼과 하버드대 교수인 아더 자페로 이루어진 자문위원회가 만들어졌다. 1999년 가을부터 자문위원회는 세계 각지에 있는 많은 저명한 수학자들과 우편, 팩스,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접촉했다. 이들에게 21세기에 철저하게 연구돼야 할 중요한 문제를 추천해 달라며 간청하면서 조언도 받았다.

위원회는 수차례 토론과 회의를 거친 끝에 2000년 4월 10일, 일곱 개의 새 천년 문제를 선정하고 각 문제에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회 세계수학자대회 기간 중인 1900년 8월 8일에 위대한 독일수학자 힐베르트가 20세기에 연구돼야 할 문제 23개를 제기했다는 사실에 입각해, 100년이 지난 2000년 5월 23~24일 파리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해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로 결정하면서 CMI의 홍보에 나서게 됐다. 그 결과 CMI는 수백 개의 매스컴과 인터넷을 통해 하루 아침에 전 세계에 알려져 유명해졌다. 그 후로 일곱 개의 새 천년 문제와 괴짜 수학자 펠레만에 관한 저서가 적지 않게 출판돼 CMI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기초과학 육성할 '재벌' 없나 

CMI의 설립 목적은 “수학적 지식을 증대시키고 전파하며 수학자와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을 보다 수준 높게 교육시키는 것이고, 또 수학적 재능이 있는 젊은이를 재정적인 지원을 하며 격려하고 뛰어난 수학 업적과 진보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CMI는 수학적 사고의 아름다움, 내재적 힘과 다면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CMI는 학술대회와 워크숍 개최, 저서 발간, 대중 강연, 하계 집중강연 등의 여러 활동 경비를 매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훌륭한 업적을 낸 수학자들에게 연구상을 수여하고, 유능한 젊은 수학자들에게 연구 장학금의 형태로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게다가 학술대회 논문집과 저서 등의 원고를 홈페이지에 업로드해 누구나 무료로 이 원고들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CMI는 세계 수학계에 큰 공헌을 할 뿐만 아니라 수학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재벌 중의 몇 사람이 CMI와 유사한 사설연구소를 설립해 사회에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양재현 인하대·수학통계학부

캘리포니아대(버클리)에서 박사를 했다. 하버드대, 막스플랑크 수학연구소 등에서 초청교수를 지냈다. 「소수의 아름다움」, 『 20세기 수학자들과의 만남』등 다수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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