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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책 648호
새로나온책 648호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06.12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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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험주의와 주체성, 질 들뢰즈 지음, 한정헌·정유경 옮김, 도서출판 난장, 288쪽, 18,000원
1953년 소르본대학의 한 철학강사가 데이비드 흄에 관한 연구서를 발표했다. 약관의 질 들뢰즈였다. 들뢰즈의 흄 강의는 이미 철학도들 사이에서는 그 독창성 덕택에 ‘놀라움’으로 통했다. 바로 그 강의의 성과가 『경험주의와 주체성』이다. 특히 이 책은 들뢰즈 자신이 이후 펼쳐나갈 모든 사유의 맹아가 응축돼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자신의 첫 저작에 이후의 작업을 모두 담은 철학자로는 흄 이외엔 들뢰즈밖에 없다(28세 이후 흄이 쓴 모든 책도 사실상 『논고』의 해설이다). 실제로 이 책에는 주체성, 차이, 반복, 의미, 상상력, 배치, 계열화 등 들뢰즈의 핵심 개념들이 모두 담겨 있다. 이 개념들에 대한 들뢰즈 자신의 해석·설명은 말년까지 엄격하고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 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 김기태 지음, 나눔의집, 272쪽, 14,000원
<한겨레 21> 기획 연재 ‘생명-빈곤과 죽음의 이중나선’을 새롭게 정리한 책. 기자인 저자는 기획 취재를 위해 한 달 동안 무료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또 아주대 중증외상특성화센터와 국립의료원 응급실에서 밤을 새우면서 곡절 많은 죽음의 사연들을 취재했다. 어릴 적 가난의 그림자는 시간의 문지방을 넘어 노년기에까지 길게 드리워졌다. 암도 가난을 차별했다. 응급실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문턱이 있었다. 가난한 이들은 보이지 않는 건강 불평등의 장벽에 매일 부닥치고 있었다. 저자는 이런 건강 불평등을 추적하고, 다양한 연구들을 참고해 사회의 불평등이 사회 구성원 전반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알아낸다. 불평등이 큰 사회일수록 구성원들의 수명은 짧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국민 건강의 핵심은 더 잘사는 것이 아니라,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한다.

■ 보이지 않는 세계, 이강영 지음, 휴먼사이언스, 368쪽, 18,000원
2011년 제 52회 한국 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저술상을 수상한 이론 물리학자 이강영 박사의 두 번째 책. 현대 물리학은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줬다. 그렇다면 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 존재를 알아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원자, 중성미자, 쿼크, 블랙홀, 암흑 물질, 다른 차원이 바로 그것이다. 독자들은 이들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방법을, 즉 현대 물리학에서 다루고 있는 ‘본다’는 것의 의미가 무한히 확장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 북한 문제와 남남 갈등-기원과 전개, 마인섭·차문석·윤철기 지음, 성균관대출판부, 192쪽, 15,000원
저자들은 한국 사회의 갈등과 균열, 즉 남남 갈등의 원인과 특성을 보다 일반적인 틀 속에서 살피고 있다. 특히 북한과 관련된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균열과 갈등을 야기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나아가 북한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균열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한국 사회에서의 이념적 갈등의 상태와 특성을 분석했으며, 특히 갈등의 대결 축을 형성하는 집단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각 집단들의 사회경제적·정치적 속성은 무엇이고, 여타 다른 정책적 요인과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니컬러스 에반스 지음, 김기혁·호정은 옮김, 글항아리, 500쪽, 23,000원
호주국립대 교수인 저자는 세계 속 언어 다양성의 위기를 단순한 해외 토픽감으로 스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언어에 관한 법칙을 학계의 기계적ㆍ전문적 기술 형태로 설명하는 것에서 벗어나, 세계의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비롯된 우발적인 상황들을 다 감안하며 언어를 둘러싼 문제를 ‘체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수많은 인터뷰와 관련된 참여 관찰 기록들을 통해 몸소 보여준다. 특히 사라지는 언어와 기록의 문제를 매체 문화와도 연결해서 다룬 부분은 흥미롭고 독특하다. 언어 다양성의 위기와 이로 인해 점점 우리 곁을 떠나는 소수 언어를 간직한 마지막 증언자의 죽음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이 탐사 보고서를 통해 전하고 있다.

■ 예루살렘 전기,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지음, 유달승 옮김, 시공사, 964쪽, 38,000원
예루살렘 땅의 모든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예루살렘을 전방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가장 적절하고 명쾌한 해답을 내려준다. 왜냐하면 예루살렘의 역사는 곧 세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행되는 국제 사회의 분쟁과 테러, 갈등과 번민이 거의 모두 예루살렘에서 기인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예루살렘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국제 사회에 대한 올바른 식견으로 이어진다. 예루살렘은 더 이상 성서 속에서만 성스럽게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21세기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그 땅은 여전히 살아 숨 쉬며 말을 거는, 성스럽고도 처절한 도시로 존재한다.

■ 임화문학연구 3, 임화문학연구회 편, 소명출판사, 308쪽, 20,000원
2011년 10월 제4회 임화문학 심포지엄의 발제문들과 최근 발표된 임화 관련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성과들을 담았다. 임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2008년에 발족한 임화문학연구회는 매년 1회씩, 지난해까지 총 4회에 걸쳐 임화문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모두 3권의 책이 간행된 바 있다. 2011년의 임화문학 심포지엄은 임화와 지적ㆍ정서적으로 교류했던 김기진과 박영희, 한설야, 김남천, 안함광 등의 작업과 임화의 글을 교차시켜 바라보는 흥미로운 발표들로 구성됐다.

■ 중국의 법치와 개혁, 조영남 지음, 창비, 300쪽, 25,000원
중국 정치는 민주화되고 있는가. 고도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경제와 정치발전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이 책은 法治 개념을 중심으로 개혁기 중국의 정치개혁을 집중 조명한 연구서다. 1997년 依法治國 방침의 채택으로 본격화한 이 개혁실험의 등장배경과 의미, 구체적인 내용을 부문별로 분석하고 6년에 걸친 중국 현지조사, 면접조사를 통해 그 영향을 다각도로 탐구한다. 또한 유럽식 자유주의·민주주의 정치이론으로 중국식 정치개혁을 재단할 수 없으며, 상식처럼 통용되던 기존 관점들을 넘어선 새로운 이해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의법치국의 실제와 한계를 탐구함으로써 중국 정치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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