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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은퇴 준비
교수들의 은퇴 준비
  • 이인수 한서대·노인복지학과
  • 승인 2012.06.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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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은퇴는 왕성하게 해오던 일을 나이가 들면서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느냐에 따라 은퇴의 시기가 달라진다. 권투선수나 축구선수는 30대 초반이 은퇴연령인 반면 문학가는 죽는 순간이 은퇴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생애 주요 과정이고 교편을 잡는 사람들은 아예 강단에서 사라지는 시기를 기준으로 하자면 60대 후반부터 70세 사이에 은퇴가 이뤄진다.

은퇴를 하는 순간의 의식이나 행사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노후에 은퇴를 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사회 심리적 변화에는 나름대로 일반적이고 보편타당한 규칙과 리듬이 있다. 제1단계는 은퇴준비, 혹은 사전은퇴라고 하며 영어로는 pre-retirement 라고 하는데 실제 은퇴를 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거나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는 유형을 일컫는다.

은퇴의 첫 단계는 사전은퇴로서 원거리 사전은퇴와 근거리 사전은퇴를 말한다. 원거리 사전은퇴는 대략 은퇴 3~5년 전에 나타나는 반응이다. “내가 만약 은퇴를 한다면?”이라는 다소 막연하고 들뜨고 흥분된 상상을 하며 은퇴 후에 할 일에 대해 다소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주위 사람들과 집요하게 의논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대부분은 아주 긍정적이고 희망에 찬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면 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해온 사람이 정년퇴임 몇 년 전 부터 은퇴하면 산간벽지에 가서 농촌 사람들에게 무료로 공부를 가르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농촌에 땅과 집을 마련하고 주말마다 가서 그곳 사람들과 사귀고 또 농사도 조금씩 지어보는경우도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다.

원거리 사전은퇴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시기의 계획이 그대로 실천돼 은퇴 후 십여 년을 정말로 계획한 대로 행하는 사람도 있고, 일시적으로 들뜬 상태에서 조금 시작하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은퇴 후 생활을 상상하며 아주 기대와 희망에 차있는 특성을 보인다. 그 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름대로 규칙적인 스케줄이 정해지고 안정된 정서를 유지하기에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하루하루 어떤 일을 할 지에 대해 ‘예측 가능한’ 일상화의 상태가 된다.

은퇴의 사회적 측면 중 생활패턴에 큰 변화를 주는 요인으로 주거지 이동을 들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집을 관리하고 재산세를 내는 것이 너무 벅차서 연금을 잠식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둘째, 집 그 자체가 큰 자산이 됐으므로 그 큰 자산을 그냥 집으로 묶어두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만약 그 집을 처분한다면 대략 한 달에 얼마정도의 수입이 생길까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다. 이러한 이유들이 주거지 이동의 주된 이유다.

그 다음은 인간관계의 변화인데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는 시기, 즉, 중년에서 노인으로 변화하는 시기 부부생활의 특징은 자식에게는 부모, 노부모(70~80대의 노부모)에게는 자식으로서의 이중적 역할에 의한 고통의 감수와 이러한 고통에 의한 부부관계의 갈등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변화가 오는 은퇴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일은 은퇴 후에 이 사회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일이다. 『젊은 상태로 늙는 것』이라는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할로웰은 정년퇴직후의 노년기를 성공적으로 보내는 열쇠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 시간을 잘 활용해 심리적 만족을 크게 얻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을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정년퇴직하기 몇 년 전부터 퇴직 후에 할 일들에 대해 가급적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지만, 딱 한 가지를 정해놓고 그것을 꼭 하겠다고 오랫동안 생각을 굳히는 것은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할 수 있다. 관련 문헌이나 단체의 조언을 따르는 것도 좋다.  퇴직 후에 할 일은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일이어야 하며 쉽게 습득할 수 있어야 하며, 누구나 장난삼아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어야 한다. 지나치게 열성적으로 해 주위사람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일보다는 조용하고 내실 있는 일을 찾는게 좋다. 체력보다는 지적 능력, 경험, 창의력을 발휘할 일을 찾아 나서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인수 한서대·노인복지학과
필자는 아이오와 주립대에서‘인간발달 및 가족학’으로 박사를 했다. 현재 한국노인복지학회장을 맡고 있다. 『21세기 노인 복지론』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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