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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간 ‘진화론’, 과학적 지식으로 더 공고해져
법정에 간 ‘진화론’, 과학적 지식으로 더 공고해져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6.12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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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진화론’수정, 미국의 사례는?

국내 교과서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3726호)에 따라 국정, 검정, 인정 도서로 분류된다. ‘국정도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주요 교과서가 여기에 속한다. ‘인정도서’는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혹은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인정을 받은 교과용 도서를 말한다.

진화론 삭제와 관련된 사항은 고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융합과학교과에 관련된 내용이다. 총 7개의 출판사에서 발행됐고 학교별로 선택이 가능한 인정도서다. 인정도서의 심의 권한은 교육감에게 부여돼 있다. 인정도서의 80% 이상이 서울시에서 발행된다. 청원이 들어오면 서울시 교육감의 권한으로 연구정보원 주관 하에 심의위원회가 구성된다.

창조론자들의 2건의 청원은 교과부에 민원이 제기됐다는 점이 특이하다. 청원에 따른 행정절차도 교과부에서 진행했다. 집필자의 의견을 묻고 수정을 지시한 것이다. 물론 ‘교진추’라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수업교육정책팀의 정용호 씨는 진화론 과학계의 다소 격앙된 반응에 우려감을 표시하며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근거해서 만드는데, 진화론은 확실히 교육과정에 있다. 집필진이 진화론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달라. 교진추의 지적처럼 진화론에 적절한 사례가 아니라면 다른 사례를 제시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교과부에서 교육과정의 진화론을 어떤 식으로 구현할 것인지 진화론 학자들의 몫을 요구한 셈이다. 그는 주류 진화론자들이 좋은 사례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이런 주문은 현재 진화론 학자들의‘청원무효 성명서’대응책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일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 교육과학기술부, 서울시교육청과 협의를 거쳐‘전문가협의회’를 발족했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이‘신’의 존재를 믿는 나라,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은 단연 미국이 가장 격렬하다. 이는 1925년, 테네시에서 열린 ‘원숭이 재판’에서 본격화됐다. 공립학교 교사들을 주축으로 창조론 이외의 학설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조례가 테네시 주에 발효된 것이다. 존 스콥스 과학교사가 이 법을 어긴 것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 재판을 통해 진화론은 오히려 논리성을 획득했고 미국 전역으로 퍼져갔다. 결과적으로 1960년대 고등학교 교과서에 진화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는 대다수 주가 진화론을 가르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2008년 법정공방 끝에 오테로 판사는 “창조론이 실린 교과서는 학생들로하여금 비판적 사고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에 한다”라며 대학의 예비교재로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교육위원회가 2008년 새로운 커리큘럼을 받아들여 ‘시간의 변화’라는 단어를 ‘진화의 과학적인 이론’이라는말로 대체했다. 켄터키 주는 역시 플로리다 주와 같은 단어로 1999년 대체를 완료했다. 조지아 주에서는 2002년 여섯 명의 학부모가 ‘진화론은 사실이 아니다’는 스티커가 붙은 교과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공립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칠 수 없다고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2006년 콥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생물교과서에“진화론은 학설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생물교과서들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여섯 명의 학부모가 주립교육법을 바꾼 것이다. 오하이오 주는 2002년에 지적설계 지지자들이 지적설계를 생물과목에 포함시켜달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가 2006년 교육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철회했다.

창조론을 가르치는 주도 존재한다. 알라바마는 1996년 진화론 반대입장을 표명한 이래로 지금까지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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