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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읽기]『NGO의 시대』(조효제 편역, 창작과비평사)와 『NGO란 무엇인가』(김동춘 외 지음, 아르케)
[비교읽기]『NGO의 시대』(조효제 편역, 창작과비평사)와 『NGO란 무엇인가』(김동춘 외 지음, 아르케)
  • 교수신문
  • 승인 2000.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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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9 11:21:56
'시민운동론' 한계 넘어 'NGO학'으로

김호기/연세대·사회학

바야흐로 'NGO의 르네상스'라 한다. 흔히 시민(사회)단체, 또는 비정부조직으로 옮겨지고 있는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의 활동이 전지구적으로나 국내에서도 빠르게 증가해 왔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 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을 통해 NGO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크게 신장됐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앙일간지에서도 NGO에 대한 고정지면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NGO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NGO학회 또한 창립되었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부응하듯 올해 NGO에 관한 책들이 상당수 출간되었다. 그 가운데 단연 우리의 관심을 끄는 두 권의 책은 조효제 교수가 엮은 'NGO의 시대'와 김동춘 교수 외 다섯 연구자들이 함께 쓴 'NGO란 무엇인가'이다.

국내외 NGO 논의 다채롭게 소개

그간 출간된 NGO에 대한 여러 책들과 비교해볼 때, 이 두 권의 책은 서로 다른 이유에서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우선 'NGO의 시대'는 NGO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슈들을 다룬 최근의 외국 논의들을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NGO하면 시민단체를, 시민단체하면 시민사회론을 연상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그 동안 우리사회 NGO 연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기왕의 시민사회론이나 서구의 신사회운동 담론과는 다른, 현장감이 풍부한 새로운 논의와 접근들을 제공하고 있다. NGO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물론 활동가들에게 거대 담론보다는 NGO가 직면한 쟁점과 과제들을 다룬 논의들에 관한 갈증이 작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책은 이러한 요구의 상당 부분을 충족시키고 있다.

한편 'NGO란 무엇인가'는 국내에서 출간된 NGO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성공회대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NGO 대학원 과정을 개설한 바 있다. 이 책은 바로 성공회대 NGO 총서 1권으로 기획·출간된 것이다.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민사회와 NGO, NGO의 활동분야와 유형, 글로벌 시민사회와 NGO, 주요국가별 NGO의 현황과 제도, 한국 NGO의 현황과 전망, NGO와 시민교육 등의 주제들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평가하고 있다. 그 동안 NGO에 대한 소개가 산발적으로 이뤄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책은 NGO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와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크게 보아 이 두 책의 관계는 상보적이다. 두 권의 책은 최근 NGO를 둘러싸고 벌어진 국외의 논의와 국내에서의 논의를 각각 담아내고 있는 까닭이다. 'NGO란 무엇인가'의 경우 그 동안 국내에서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담론을 주도해 왔던 조희연, 차명제, 주성수, 김동춘, 김수현, 정태석 교수가 필자로 참여해 NGO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를 담당하고 있다면, 'NGO의 시대'는 국내 필자들의 글도 없진 않으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마이클 월저를 위시한 국외 논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이 두 권은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NGO 입문서의 자매편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상호보완적인 구성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두 권의 책에 실린 여러 글 가운데 평자에게 특히 인상적인 논문은 'NGO의 시대'의 서문격인 조효제 교수의 '참여의 예술, 변혁의 과학'과 'NGO란 무엇인가'의 5장인 조희연 교수의 '한국 시민사회단체(NGO)의 역사, 현황과 전망'이다.

조효제 교수의 글은 서문의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NGO운동의 쟁점과 과제가 세계적인 보편성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다각도로 탐색하고 있으며, 조희연 교수의 글은 지난해 '시민의 신문'의 민간단체 조사를 바탕으로 한국 NGO의 전개과정과 향후 전망을 간명하게 정리하고 있다. 더욱이 이 두 글들은 저자들이 현재 NGO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만큼 생생한 현장감이 녹아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평자가 보기에 이러한 토론과 분석은 그람시와 하버마스의 시민사회론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것이며, 현재 한국 NGO가 당면한 문제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독자적 이론체계 결여한 한국의 NGO학

NGO가 그 동안 우리사회에 담당해 왔던 역할들을 생각해 볼 때 본격적인 NGO학을 모색하려는 이 두 책의 출간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제까지 NGO에 대한 국내 연구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운동의 역할, 시민단체의 활동과 이념적 성향, 그리고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운동론의 시각에서 주로 다루어져 왔다. NGO를 독자적인 연구대상으로 간주하기보다 사회운동의 하위영역으로 접근하려고 했던 기존의 연구 경향은 우리 시민사회단체의 등장과 성장의 역사적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NGO에 대한 독자적인 분석과 탐구를 상대적으로 경시해 왔음을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예컨대 우리사회에서 시민사회, 시민운동, 시민단체 개념이 여전히 혼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기존의 연구들이 갖는 엄밀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로 지목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두 권의 책은 입문서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운동론'에서 'NGO학'으로 나아가는 패러다임 전환을 함축하고 있다.

NGO학은 물론 그것이 출발점에 놓인 만큼 아직 독자적인 연구방법론이나 이론체계를 완결하고 있지 못하다. 현재 NGO가 담당하는 이슈들은 조효제 교수가 지적하듯, 거시적인 정치·경제개혁부터 가족과 섹슈얼리티 등 미시적인 생활세계에 이르기까지 '안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방대한 쟁점들을 포괄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경우 NGO하면 흔히 경실련이나 참여연대를 연상하지만, 이런 '종합적 NGO'는 오히려 소수이며, 지부까지 포함해 2만개가 넘는 크고 작은 '전문적 NGO'들이 다양한 이슈들에 놓고 활동하고 있다. 이런 NGO들을 경험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방법적 착상과 이론적 접근이 요구되며, 따라서 NGO학은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에서의 논의를 활용해 새로운 학제간 방법론과 이론틀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적극 고려돼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NGO학이란 이론과 실천이 매우 긴밀히 결합되어 있는 학문이라는 점이다. NGO의 활동분야와 의제가 나날이 확장되는 것만큼 NGO학은 운동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받고 있으며, NGO운동은 NGO학의 분석 그 자체를 행동의 일부로 포괄하고 있다. 이 점에서 NGO운동과 NGO학은 쉽게 분리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NGO학의 현실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NGO 활동이 주창(advocacy)의 차원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service delivery) 차원으로 확장되어 왔으며, 후자의 그룹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NGO의 이러한 발전경향은 NGO에 관한 거대담론 못지 않게 그들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엄밀한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사회, 시민운동, 시민단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자들에게는 가치판단에 기반한 시민운동론을 포괄하면서도 사실판단에 입각한 NGO학을 새롭게 정초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NGO의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

돌이켜 보면 우리사회에서 NGO는 서구적 상황과는 다소 상이한,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라는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서 성장해 왔다.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한 만큼 조직과 행동수단에있어 내·외부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본다면 우리사회 NGO도 서구사회와 유사한 경향, 즉 민주적 정치질서와 합리적 경제질서 구축을 위한 '비판과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 최근의 활동을 지켜보면 이미 한국의 NGO가 그러한 분기점에 도달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이러한 NGO 활동에서 나타나고 있는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향후 우리의 NGO 연구에서 매우 중대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NGO의 시대'와 'NGO란 무엇인가'는 이런 과제에 부응, 한국적 NGO학을 세우려는 하나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kimhok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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