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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_ 모두에게 고통만 주는 ‘강사법’
교육단상_ 모두에게 고통만 주는 ‘강사법’
  • 한철희 숭실대 교무팀장
  • 승인 2012.06.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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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희 숭실대 교무팀장
제법 긴 시간을 교원 인사와 업적 관리를 담당한 자로서 최근 개정된 고등교육법 제14조의 2 조항을 보면 보통 고민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처음 도입되는 강사 제도에 대해 당황함이 역력하고 대학 현장도 혼돈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학교원 지위 부여 및 임용 공정성 제고, 강사의 신분보장 범위 확대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은 노동 대의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대학 등 관련 당사자들 모두의 고통으로 결과 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당사자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서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유지하며 법 시행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먼저 대학에게만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2009년의 강사 대량 해고처럼 예산확보 없는 처우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둘째로는 강사들을 비정규직화하고 시급제 교원을 양산하게 된다는 점, 셋째로는 실속이 전혀 없는 명분상의 교원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일정기간의 연구강의교수제 또는 국가교수제 등의 실질적 대안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행령에서 인정하는 교원확보율의 정도에 따라 그나마 1년 계약대상으로 임용되지 못하는 강사 인원 규모를 생각해 보면 정말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학은 대학대로 아우성이다. 당장은 엄청난 지원자가 예상되는 공개채용에 따른 인력문제 해결, 엄정한 신규임용 및 재임용 심사기준 설치에 상당한 시간과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재임용 심사 후 탈락하는 강사의 소청심사에서 행정소송까지 예상을 한다면 구체적이고 정교한 심사기준을 설치해야 하는데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는 법령 시기를 고려하면 부족한 시간이 도무지 보통일이 아니다. 긴급 사직자 다발로 인한 행정업무 피로 증상도 누적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행여 학생들의 수업결손이 초래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다.

교과과정 개편 또는 조정은 정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년 이상 계약, 9시간 이상 담당해야 교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2학기 연속 9시간 강의가 가능한 교과과정으로의 구조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학마다 수 년 단위의 일정주기별 교과과정 개편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당장 내년부터 적용할 교과과정을 정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강사와 전임교원과의 담당 교과목 조정 및 전임교원 책임시간 조정에 따른 이해관계를 풀어 가는 문제도 여간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강사 문제를 위해 1인 9시간 강의구조화가 과연 교육의 본질 실현과 부합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퇴직금 지급, 강사인사팀 조직의 필요성 등 재정부담의 문제도 역시 걱정거리다. 반값 등록금 문제로 홍역을 치른 각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위 두 가지 외에도 연구공간 제공과 강사료를 일정 수준으로 개선해야 하는 등 또 다른 지출비용이 분명히 발생하기 때문에 대학의 재정규모에 따라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으로 판단된다.

2013학년도에 임용되는 강사는 친소구조 타파에 따른 첫 임용사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역량이 우수한 강사만이 임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인사담당자로서 기대되는 유일한 사안이다. 그런데 주로 정량적 평가로 임용된 강사가 반드시 교육을 잘하느냐는 문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어떤 분을 잘못 임용하면 학생들은 연간 최대 18시간 정도의 나쁜 강의를 대책 없이 수강할 수밖에 없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역량 있는 비전업 전문가 강사의 임용기회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데 교육효과 측면에서 이 점도 사소한 일이 아님을 감안하면 꼭 기대할 일인가를 반문해 보게 된다.

강사의 생존과 대우의 문제보다는 미래세대를 육성하는 교육자로서 그 분들의 본질적 문제를 고민하고 싶다. 만일 법령 적용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교과부를 포함한 관련 당사자 모두가 불만인 법령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진지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인사는 일단 시행하면 다시 수습하기가 너무 어렵고 반드시 있을 언젠가의 인사 역습이 두렵기 때문이다.


한철희 숭실대 교무팀장
전국대학교 교무행정 관리자 협의회 수석부회장 겸 서울지역회장을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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