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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64 이의 생태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64 이의 생태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2.06.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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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들끓는 게 무서워 사람 몸에 털이 자라기 시작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이(louse) 소리만 들어도 넌덜머리가 난다. 얼마나 모질게 시달리고 질리게 괴롭힘을 당했으면 시작부터 이런 소리를 쏟아내겠는가. 우리 어릴 적엔 벽면엔 빈대가 넘실거리고 방바닥에 벼룩이 날뛰었으며 몸, 머리에는 이가 득실거렸고, 뱃속엔 채독벌레, 회충, 촌충 따위가 마구 우글우글 들끓었으니 안팎으로 기생충의 밥이나 다름없었다. 지질히도 못 살았으나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이는 절지동물의 이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한자로 슬(蝨, ?)이라 부르고 영어로는 louse(복수로 lice)이다. 이는 몸니(body lice)와 머릿니(head lice)로 나누는데 둘은 같은 종에서 환경의 차에 따라 조금 달라진 亞種(subspecies)이다. 유사한 무리들이 새(6종)나 박쥐, 코끼리, 돌고래 따위의 포유류(3종)에도 기생한다. 몸니와 머릿니는 자연 상태에는 짝짓기를 하지 않으나 실험실에서는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비슷한 사면발니(‘사면발이’라고도 부름)는 이 둘과 완전히 다른 종이다.

이는 몸니와 머릿니로 나눠

몸니(Pediculus humanus humanus)는 깨알만 한 것이 납작하고 날개는 없으며, 머리에는 7마디로 된 두 개의 긴 더듬이와 새까만 눈이 있다. 가슴엔 주렁주렁 털 난 다리 3쌍이 있고 그 끝에는 발톱이 있어 옷에 착착 잘 달라붙는다. 암놈이 수놈보다 조금 크고, 암놈이 수놈 몸 위에 올라가 흘레붙어 하얗게 반짝거리는 알을 매 솔기마다 낳는데 찰싸닥 엉겨 붙어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암컷은 평균 1일 10개씩 일생 동안 300개쯤 낳고 6~9일이면 부화하는데, 알 위에 뚜껑(cap) 모양의 것이 있어서 그것을 열어 밀고나오며, 어미 닮은 유충들이 한 달 동안에 3번 탈피해 성체가 된다. 이는 사람 몸에 생긴 角質이나 지방성분도 먹지만 주로 속살의 피를 빨아 한 가득 먹으면 불룩한 배가 발그레 진다.

이는 살색이지만 내복 색깔에 따라 바뀌며 ‘머릿니도 몸에 오면 희여 진다’고 하는 것. 이들은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많이 꾀이고, 물린 자리가 근지러워 빡빡 긁고 나면 상처가 나며, 티푸스 등의 전염병을 옮긴다. 이의 알을 서캐(nit)라 하며, 속담에 샅샅이 뒤져서 하나도 없이 씨를 말린다는 뜻으로 ‘이 잡듯 한다’거나 ‘서캐 훑듯 한다’고 하며, 보통 머릿니는 촘촘한 참빗 살로 긁는다.

‘홀아비 삼년에 이가 서 말’이라고 놈들은 그토록 정갈하지 않으면 더 꼬인다. 그 한겨울에 전쟁을 하다가도 틈만 나면 웃통을 훌러덩 벗어 제치고 이를 잡았다지 않던가. 입으로 내리 속옷솔기를 깨물어 서캐를 툭툭 깨트렸고, 어쩔 수 없으면 쩔쩔 끓는 소죽솥에 통째로 쪘으며, 때론 그릇에 모아 불에 태워 원한의 복수를 했으니 노리착지근한 냄새가 진동한다. 덧붙여서, 이의 DNA를 분석한 결과 약 200만 년 전에 고릴라에서 옮았으며 그 때부터 놈들이 들끓는 것이 무서워 사람 몸에 털이 사라지기 시작했단다.

200만년 전 고릴라에서 옮겨와

머릿니(Pediculus humanus capitis)는 머리에만 살고 다른 영장류들이 잘 하지 않는 행동인 ‘머리 맞대기’를 하므로 옮는다. 디디티 같은 살충제 덕분에 멸종했다 싶었는데 뚱딴지처럼 다시 머릿니가 극성을 부린다. 배는 7마디이고, 처음 6마디에 있는 氣門으로 호흡하며 끝 체절에 생식기와 항문이 있다. 숙주의 피를 빨 때는 혈액응고방지물질인 침(타액)을 집어넣으며, 짙은 흑적색의 똥을 눈다. 짝짓기는 약 10시간 이어지며 어두운 곳을 좋아하여 목(귀)의 뒤쪽에 알(난형으로 8mm)은 많이 낳는데 생식기관에서 끈끈한 풀(glue)성분을 분비해 털을 둘러싸 재깍 굳어 붙는다.

세면발니(Phthirus pubis)는 음부에 주로 살기에 陰蝨이라 하며 속눈썹, 항문 근처의 털에도 산다. 물린 부위가 무척 가려운데 이는 세면발니의 침에 대한 일종의 알레르기반응이다. 알과 성충은 육안으로 보이며, 성체의 모양이 게(crab)를 닮았다하여 ‘crab lice’, 음부에 주로 산다고 하여 ‘pubic lice’라 한다. 대부분은 성적 접촉에서 옮으며 음모에 박힌 놈은 족집게로 뽑거나 가위로 털을 잘라 없앨 수도 있다는데 물파스를 발랐더니 즉효였다는 친구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나저나 몹시 얄밉고 고얀 녀석들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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