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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거듭하는 태평로 구 국회의사당 건물
재활용 거듭하는 태평로 구 국회의사당 건물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6.05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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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한국을 만든 40곳] 건물만의 역사

 

현재 서울시의회 의사당으로 쓰이는 건물의 정식 명칭은 ‘태평로 구 국회의사당’이다. 2002년 서울시 등록문화재 11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등록 사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시민회관, 영화관, 국회의사당 등으로 사용되어 국민들의 인지도가 높으며, 역사성이 있는 건축물이기도 함. 건물의 일부분을 탑식으로 높여 근대의 권위성·상징성을 강조함. 세종로 일대 경관 유지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

건물을 기획할 당시 경성부는 일본 주요도시에 세워진 비슷한 시설을 시찰하기 위해 요원도 파견하고, 건축계 권위자들을 초청해 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건물은 대강당 3층, 옥탑 9층, 별관 4층의 규모로 설계됐으며, 이중 대강당은 3천5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목적 행사를 치를 수 있게 설립된 부민관은 특별실, 사교실, 다다미실, 담화실, 집회실 등도 갖춰 놓고 있었다.

건물의 설계자는 아키하라 코이이치(萩原孝一)다. 국제도시화되어 가는 경성의 강건함을 상징하기 위해 세세한 장식은 피하고 탑 창문의 돌출부 음영이 더욱 강하게 보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키하라 코이이치는 서울에 제대로 된 극장이 없었기 때문에 무대와 음향 설비에 공을 들였지만 면적에 여유가 없어 회전무대를 설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심지어 사라질 운명에 처하기도 했었다. 1954년부터 이 건물을 사용하던 국회가 1975년 여의도 의사당으로 옮길 때, 서울시는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이 세워지며 별관으로 살아남게 됐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사라졌다. 1980년 태평로 도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전면 광장 부분의 12m를 도로로 내어주며 정문과 현관 등 280평이 헐렸다.

돌출된 탑, 섬세한 무대 설계, 최신식 냉난방 시설 등 한 때는 화려한 위세를 자랑했었던 다사다난한 서울시의회 의사당 건물. 지금은 어떤 우여곡절도 없다는 듯 담담히 태평로의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희연 기자 gom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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