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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회원 세대 학문정신 조명 … 母學會 역할 재인식
창립회원 세대 학문정신 조명 … 母學會 역할 재인식
  • 정병헌 숙명여대(국어국문학)
  • 승인 2012.06.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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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마치며

국어국문학회는 1952년 9월 피난지인 부산에서 뜻있는 소장 국어국문학자들에 의해 창립된 이후 2012년 창립 6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국어국문학계의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한남대학교에서 열렸다.

국어국문학회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세계화시대의 국어국문학』을 발간해 기념식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배포했다. 이 책은 <국어국문학> 학회지에 게재한 논문 중 세계화와 관련된 것을 뽑아 일반인이 읽기에 편하도록 필자들이 다시 써 편집했다. 학회는 이와 함께 금년 중 다시『국어국문학과 융합학문』을 편집해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지금까지 발간한 <국어국문학> 논문집 과월호를 전 회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사도 같이 벌였다. 국어국문학과 관련된 서적을 펴내는 출판사들도 참석한 회원들을 위하여 관련 서적을 전시하고 파격적인 할인가로 판매하는 행사가 아울러 있었다.

첫날 행사는 기념식과 기조 발표 및 기획 발표로 이뤄졌고 이튿날은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 어문교육의네 분과 발표가 계속됐다. 기념식은 국민의례와 국어국문학 60년의 자취를 담은 영상 상영, 정병헌 대표이사의 개회사, 고성철 한남대학교 부총장의 축사, 민현식 국립국어원장의 축사로 이뤄졌다. 정병헌 대표이사는 60년의 발자취야말로 한국의 국어국문학 연구의 궤적이라며 지나온 60년을 발판으로 앞으로 다가올 100년, 1000년의 국어국문학을 대비하자고 했다. 고성철 부총장은 국어국문학 분야의 모 학회의 공적을 치하하고, 미래의 학문 발전에 더욱 기여해줄 것을 당부했다.

1~4세대 연구자별 뚜렷한 특징 있어

필자는 국어국문학회의 5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한남대학교에서 했고, 다시 60주년 행사를 같은 장소에서 갖게 되어 뜻깊게 됐다며 다음 70년, 80년 행사도 이곳에서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국어국문학회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이를 더욱 공고하게 이어가자는 말도 이어졌다. 특히 민현식 국립국어원장은 국어국문학계에 기여한 학회의 업적을 소상하게 적시하고, 앞으로의 학문 발전에 모범적인 역할을 계속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국어원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게 된 것이 앞으로 국어국문학회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다. 

기조 발표는「국문학 연구 60년의 흐름과 반성」이라는 제목으로 서울대학교의 명예교수이며 국어국문학회 평의원인 서대석 교수가 맡았다. 서교수는 국문학의 60년을 1950년 이전의 제 1세대, 국어국문학회 창립회원 세대, 1960년대 이후 제 3세대, 1980년대 이후 제 4세대, 2000년대 이후로 구분하고, 각 세대의 학문적 성향을 개관했다. 제 1세대의 학자들은 대부분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을 전공한 학자들과 개화기 지식인들로서 주로 일본에 유학했던 학자들로 이뤄졌다. 이들에 의해 국어 국문학회를 창립한 제 2세대의 학자들이 양성됐다.

국어국문학회 창립회원 세대의 학문정신은 도남 조윤제 선생의 민족사관에 대한 성찰과 반발에서 출발했다고 진단했다. 대체로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제 1세대의 주장에 반발해 국어국문학의 학문적 객관성을 중시해, 실증적 연구를 수행한 것이 이 세대 학문의 특징
이라는 진단이 이어졌다. 학문의 대상을 국어문학 중심에서 한문학과 구비문학을 포함시켜 확대한 것도 이 세대가 개척한 중요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 3세대의 연구자는 제 2세대로부터 교육을 받은 학자. 일본어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지 않은 세대이고, 광복 이후에 중등 교육을 받은 한글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어나 한문을 본격적으로 학습하지 않는 대신 서구 언어를 공부하고, 서구의 이론서를 직접 독해하고 연구에 적용했다. 그 결과 현대문학 연구자들이 인문학적 실증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고전문학 연자들이 비평 이론을 공부하고 본격적 작품 분석을 시도하면서 문학적 가치를 논하는 학문적 경향을 나타나게 됐다.

제 4세대는 1980년 이후 학문적 활동을 개시한 사람들이다. 이 시기 연구자들의 학문적 성향은 여성주의적 연구 시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여성학자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지만, 문학이 인류의 평등에 기여하는 문화 활동이라는 자각도 이러한 성향이 나타나는 데 기여했다. 그러한 점에서 문학의 대중화, 학문의 평등화도 언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 세대의 학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의 국문학은 박사들의 대거 진출과 엄청난 물량의 연구물이 생산됐다는 점, 그리고 관련 학회가 대거 나타남으로써 학문 발표의 장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물량의 확대와 함께 이들이 보이는 성향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문제의식의 둔화와 외국 이론에 대한 관심의 퇴조, 그리고 리얼리즘 문학관의 퇴조와 비현실적 환상성의 긍정, 전공의 세분화, 다른 전공에 대한 무관심 등이 이 세대 문학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서교수는 결론적으로 급속하게 변화하는 정보화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국어국문학, 그리고 학문의 깊이를 위해서도 주변 학문과 여타 전공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깊게 파기 위해 처음부터 넓은 공간을 확보해 파야 하는 것처럼, 너무 세밀하고 근시안적인 접근에 매달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적 팽창 불구 활발한 토론 부족

기획발표는 국어학연구 60년, 고전문학 연구 60년, 현대문학 연구 60년, 어문교육 연구 60년의 회고와 전망으로 이뤄졌다. 남기탁 강원대 교수, 성호경 서강대 교수, 장수익 한남대 교수, 이삼형 한양대 교수가 발표했다. 60년의 연구를 일별해 드러낸다는 것은 엄청난 작업이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학회 60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힘든 결과가 정리될 수 있었다.

둘째 날은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 어문교육 분야의 발표가 이어졌는데, 각 분야마다 4명의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국어국문학회 60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는 모두 47명의 연구자가 좌장, 발표자, 토론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거대한 학회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러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같이 참석해 활발한 토론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은 퍽 아쉬운 결과로 남는다. 세분된 전공마다 각각의 학회를 구성하고, 지역마다 그 특성에 맞는 학회를 구성하다 보니 전국적 규모, 그리고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학회 참여까지 힘을 쏟기 어렵다는 점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기조발표에서 서대석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자기 전공분야에만 깊이 함몰하는 것은 학문의 폐쇄성과 동종교배의 열성 노출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국어국문학회 60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소중한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병헌 숙명여대․국문학
서울대에서 문학박사를 했다. 수학능력시험출제위원장, 판소리학회장, 한국공연문화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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