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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대회 참관기] 제 9차 국제 산업미생물 유전학 심포지엄
[학술 대회 참관기] 제 9차 국제 산업미생물 유전학 심포지엄
  • 이상섭 서울대 명예교수
  • 승인 2002.07.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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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24 18:38:04
이상섭 / 서울대 명예교수

국내외 미생물학자들과 바이오 산업 종사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제 9차 산업미생물 유전학 심포지엄(9th International Symposium on the Genetics of Industrial Microorganisms)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유네스코가 지정한 고도 경주의 보문단지 내 현대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42개국에서 내한한 외국 학자들과 국내 참가자가 기대 이상으로 많아 2천명을 넘었다. 장기간에 걸친 면밀한 준비가 결실을 맺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과거 어느 대회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명실상부하게 성공을 거둔 학술대회가 됐다.

8년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GIM94에서 GIM2002 한국유치에 성공한 서울대 미생물학과 이계준 교수는 한국미생물학회 및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의 도움을 얻어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게 새로운 분야를 수용하기 위해 많은 엘리트 소장 학자들과 폭 넓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1998년 정식으로 GIM 조직위원회가 구성되고부터는 구체적으로 질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한 결과, 이 분야 최정상급 학자들이 포함된 국제수준의 학자 1백60여 명이 7개의 기조강연, 23개 분야의 심포지엄, 그리고 4개의 원탁토론회에서 미생물유전학의 기초연구와 이를 활용하는 최근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8백여 편의 포스터 발표도 진행됐는데, 포스트게놈 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 산업미생물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최근 연구동향을 직접 듣고, 보고, 그리고 토론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돌이켜 보건대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르네상스 이래 대격변의 시기에 살고 있다. 이 격변을 몰고 온 것은 정보기술의 IT 산업이다. 그리고 IT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생명과학기술의 BT 산업이다. 20년 전 식자들은 우리의 생활환경을 희생하면서 20세기를 주도한 굴뚝산업이 21세기에는 쇠퇴하고 IT와 BT가 쌍두마차가 되어 질주하는 새로운 산업구조로 바뀌며, 국경 없는 정보화 사회 그리고 환경과 건강이 보장되는 바이오 사회가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정보화는 이미 구체화돼 불과 몇 년 사이 인터넷으로 우리 생활 속에 정착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는 것은 이번 월드컵으로 입증됐다. 뒤지던 바이오 기술도 인간 게놈의 염기 배열 순서의 완성을 계기로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이제 유전자의 기능을 찾는 기능적 유전체학(functional genomics)와 단백질의 기능을 찾는 단백질학(proteomics)가 발전해 암이나 내인성 질환 같은 난치병을 극복할 신약이 개발되고 배아세포를 활용한 재생의학의 발전 등 환상적 의료기술이 현실화되는 것도 10년, 20년 후면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인간 게놈 사업에 쏠리면서,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항생물질과 스테로이드 같은 의약품과 식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대사 산물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절대적 공헌을 한 산업미생물 유전학이 고전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쉬우나, 현실적으로 산업적 부가가치는 여기서 나오고 바이오 산업의 주류는 여전히 미생물 산업이다.

이번 심포지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포스트 게놈에 맞추어 심포지엄을 구성했고 발효 중심에서 탈피해 최첨단 기술분야와 새로이 대두되는 관심분야를 총망라했기 때문이다. 주최국의 프리미엄이랄까, 함량미달의 기성 학자들을 심포지엄 연자로 모시는 것을 지양하고,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는 젊은 학자들이 주축이 된 발표자 선정이 GIM2002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많은 분야를 포괄해 축제에 참가하는 기분으로 모이는 콘그레스와는 달리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심포지엄을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서울을 떠나 경주에서 여는 모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지적한대로 앞을 내다본 프로그램에 있었다. 이번 행사를 통하여 이제 우리도 구미 선진국 학자들처럼 국제학술행사에 자신을 갖게 됐다. 국제행사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매끄럽지 못한 학술회의 진행도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우리의 연구수준도 도약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국내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현역 학자 중 기조강연을 할 정도로 축적된 연구성과를 가진 분이 나오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김성호 박사의 기조강연 내용은 미생물 구조 유전체에 관한 것으로서 시대를 앞서가는 강연으로 7개 기조강연 중의 백미였던 것이 큰 위안이 됐다. 이번 심포지엄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직위원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있으나 과학기술부를 위시한 정부기관 그리고 산업체의 재정적 지원에도 힘입었다. 특히 경상북도, 경주시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생명과학기술관계 학술행사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경북과 경주를 국제사회에 알린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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