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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647호
새로나온 책 647호
  • 교수신문
  • 승인 2012.06.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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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가족, 근대의 결혼, 김경일 지음, 푸른역사, 480쪽, 28,000원

저자가 2004년 펴낸 『여성의 근대, 근대의 여성』의 자매편인 이 책은 1920~30년대를 연구대상으로 해 구체적으로 가정 내에서 남녀평등의 문제나 여성의 역할에 대한 논쟁, 가부장제와 현모양처주의, 여성의 만혼과 결혼 기피 현상, 성과 정조의 문제, 개인과 가족과 민족(국가)의 상호 관계 등을 고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이 시기의 여성 일반, 특히 교육받은 신여성이 결혼과 가족에서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역사적 통찰을 제공하고자 한다. 근대 한국의 가족과 결혼에 대한 저자의 탐구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족과 결혼에서 여성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명하는 데에도 일정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동아시아 회화 교류사-한·중·일 고분벽화에서 실경산수화까지, 한정희 지음, 사회평론, 440쪽, 30,000원
단일 주제의 모노그래프가 아니라, ‘교류사’의 시의성을 제시하고자 여러 곳에 발표한 논문을 모아 엮은 책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중·일 삼국은 오랜 역사에 걸쳐 문물을 주고받으며 문화권을 이뤄왔다. 이는 세 나라의 미술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민족국가가 아닌 ‘동아시아’를 단위로 미술사를 새롭게 써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은 ‘교류’의 관점으로 동아시아 회화사에 접근했다. 다루는 주제는 고분벽화에서 실경산수화, 그리고 방고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중·일 미술이 이미 고유한 상태로 존재해 한쪽이 스타일을 전파하고, 다른 한쪽은 이를 수용한다는 일방향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세 지역이 한 시대를 공유하며 어떠한 흐름을 만들어갔는지에 주목한다.

서양 고대 그리스와 철학, 김요한 지음, 서광사, 160쪽, 14,000원

서양철학의 기본 골격이 고대 그리스 철학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저자는 이 일반적 상황에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오래된’ 철학자들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물으면서 책의 길을 열어간다. 책의 핵심은 ‘어떻게 그리스인들이 가장 기초적인 철학적 물음들을 제시하고, 그 뒤에 발생하는 모든 서양 철학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게 됐는가’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철학사적 중요성을 가진 그리스 철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그리스 철학자들의 작품에 집중한다. 책의 부제는 ‘상대주의와 자연과학적 세계관과의 투쟁’이다.

원효━하나로 만나는 길을 열다, 박태원 지음, 한길사, 382쪽, 17,000원
저자인 박태원 울산대 교수는 원효 연구자로서 2011년 「간화선 화두간병론과 화두 의심의 의미」로 대한불교진흥원이 제정한 제2회 원효학술상을 받은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원효의 사상을 열 가지 화두로 풀어 원효의 불교 철학과 인간의 존재에 관한 성찰을 담아냈다. 일심 사상, 불각과 본각, 시각, 일리, 쟁론과 화쟁, 선, 중생 구제 등 원효가 설파한 핵심 사상을 원효의 삶과 배치시켜 설명한다. 특히 원효의 핵심 사상인‘하나가 된 마음’에 대해서 저자는 현대인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골라 원효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를 풀어준다. 또한 요석 공주와의 일화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그의 치열한 비승비속적 삶의 방식도 설명해 준다.

퀀텀맨-양자역학의 영웅, 파인만, 로렌스 크라우스 지음, 김성훈 옮김, 승산, 392쪽, 20,000원
애리조나주립대 물리학 교수이며 이 대학의 오리진 프로젝트를 설립했고, 감독하고 있는 저자는 꽤나 유명한 물리학자다. 그가 맨해튼 프로젝트의 악동, 파인만 다이어그램의 창시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챌린저호 참사 조사위원, 열정적인 봉고 연주자이자 이야기꾼이었던 리처드 파인만을 파고들었다. 파인만의 일화를 담은 전기들이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파인만의 물리학은 어렵고 생소하기만 하다. 세계적인 우주 물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서문에서 “파인만이 많은 물리학자들에게 영웅으로 남게 된 이유를 물리학자가 아닌 대중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크라우스의 친절하고 깔끔한 설명으로 쓰여진 이 책은 독자들이 파인만의 물리학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다.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 낸시 홈스트롬 엮음, 유강은 옮김, 메이데이, 708쪽, 29,000원
이 책은 기존의 운동, 사회 ‘진보’와 ‘민주화’가 겉보기와는 달리 얼마나 분리와 배제를 낳았는지를 고발한다. 이 책에 따르면 개혁, 민주화, 시민사회의 발전, 비정부기구의 양적·질적 팽창은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성별화를 강화했다. 마르크스, 엥겔스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성의 본성’에도 근본적인 성찰을 던지는 이 책은, 매우 진지하고 학술적인 논문부터 매우 생생한 소설처럼 내밀한 개인의 성장 일기와 역사까지, 서로 다른 35개 분야의 다양한 글쓰기로 이뤄져 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급진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가진 각각의 한계를 넘어 넓은 의미의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구축하는 책이다.

한국현대미술비평사, 최열 지음, 청년사, 408쪽, 22,000원
미술평론가 오광수가 1988년 내놓은 『한국현대미술비평사』에 이은 미술비평사 부문 역작이다. 오광수와 달리 저자는 전후 한국현대미술 비평사를 동서융합을 중심으로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20세기 한반도 공동체에서 핵심은 동서 융합이며, 이는 서양 문명의 수용과 그 과정에서 동양 문명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전후 한국의 미술가들과 비평가들이 예술지상주의와 형식주의를 자기 보신의 수단으로 삼은 것을 비판하면서, 이런 경향에 영향받지 않고 시대의 과제에 응답한 미술가들과 비평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내린다. 미술비평사학(1부), 해방과 전후 미술비평사(2부), 전후 30년 미술비평사(3부), 그리고 비평가 이경성과 임영방의 삶(4부)으로 전체를 구성했다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철학, 김영진 지음, 그린비, 456쪽, 29,000원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영남대에서 화이트헤드 연구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기업 윤리와 조직이론에 화이트헤드 철학을 접목하기 위해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부제는 ‘위상적 세계에서 펼쳐지는 미적 모험’이다. ‘유기체’ 개념이야 이미 여러 연구자들이 주목한 부분이니 새로울 게 없지만, 저자가 ‘점’의 사유를 넘어 새로운 ‘선’의 사유로 ‘화이트헤드’를 읽어내고자 한 부분은 흥미롭다. ‘선’을 철학의 기본으로 정의함으로써, 새롭게 존재와 존재 사이의 ‘관계성’을 사유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기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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