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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보다 서비스 질 향상할 때
‘논쟁’보다 서비스 질 향상할 때
  • 조동성 (사)한국복사전송권협회 이사장
  • 승인 2012.06.04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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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목적보상금제도, 이행하자

지난 4년간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대학협의체와 한국복사전송권협회가 수차례 협의했고,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최근에 지급기준이 고시된 수업목적보상금에 대해 대학은 아직도 미온적이다. 보상금을 지급받아 권리자에게 분배하는 단체의 장으로서, 그리고 일선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필자를 포함해 대학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이들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수업시간에 활용하게 된다. 교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과거와는 달리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로 강의를 진행하는데, 이때 대부분의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유인물로 배포하거나 홈페이지에 게시해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주고 있다.

대교협, 학생들에게 ‘저작권’ 책임 떠넘겨

그런데 얼마 전 대교협에서는 각 대학에 공문을 발송해 교수들을 신경 쓰이게 하고 있다. 공문의 요지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저작물을 제공해 주는 것은 저작권법상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수업자료를 직접 찾아서 사용하게 하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보상금)를 지불할 수 없으니, 교수 각자가 요령껏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실질적인 내용이다.

저작권법 제25조에 따르면, 대학 강의 등 수업시간에 이용되는 저작물은 저작자의 사전 허락 없이 사용하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보상금을 보상금수령단체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들은 ‘수업목적보상금’이란 편리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 주고 있다.

대학의 특성상 그 구성원인 교수들은 이용자이자 저작자이다. 이 분들의 저작물을 수많은 대학의 수업에 이용하게 될 것인데, 대교협의 공문에 따르면 이조차 외면하게 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저작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학내 구성원의 저작권을 경시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최고의 지성임을 자부하는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일종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졸업생이라 하더라도 학교 로고를 사용할 경우에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사용료를 내게 하고 있다. 내 권리를 보호 받기를 원한다면, 타인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강의내용에 따라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담당교수가 작성하거나 제공해 주는 자료보다 더 좋은 강의교재는 없다. 그런데 이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면 교과 공부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우를 범해 효율적인 시간 운영을 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교수가 제공하지도 않는 자료를 학생이 직접 확보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지식을 요하며, 대부분은 배워가는 입장으로서 전문가인 교수들의 조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작권 침해, 외면 말아야

외국의 경우 대학에서 수업목적으로 사용하는 저작물에 대해 일부 공정이용을 제외하고 대부분 저작자로부터 직접 이용허락을 받고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용료를 지급한다는 것은 보상금보다 훨씬 많은 비용의 지불을 의미한다.

저작자 입장에서는 보상금 제도가 없었다면 취할 수 있었던 금전적 이익이 대폭 줄어들어 서운한 마음이 없지 않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 제도를 통해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는 대학에서도 더 이상의 ‘논쟁’을 하기 보다는 제도 내에서 어떤 식으로 교수,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인지를 논의할 시점이다. 상당수의 교수들이 수업을 위해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이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보상금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교수들의 걱정과 우려를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다.

조동성 (사)한국복사전송권협회 이사장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서울대 국제지역원장과 한국학술단체연합회장 등을 지냈다. 「 도시경영메커니즘 에관한연구」, 『 지속(가능)경영』등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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