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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학에 정년 교수를!
아프리카 대학에 정년 교수를!
  • 이삼열 숭실대 명예교수·철학
  • 승인 2012.05.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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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_ 이삼열 숭실대 명예교수(철학)

이삼열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숭실대 명예교수)
필자가 대학생이던 60년대나 독일 유학을 하던 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후진국 아니면 개발도상국이라 불렸다. 귀국해서 교수가 된 80년대, 90년대에는 중진국으로 발전했다고 했고, 유네스코 일을 맡은 2천 년대 초엔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니, 정년이 된 2005년경부터는 선진국 대열에 확고히 서게 됐다는 주장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게 되면서, 특히 2010년부터 개발원조국위원회(DAC)에 참가하면서 한국은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모범국가로 세계의 각광을 받게 됐다. 60년대 말까지 100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GDP)이 40년 만에 2만 달러를 넘어섰고, 1억 달러 수출액이 4천억 달러로 증대한 한국의 경제성장은 많은 굴곡과 비리와 위기가 있었음에도,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모방하고 싶은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미 10대 경제대국이 됐고, 첨단 과학기술에서도 선진국들과 나란히 경쟁하게 된 우리나라는, 이제 개발도상국을 돕고, 최빈국들의 빈곤과 고통, 무지를 극복하는 데 선진국으로서의 원조 공여의 책임을 감당해야 하게 됐다.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가 되는 한국인들이, 아직 우리나라에도 빈곤층이 많다며 국제적 책임과 부담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해외원조액은 유엔이 요구하는 GDP 0.7%에 턱없이 모자라는 0.09%에 불과하며, 정책도 제도도 인력도,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70년대에 선진국의 장학금을 받고 유학하고 돌아와, 교수나 엘리트가 된 우리세대가 이젠 개발도상국의 인재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발전협력에 한 몫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자책감이 든다.

필자는 유네스코의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장과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맡아 지난 10여 년을 일 해오는 동안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많은 개발도상국가, 최빈국가들을 찾아 봤으며, 교원 연수나 교육발전정책 세미나 등 많은 프로그램을 추진해 봤다.

특히 오랜 식민지 시대와 해방 전쟁, 종족 분규, 독재와 억압으로 개발의 기회를 놓친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을 빈곤과 질병, 무지와 후진성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로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 발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겠다는 것을 철저히 느끼게 됐다. 그래서 유네스코 회의에서 여러 번 개발원조의 30%를 교육발전에 투자하자는 주장을 했다. 경제원조, 빈곤구제도 중요하지만 자기 나라 자원과 인력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들을 개발하지 않고는 수탈과 억압, 예속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다녀온 콩고의 예를 보면, 한국 땅의 10배인 국토에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나라가 백여 년의 벨기에 식민지, 40여년의 독재와 전쟁 등으로 전혀 개발을 못했다. 도로도, 수도도, 전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7천만 국민들은 가난과 질병, 무지와 절망 속에 허덕이고 있다. 교사가 부족해 초등학교에 가는 아동이 50%밖에 안 된다. 의사는 인구 1만 명에 한명 꼴로 있고, 시골 농촌엔 의사도 병원도 없다. 식민지 시대에 대학을 안 세웠기 때문에 지금에야 대학을 몇 개 세웠는데 가르칠 교수가 없다. 외국에서 교수들을 빌려와 한 달간 가르치고 떠나면 수천 명 학생들은 놀거나 조교의 지도하에 자습을 한다. 킨사사의 국립대학에서 한 교수의 강의에 천명의 학생들이 듣고 있었다.

콩고의 여러 대학 총장들이 간청했다. 한국의 교수들이 좀 와서 강의를 맡아줄 수 없겠느냐고. 또 콩고의 우수한 졸업생들을 한국에 유학시켜 교수 요원으로 키워줄 수 없겠느냐고. 이제 선진국이 된 한국의 많은 훌륭한 교수들이 안식년, 연구년을 이용해 아프리카에 가서 일, 이년씩 가르치고 오게 할 수 없을까. 65세 정년을 맞은 교수들이 아직도 건강한데 아프리카에 가서 한 2년간 영어로 강의하며, 한국의 발전과정도 소개하고 지역연구도 하게할 수 없을까.

필자는 KOICA 등 개발정책 당국에 제안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교수들을 아프리카에 보내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고 오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개발원조가 될 것이다. 그곳 대학들이 주택은 제공해 준다니까 한 달에 1천 달러 정도 생활비만 지원해서(그곳 교수 월급은 5백 달러) 후진국 봉사를 하게 하면, 우리들 정년 교수들에게도 일생 연구하고 터득한 지식과 기술, 지혜를 가장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의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오는 보람된 일이 될 것이다. 교육발전과 인력개발을 통해 경제 사회 발전에 성공한 선진국 한국이 개발도상국을 향해 줄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원조가 바로 교육발전 협력사업일 것이다.

이삼열 숭실대 명예교수(철학)·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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