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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스스로 ‘강사는 교원 아니다’ 시인하나
정부 스스로 ‘강사는 교원 아니다’ 시인하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5.21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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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교원확보율 아닌 교원확보율에 강사 포함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지난 15일 정부 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악된 강사법(고등교육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폐지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시행령 제정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제공=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정부가 강사를 전임교원 확보율이 아닌 교원확보율에만 반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시간강사들은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의 폐기를 요구하며 다시 거리에 나섰다. 정작 90% 이상의 시간강사들은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대학가 관심은 강사를 전임교원 확보율에 반영할 지에 쏠렸다. 강사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되는 것이 관건이라 봤다. 전임교원 임용을 기피하고 강사 채용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처음에는 강사를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법 개정에 따라 강사도 고등교육법 상 교원에 해당되기 때문에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최근 방향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전임교원 확보율이 아닌 교원확보율에 강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월 공청회를 거쳐 7월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관련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임교원 확보율이 아닌 교원확보율에 포함하는 것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교과부 관계자는 “전임교원 확보율을 반영하는 것은 대학을 설립할 때나 퇴출할 때뿐이다. 그 밖에는 대부분 교원확보율을 반영한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이나 학생 증원 조정 신청 등에서도 교원확보율을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교원확보율에 반영해도 강사 채용을 유도하는 효과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교원확보율에 포함하는 겸임·초빙교원의 인정비율(20%)은 그대로 두고 추가로 강사를 5~20%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강의시간을 기준으로 교원확보율에 반영하는 겸임·초빙교원과 달리 강사의 경우 주 9시간 이상 강의하고, 전업인 경우만 교원확보율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사를 전임교원 확보율이 아닌 교원확보율에 반영하는 것은 진일보(?)한 측면도 있다. 강사는 교원의 종류에 포함되지만 임용이나 신분보장에 관한 규정을 제외하면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상 교원이 아니다. 시간강사를 교원처럼 대우하지 않으면서 전임교원 확보율에만 포함하는 것에 시간강사들은 반대해왔다.

반면 교원확보율에만 포함할 경우 강사를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시인한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하나의 비정규 트랙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전임교원을 뽑지 않더라도 교원확보율은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조교수로 갈 수 있는 사람이 강사로 임용될 수도 있다”라며 “시간강사의 평균 강의시간이 5시간인 상황에서 5%만 교원확보율에 반영해도 4천명 정도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교수노조가 최근 시간강사 342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응답자 가운데 91.2%가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지난해 6월 <교수신문>이 조사했을 때는 반대가 65%였는데 그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이 아닌 시간강사도 90% 가까이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강사에게 강의 몰아주기를 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 같아서’(17.5%)가 가장 많았다.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 효과가 거의 없고(16.6%), 실제로는 시간강사인데 명칭만 강사로 바꾼 기만책(15.3%)이라는 이유도 컸다. 또한 강사 대부분은 신분불안(80.1%)과 전망 부재에 답답해하고 있다(81.6%).

비정규교수노조는 “‘시간강사를 교원처럼 대우하지 아니하되 교원으로 간주하는’ 기가 막힌 법을 국회가 통과시켰다”며 지난 14일부터 서울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 후문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비정규교수노조는 “당사자도 반대하는 법을 도대체 왜 통과시키고 시행령까지 만들려 하는가”라며 “2011년 12월 30일 통과된 악법은 6월 임시국회에서 즉각 폐기돼야 하고 교과부는 시행령 제정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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