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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채우기보다 넓혀가는 대학생활을 하기 바랍니다"
"그릇을 채우기보다 넓혀가는 대학생활을 하기 바랍니다"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2.05.10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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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 받은 이명학 성균관대 교수

 

이명학 성균관대 교수
이명학 성균관대 교수(57세, 한문교육과ㆍ사진)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을 받았다. 10명의 수상자 중 유일하게 대학교수다. 인터뷰 내내 한학자의 몸에 밴 겸손함이 묻어났다. 이 교수는 수상이 부끄럽다면서도 “30년 가까운 교수생활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상”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상금 천만원을 망설임 없이 학교에 기부하게 했다.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 교수가 제자들을 지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인성’이다. 사범대 교육과정에 인성을 가르치는 과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1학점 과목 ‘사도의 함양’을 개설했고 봉사활동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사도인증제’의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종혁 중앙일보 편집국 정책사회 데스크, 김진호 국방대학원 교수, 이형덕 소설가 등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특강도 펼쳤다. 일상 예절, 교내 성문제, 상담방법 등이 강의 주제였다. 1년에 20명씩 듣는 이 과목이 개설된 지 5년째 접어든다. 이 교수는 임명장을 받은 학생 명단을 서울ㆍ경기지역 중ㆍ고등학교에 보내 교사 임용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임명장’이 인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과목을 들은 학생들의 인성만큼은 이 교수가 보증한다는 이야기다.

제자들과 시작한 인성교육은 국내 오지의 다문화가정으로 확대됐다. 학생과 다문화가정 자녀와 1:1 멘토링을 실시한 것이다. 이 교수는 사춘기에 정체성 혼란을 겪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방치하면 우리 사회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을 예견했다. 그는 지역 다문화센터와 연계해 컴퓨터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범대 학생들이 주 2~3회 영어, 수학, 국어 등의 과목을 가르치도록 했다. 기숙사가 비는 방학이면 아이들을 초청해 2박 3일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말도 않던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사범대 제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교수는 “이제는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들이 멘토들과 더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라며 웃었다.

제자와 다문화가정 자녀까지 품은 사랑은 국경마저 넘었다. 시행 5년차를 맞는 ‘성균한글백일장’은 중국 등 동아시아 외국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한류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는 외국 대학생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수상자들은 성균관대에서 석사과정 학비를 제공 받는다. ‘성균한글백일장’ 수상자들은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 외교관으로, 삼성전자 직원으로 한국과의 연을 이어간다.

중고생 때는 입시로, 대학에서는 취업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이 교수는 “당장 현실은 힘들지만 대학생활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입니다. 그릇을 자꾸 채우려하지 말고, 그릇을 넓힐 생각을 해 줬으면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사범대 제자들에게는 언행일치를 강조했다. 그는 “말로써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직업은 오로지 선생뿐입니다. 말이 신뢰를 얻으려면 언행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야겠지요”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대학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교직원은 우리가 내는 등록금으로 월급받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천민자본주의적 사고의 학생들이 졸업을 하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알지 못하게 됩니다. 저축은행, 리먼사태도 같은 맥락입니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사범대에서 시작한 이 사업이 전체 단과대학으로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스승상’은 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으뜸교사상’과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한국교육대상’을 통합, 새롭게 제정한 국내 최고 권위의 교육상이다. 올해는 총 86명의 추천자가 접수됐으며 시ㆍ도교육청 등 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49명이 추천됐다. 조벽 심사위원장(동국대 석좌교수)을 비롯한 교육계 중진과 학자, 학부모 대표 등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이들에 대해 1차 심사와 현지 공적 확인 및 2차 본선심사를 거쳐 대상과 각 부문별 수상자 등 총 10명을 최종 확정했다. 조벽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을 통해 “열악한 교육환경, 변화하는 아이들, 교직사회에 대한 일부의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늘 처음처럼 교직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묵묵히 제자들을 보듬어 오신 여러 선생님을 보면서 우리 교육의 밝은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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