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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외’ 학생관리 차원에서 지방대 미충원 문제 접근해야
‘정원외’ 학생관리 차원에서 지방대 미충원 문제 접근해야
  • 임연기 공주대·교육학과
  • 승인 2012.04.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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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육성을 위한 정부 역할

임연기 공주대·교육학과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월 16일 ‘지역대학 발전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지방대학에서 수도권 대학으로의 학생유출을 완화시키기 위해 편입학 제도를 개선하고,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 사업 예산을 2배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 재정지원액을 증가시키겠다는 데 있다.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종합적 대책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지방대학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사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한국교총에서 여러 관련 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해 열린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방향과 과제’라는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고등교육의 3대 현안 과제로 대학 비전임 교원제도의 개선, 지방대학 육성, 대학 등록금 안정화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과 반값 등록금 실현 요구가 사회 쟁점화 되고 여론에 떠밀려 정책의제화 된 점, MB 정부의 마지막 단계에서야 지방대학 발전 방안이 제시된 점 등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방대학의 육성을 위한 정부의 개입이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고 당위적인 조치라는 입장이 지배적이라고 보여진다. 지방대학의 위기상황은 개별 대학의 자구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개입에 대한 부정적 입장도 없지 않다. 정부의 개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우선 대학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오늘날 일부 지방대학이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 중요한 이유는 정부에 의한 대학정원의 과잉공급에 있으며, 입학자원의 감소 상황은 이미 오래 전에 예견돼 왔음에도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하고 대학정원 자율화 기조 속에서 정원의 확대를 지속화시켰고, 그 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 정책의 실효성도 미진했다는 지적이다. 지방대학의 육성을 위해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양적 차원에서 지방대학의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학생 미충원 또는 이에 대한 불안감에 있다. 일부 대학은 입학 단계에서 학생을 채우더라도 편입학 절차를 통해 도중에 빠져 나가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편입학 제도 개선방안은 편입학 허용 기준을 조정함으로써 수도권 대학으로의 학생 이동 규모를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러한 방안에 대해서 ‘지방대 반색’, ‘수도권대 난색’이라는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정책을 수도권 대학과의 역차별 대립구도 속에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에 한계가 있다.

지방대학 학생 미충원 문제에 대해서 일차적으로 ‘정원외 학생 관리’ 정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학 진학 수요가 팽창하던 시기에 임시방편적으로 채택했던 정원외 입학 및 편입학 제도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점에 왔다고 본다. 대학의 학생 수용 역량에 근거해 책정된 학생정원 범위 내에서 입학과 편입학을 허용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절대적 입학자원의 감소 시점을 수도권 대학을 포함해 모든 대학의 교육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 차원보다는 교수 1인당 학생수 등 열악한 교육여건의 획기적 개선 차원에서 질 관리 정책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의 적절한 재정지원이 요구된다. 

질적 차원에서 지방대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학의 서열화’가 더욱 고착돼 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정부의 선택과 집중에 의한 재정지원 정책이 대학의 변화를 이끄는 데 기여한 공로도 없지 않지만, 대학 경쟁력 제고라는 미명 하에 모든 대학에 단일의 평가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모든 대학이 획일화된 모델을 다투어 좇아가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0% 수준이 대학에 진학하는 보편교육 체제에서는 학생들의 교육 수요가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대학들은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교육수요에 부합하는 적절한 교육체제를 갖춰야 한다. 즉, 모든 대학들이 독자성, 특수성을 지니고, 다양한 교육이념과 목표를 지향하고 이에 부합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모든 대학이 하나의 모델을 좇아 획일화돼 가면서 학교의 지명도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고, 고착화되는 가운데 지방대학의 취약성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대학들이 외부에서 요구하는 획일적 평가 기준보다는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준과 필요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역할도 대학들의 자구노력을 촉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요컨대, 대학의 발전을 위해 국가의 권한과 시장의 힘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모색해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지방 대학의 문제 역시 정부와 개별대학의 조화롭고 공동적인 노력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임연기 공주대·교육학과
공주대 기획처장과 한국교육행정학회장,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설립심사위원·대학특성화컨설팅위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2주기 대학종합평가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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