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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 황동훈 아주대 연구교수·신경과학
  • 승인 2012.04.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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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_ 황동훈 아주대 연구교수

황동훈 아주대 뇌질환연구센터 연구교수·신경과학
2004년 황우석 박사는 난자의 핵 치환 기술로 체세포를 복제해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우리의 원천기술이라는 주장에 대한민국 사회는 들끓었으며, 정치권에서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문이 허위로 밝혀지면서 노벨상 프로젝트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 과학계에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과연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벨상은 인류 발전에 기여한 석학들에게 수여하고 있는, 과학자라면 평생 꿈꾸는 명예로운 상이다. 혹자는 국가에서 연구자들의 업적을 해외에 홍보하는 것이 노벨상 수상을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인적 자원의 pool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이공계는 변리사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학과로 위상이 추락했다. 연구자로 진로를 선택하는 인재는 소수에 불과하다. 박사 과정 동안 불안정한 수입과 미래에 대한 공포로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박사 학위 취득 후에는 교수가 되는 것이 성공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전임 교수 임용은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힘들고, 대학 입학 후 교수로 임용되기 까지 평균 20년이 걸린다. 대기업에서는 정년퇴임을 준비하는 시기에 입사하는 셈이다. 만일 이 시기에 임용되지 못하면 대안이 없다. 40세인 사회 초년생을 받아줄 기업체는 많지 않다. 이렇듯 늘 불안하므로 학생들은 이공계 진학을 기피한다. 훌륭한 후학들이 다른 분야로 빠져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방법은 다양한 직업군을 개발함으로써 진로에 대한 공포를 상쇄시켜야 한다. 이공계 박사들이 과학 발전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현재는 전문가로서 사안별로 조언해 주는 정도의 수준), 벤처 창업 외에 산업계에 취업할 통로 확보 등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의 다나카 고이치(일본 민간 연구소 연구원으로서 노벨 화학상 수상) 같은 사람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개인 연구소들이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책 연구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대학 외에서도 연구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SCI 논문 발표 위주의 업적 평가다. 물론 실험 결과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것은 과학자의 필수 덕목이다. 그러나 SCI 논문 편수와 Impact Factor의 점수로 과학자의 능력을 평가하다 보니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주제만 연구하고, 기초과학과 실패 확률이 높은 연구들은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노벨상은 과학 지식의 근본을 이루는 업적에 수여하고 있으므로, 한국과학재단의 모험연구(참신한 아이디어를 기준으로 연구 선정을 하며, 성실 실패 인정 제도가 있음)처럼 단순 연구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자의 자세 또한 중요하다. 낙제생이던 에디슨(노벨 물리학상 내정자)과 아인슈타인(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고전들을 필사적으로 독서함으로써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반열에 올랐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분야에 국한된 서적만을 연구하고 타 분야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폭 넓은 분야에 대한 시각을 갖고 자신만의 철학이 정립될 때 새로운 개념을 창안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현재 연구자들의 달력은 월, 화, 수, 목, 금, 금, 금요일이다. 저녁, 주말 모두 실험에 매진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풍토다. 물론 한 분야에 미친 듯 몰두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연구는 마라톤이다. 이러면 쉽게 지치고 자존감마저 상실한다. 업무 외 시간에 자기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의 풍부한 경험이 타 분야와의 융합으로 인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재원이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근면함과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으므로 위대한 석학이 될 수 있다. 다만, 진로에 대한 공포가 없는 사회적 환경의 마련으로 이공계 분야에 유능한 인적 자원이 풍부해 지고, 연구자의 폭 넓은 경험과 철학적 개념이 완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때 많은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황동훈 아주대 연구교수·신경과학기술
아주대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 질환 치료」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주대 뇌질환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줄기세포와 척수 손상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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