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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성 사태’, 국회의원 학위논문 표절 어떻게 볼 것인가
‘문대성 사태’, 국회의원 학위논문 표절 어떻게 볼 것인가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4.23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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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발언’에 숨은 학계의 불편함 … 학위검증시스템 미뤄선 안돼

19대 국회가 문도 열기 전에 당선자들의 학위논문 표절시비가 잇따라 터지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표절 혐의를 부인해 오던 문대성 새누리당 당선자(37세, 부산 사하갑, 동아대 태권도학과 부교수,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진)가 지난 20일, 표절논란의 책임을 지고 탈당했다.

문대성 동아대 교수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위원장 이채성)는 이날 오후 “연구주제와 연구목적의 일부가 명지대 김모씨의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과 중복될 뿐 아니라 서론과 이론적 배경, 논의에서 기술한 상당한 부분이 일치한다”며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 표절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실험과정과 결과가 중요하지 이론적 배경은 다 인용하는 것 아니냐.” 문 당선자는 이보다 앞선 18일,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참고문헌을 달지 않은 것은 표절이 아닌 실수’라는 인식의 저변을 드러냈다. 문 당선자는 이날 동아대 교수직을 사임했다. 문 당선자는 그러나 “논문표절 의혹과 탈당 번복으로 인한 혼란으로 새누리당이 탈당을 권고했고 이를 받아들인다”고 했을 뿐 여전히 표절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선수 출신’이라고 연구윤리 면죄부 “안 될 말”

문 당선자의 표절 논란이 일파만파 번져가면서 학위논문에 대한 권위가 위협받고 있다. 선거철마다 특정후보를 겨냥한 학위논문 표절문제가 불거지지만 대학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는 비판이다. 대학의 연구윤리 전문가들도 논문 표절문제가 연구자 양심의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교수사회의 반성이 우선돼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표절시비가 일자 “참고문헌을 달지 않았을 뿐이지 표절은 아니다”라고 발뺌했던 문 당선자의 ‘충격 발언’에서도 학계의 관행을 읽을 수 있다.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지난 20일, 문대성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로 판명했다.

교수들은 우스갯소리로 “공직제의를 받으면 뿌리칠 것이다. 청문회를 통과할 자신이 없다”는 말을 한다. 교수들이 공직에 진출해서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묻어있다. 같은 맥락에서 교과부 산하 연구윤리정보센터의 이인재 서울교대 교수(윤리교육과)는 지도교수부터 연구윤리를 지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학위논문이 통과되면 샘플링만 조금 고치거나 압축해서 지도교수의 논문으로 (둔갑시켜) 학술지에 게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논문의 제1저자는 지도교수가 되고 원저자인 학생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다. 심한 경우 원저자인 학생 이름을 빼버리기도 한다. 모두 연구윤리에 어긋난다.” 이 교수는 ‘학계가 도려내야할 환부’에 비유했다.

『표절이란 무엇인가?』의 역자 정해룡 부경대 교수(영어영문학과)도 교수사회의 관행을 지적했다.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고 연구업적을 학교에 제출하면 논문의 생명은 거의 끝난다는 안이한 생각이 표절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학위논문의 표절문제는 지도교수의 자기검증이 우선돼야 하기에 이슈가 끝나면 논의도 멈춘다.

예체능계 학위논문심사의 관행은 이번 논란을 더 뜨겁게 달궜다. 예체능계 교수들은 대체로 문 당선자가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데 동정표를 던지면서도 논문표절은 연구윤리 차원에서 따져볼 일이라는 입장이다. 수도권 ㅅ대 체육학부의 한 교수는 “체육계가 전통적으로 메달지상주의에 매달려왔고, 학문후속세대를 배출하는 관점에서 일정부분 눈감아온 게 사실”이라면서도 “학자의 세계에서는 논문의 질이 떨어지는 것과 표절문제는 원천적으로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선수 출신 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평가와 임용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수의 조건 중 학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놔야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문 당선자의 석사학위를 지도했던 류병관 용인대 교수(태권도학과)는 “평생 운동만 하던 사람들에게 논문 외에 다른 영역에서 박사급 평가를 받을 수 있게, 경험치에서 나오는 독창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임용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불씨, ‘현직교수’ 국회의원들에게 옮겨붙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당선자의 표절사태는 대학의 학위검증시스템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한국예술과)는 연구윤리강령 같은‘구호’에 집착하기보다 엄격한 심사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학자들의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표절검색프로그램으로 사전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논문도 형식적 검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학위표절 논란은 2막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난 20일 문 당선자가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자 언론을 통해 상호 폭로전을 시작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들은 정세균 민주통합당·정우택 새누리당 당선자(각각 박사학위 논문), 강기윤 새누리당 당선자(석사학위 논문) 등이다. 이들의 학위논문은 인터넷에서 표절이 의심스러운 부분의 비교논문과 나란히 편집돼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논란의 불씨가 대학교수 출신 당선자들까지 옮겨 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현직 대학교수는 19명이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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