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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좋지만 방향 맞나… ‘취업준비학원화’ 우려
의도 좋지만 방향 맞나… ‘취업준비학원화’ 우려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4.23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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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지역대학 발전 방안’ 지역대 반응

‘지역대 시대’가 올까. 지난 16일 ‘지역대학 발전 방안(시안)’이 발표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역대학 관련 정책 방향이 대대적으로 그려진 것이다. 시안의 골자는 산학협력 확대와 편입학 축소 등이다. 그러나 정작 현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지난 16일 ‘지역대학 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하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일단 편입학 축소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종칠 신라대 기획처장은 “해마다 편입학으로 지역대학 2~3개 규모의 학생이 빨대처럼 수도권으로 빨려 올라간다”며 “지금 지역의 학생들이 다 빠져나가 지역 기업들의 인력 수급이 어렵다. 지역균형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나아가 “‘정원 외’ 편입학이라는 것이 논리적인 근거가 없다. 언제까지 이 편법을 허용할 건가”라며 더욱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손동학 충남대 기획처장은 “물론 학생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학교를 옮기지 못하게 되니까 단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편입학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한 지역대학 정원을 100으로 잡았을 때 20등까지 수도권으로 가버리면 학력수준이 ‘낮은’ 학생들로 채운다. 이는 연세대ㆍ고려대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로 가버린 학생을 그보다 학력수준이 ‘낮은’ 학생들로 채우지 않는가”라고 말한다. 연쇄 편입학으로 대학 서열이 강화된다는 뜻이다.

LINC, “의도는 좋지만 방향은 글쎄”

이번 발표를 통해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은 교과부의 최우선 지역대 육성 사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시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LINC사업 규모를 1천700억원에서 3천8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연구중심대학의 기술이전ㆍ사업화를 촉진할 ‘성과확산형 LINC’도 신설한다. 이 장관은 지난 브리핑 자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예산 확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역대학에서는 대체로 ‘좋은 의도인 건 알겠지만 옳은 방향인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김선희 전북대 기획처장은 “LINC사업으로 지역대학 학생들의 유출을 막겠다는 뜻은 좋은데 너무 급작스러워 대학 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QS세계대학평가는 연구 지표를 강조하고 LINC사업은 산학협력 지표를 강조하고, 교수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김 처장은 “교과부 사업들이 오히려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결과가 얼른 나오길 바라는 마음은 알지만 ‘빨리빨리’를 거두고 기초연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산학협력도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역대 문제, 어디서부터 풀어갈까

지역대 교수들은 이번 방안이 지역대를 살릴 방향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내비쳤다. 지역대학의 한 교무처장은 “‘지방대학 특성화 하면 산다, 경쟁력 가져라’라고 하는데 정책 만드는 사람도 자식이 대학 간다고 하면 서울로 보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한 부분을 간과하고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외치는 정부 정책은 극히 상식적인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기획처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백종국 경상대 교수도 “이번 시안은 대학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고 대책도 조삼모사의 수준이며 도리어 지역대학의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교과부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백 교수는 “교과부는 지역대학을 ‘이공계 취직을 위한 취업준비학원’으로 만드는 것이 지역대학 발전인 줄 믿고 있다”고 비판하며 “특성화를 말하지만 기존의 연구ㆍ교육중심 대학의 특성화 구조조차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지역 대학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까. 백 교수는 연구ㆍ교육ㆍ평생교육 특성화로 나뉜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모델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물론 “특성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도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손동학 충남대 기획처장은 “지역대학은 지역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지역에 우수한 대학이 있으면 지역이 발전하고 지역이 좋으면 지역의 대학이 발전한다”며 “지역의 대학은 지역에서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책을 계속 만들기보다는 좋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선희 전북대 기획처장은 “BK21이 끝나서 지방의 포닥(박사 후 연구원)들이 다 서울로 올라간다. BK21은 그 어떤 사업보다 대학원생 인력 수급하는 데 제일 좋은 사업이었다. 잘 되는 것은 단점을 보강해서 계속해 나가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희연 기자 gom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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