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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640호, 2012.4.16)
새로나온 책(640호, 2012.4.16)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04.18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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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 감시의 시대, 아르망 마틀라르 지음, 전용희 옮김, 알마, 328쪽, 17,500원 파리8대학 명예교수인 저자는 쿠데타가 일어난 칠레에서 추방당한 경험을 지닌 문제적 인물이다. 이 책은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과 '사생활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설, '공공안전'의 목적과 '개인의 본질적인 권리' 수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설을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19세기 후반 군중심리학에 의해 정의된 사회운동이나 움직임에서 대중에게 낙인을 찍고 위조 불가능한 신원을 부여하는 지문 사회가 일반화돼가는 과정부터 살폈다. 또한 국제 신분 확인 시스템의 비약적인 발전 상황을 분석했다. 통제하기 위한 수단을 만드는 현대 기술사회를 깊게 진단한 책이다.

■ 논리철학론, 비트겐슈타인 지음, 곽강제 옮김, 서광사, 200쪽, 19,000원 비트겐슈타인이 생전에 출판한 유일한 저서인 이 책은 20세기에 간행된 중요한 철학서의 하나로, 러셀과 프레게 등 선배 철학자들이 탐구한 철학적 성과들을 압축해서 담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 책의 목표는 사고에 한계를 설정하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사고가 아니라 사고의 (언어적) 표현에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명제 1~7까지의 주요한 명제를 최초의 출발점으로 해서 나무의 일곱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구조로 편성돼 있다. 1922년의 초판에 버트런드 러셀이 썼던 '머리말'(해설)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프랑수아 니네 지음, 조화림?박희태 옮김, 예림기획, 304쪽, 18,000원 다큐멘타리 감독이자 프랑스 3대학에서 영화미학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영화적 재현의 미학적 분석과, 영화를 만드는 세계와 영화 속의 세계를 연결하는 개념들의 실용적 분석을 토대로, 현실세계와 상상계들, 그리고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혼합하고 구분하는 방식들을 명확히 밝혀보고자 시도하고 있다. '현실세계=참', '픽션=거짓'이라는 순진한 방정식을 뒤엎고,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에 관련해 가장 일반적이고 잘돗된 극단적인 믿음을 해체하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V.S.라마찬드란 지음, 박방주 옮김, 알키, 476쪽, 23,000원 리처드 도킨스가 극찬한 뇌과학 분야의 개척자 라마찬드란 박사의 역작. 인간이 신의 피조물인가, 아니면 진화한 원숭이인가라는 화두는 과학계와 종교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저자는 '인간은 짐승이라는 육체 속에 갇힌 천사'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도대체 왜 인간이 특별한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기 위해 오랜 시간 철학적 사색과 과학적 탐구를 해왔다. 신경과학계의 마르코 폴로로 일컬어지는 저자는 복잡한 이론이나 수식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그의 주장을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의 뇌는 원숭이의 그것과 달리 엄청난 진화를 거듭했고, 그 결과 어떤 종도 따라올 수 없는 지적 능력을 갖게 됐다는 것. 결국 인간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이 '뇌'의 진화다!

■ 實學思想, 기세춘 지음, 바이북스, 1,008쪽, 50,000원 재야 학자 기세춘 선생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실학사상 개론서다. 봉건 조선사회를 혁신하고자 했던 선각자들의 고민과 사상을 총정리했다. 한백겸, 이수광, 허균, 김육, 김만중, 유형원, 이익,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최한기 등 조선 실학자들이 남긴 글을 종교, 철학, 정치, 경제, 사회, 문학, 과학 등으로 정리하고 다시 주제별로 요약해 분석함으로써 시대적 소명으로서의 실학사상이라는 큰 줄기로 관통하게 했다. 실학자들이 품었던 거시적 혁명적 사상을 총망라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어내고자 했다.

■ 예나 체계기획 Ⅲ-자연철학과 정신철학, 헤겔 지음, 서정혁 옮김, 580쪽, 35,000원 이 책은 헤겔이 예나 시기에 자신의 철학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상하면서 쓴 미발표 원고들 중 하나다. 헤겔은 이 책에서 당대의 자연과학적 지식, 철학적 지식 등을 망라해 자연철학과 정신철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 빛과 색, 여러 가지 운동, 유기체와 같은 여러 자연적 현상들뿐 아니라, 가족과 사랑, 노동과 도구, 언어, 법과 권리, 범죄와 형벌, 인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헤겔이 전개하고 있는 논의는 이후에 그가 펼쳐 놓을 철학적 문제의식과 그 체계를 압축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 융합이란 무엇인가, 홍성욱 엮음, 사이언스북스, 240쪽, 15,000원 책의 부제는 '융합의 과거에서 미래를 성찰한다'다. 현재 병목에 걸린 채 답보 상태에 있는 우리 사회의 융합 논의의 숨통을 뚫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됐다. 융합 연구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성까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국내 소장 학자 8인의 융합 논의를 담고 있다. 모든 융합의 기초가 되는 '지식 융합'의 본질을 역사적, 철학적, 사회학적, 정책, 자연과학적 관점 등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 있는 이들의 연구는 융합을 이해하는 통합적인 설명 체계와 모델을 제공해 줄 것이다.

■ 자발적 복지사회, 김경동 지음, 아르케, 384쪽, 22,000원 이 책은 '자발적 복지사회'의 이념을 둘러싼 자원봉사와 나눔의 철학적 가치와 사회학적 의미를 다룬다. 자원봉사와 나눔의 이론을 동서양을 넘나들며 비교적 소상하게 소개한 점은 이 책이 지닌 미덕이다. 학술적인 접근과 아울러 실천을 위한 아이디어들도 충실하게 소개해 시민사회 현장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얻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험적 연구보고서나 실증적 연구논문 또는 개론서가 주종을 이루는 관계 분야에서, 이 책은 이론과 실천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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