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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2002 하계 대학총장세미나 및 임시총회
[현장스케치] 2002 하계 대학총장세미나 및 임시총회
  • 교수신문
  • 승인 2002.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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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10 21:07:35
가중되는 학생 모집난, 부작용을 겪고 있는 학부제 및 모집단위 광역화, 악화일로의 지방대 재정난 등으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탓일까.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김우식 연세대 총장)가 4일부터 6일까지 제주도에서 ‘대학 경영혁신 전략 및 새로운 리더십’을 주제로 개최한 ‘2002년 하계 대학 총장세미나 및 임시총회’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던 전국 대학 총장들이 교육현안들에 촉각을 세우며 발언하기 시작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정책과 지원정책에 대학들의 관심이 지대한 만큼, 첫째날의 ‘부총리 기초연설 및 총장과의 대화’는 이번 총장 세미나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전국의 총장들과 한자리에서 대면한 이상주 부총리는 혼선을 빚고 있는 학부제, 코앞으로 다가온 고등교육시장 개방, 신입생 부족 문제 등 대학의 주요 관심사에 대한 정부당국의 입장과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안들이 복잡한 만큼 교육당국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상황, 앞다투어 날카로운 질문과 교육부의 신중함을 요구하는 건의들이 쏟아졌다.

‘전공예약제’를 둘러싼 논쟁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가 “단순히 여성교수의 채용을 권장한다고 하는 것은 현란한 수사에 그칠 뿐이다”라면서 “권장과 더불어 인센티브가 있어야 할텐데,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정책은 무엇인가”로 되묻고, 이 부총리가 “인센티브 제공에 대해 한번 연구해 보겠다”고 응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학부제 및 모집단위광역화에 따른 부작용의 해결책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한시적 전공예약제 운영’에 총장들은 각기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전공예약제 도입을 주장한 것과 달리 몇몇 대학 총장들은 전공예약제를 운영하면 그나마 이뤄진 학부제 및 모집단위광역화의 성과들까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영 성결대 총장은 “교육부의 방침대로 한시적으로 전공예약제를 시행한다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며 더 이상 학부제를 진행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지난해 신설된 정보통신대학원 대학의 학부과정도 쟁점이 됐다. 지난해 국·사립대 총장들의 뜻을 모아 정보통신대학원 대학 학부과정 신설에 강하게 반대했던 이광진 충남대 총장은 “당시 교육부가 우리 주장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학부과정이 신설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교육부의 미지근한 대응방식에 책임을 물었다. 이에 서남수 대학지원국장은 “대학원대학이 학부과정이 없는 대학원으로 규정된 만큼 학부 신설을 반대하긴 했지만, 당시 정통부가 법령 검토를 치밀하게 한 이후 대학설립준칙주의에 의거해 법인 차원에서 학부대학을 세워 어쩔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첫째날이 부총회의 발언에 상당부분 초점이 맞춰졌다면, 둘째날 이뤄진 분과별 주제발표에서는 입장이 강한 주장들이 잇달아 제기됐다. 조정원 경희대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수업적평가제나 연봉제 등과 같은 경쟁체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하며, 대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학과 통폐합, 교육과정 운영, 특성화를 고려한 학사 구조조정과 저비용 고효율의 행정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수들의 연구비 확충이 연구중심대학 발전의 주된 쟁점이 되기도 했다. 이광진 충남대 총장은 “전국 각 권역별로 20개 내외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선정하고 연간 5천억원씩 10년 동안 총 5조원의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국문했다. 또 “연구중심대학의 외부연구비 수혜액을 2007년까지 교수 1인당 연간 2억원 이상으로 확충하고, 교수 1인당 학부 학생수도 15명 이내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연구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수 1인당 연 4편 이상의 논문을 국제 수준의 학술지에 게재할 수 있도록 연구 역량을 강화하자”라고 제안했다.

이공계 기피문제에 대한 대안 모색도 빠질 수 없다. 박찬석 경북대 총장은 교차지원억제를 통한 우수 이공계 학생 선발을 우선 전제한 뒤 “대학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이공계 전공학생 30%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대학원생에게는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요구했다.

한라대 총장, 사립학교법 개정 요구

한편 셋째날 ‘대학 경영혁신 사례발표’에서는 이창훈 한라대 총장이 사립학교법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 총장은 “제왕적 사립학교법의 존재로 인해 더 큰 성과를 산출할 수 없었다”라면서 “현행의 사립학교법은 사학재단이 대학에 재정적 기여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 대학교육과 행정 전횡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현행 사립학교법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대학설립자 또는 재단 이사장의 가족 중 한사람이 총장 노릇을 하는 것이 낫다”는 등 반어적 표현을 사용해 재단의 전횡에 휘둘리는 사립대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줬다.

제주 =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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