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9:20 (화)
20년지기 독자들이 말하는 <교수신문>
20년지기 독자들이 말하는 <교수신문>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4.17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들이 계셔서 아름다운 20년이었습니다

“벌써 20년이나 됐나요? 처음 본 게 엊그제 같은데…….” 한 20년 독자의 말이다. 그동안 그는 강사에서 전임 교수가 됐고 <교수신문>은 격주 8면에서 매주 12면 체제로 바뀌어 어느덧 640호를 맞았다. 짧지 않은 20년이란 시간을 물심양면으로 <교수신문>을 지원해 준 20년지기 독자를 만났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창간호를 구독하기 시작했을 때 막 교수에 입문했다. 그런 그가 <교수신문>을 구독한 동기는 특별한 게 아니다. “뭐 교수들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요. 자기 연구실에 박혀서 연구만 하고, 좀 더 나와서 한다는 게 공동연구, 학회고. <교수신문>이 서로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교수라는 직종을 가진 사람들끼리 여론을 형성하고 목소리를 교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수신문>을 읽어온 것이다.

정년퇴임한지 이제 6년이 된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는 20년 전 “독자도, 투고자도, 기고자도 교수니까 당연히 교수들이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구독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 때가 50대다. 절정의 나이에 정신없이 연구에 매진하던 그는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이자 아시아구석기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원로 교수가 됐다.

교수사회는 그동안 많이 변했다. “지금은 서로서로 질시하기만 하고 그래요. 물론 조직에 같은 생각만 있을 수 없죠. 옛날엔 그래도 서로들 함께 풀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퇴임한 지금까지도 교수들끼리 부부동반으로 잘 놀러 다니고 그러는데 요새 교수들은 퇴임 전부터 사이가 벌어져 있어요. 좋지 않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는 <교수신문>이 교수들이 갖춰야 할 인격적인 자질도 다뤄 교수사회를 좀 더 인간적으로 바꿔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인다.

남송우 부경대 교수(국문학)도 <교수신문>을 20년 동안 지켜봤다. 가장 좋았던 기획을 묻자 그는 2005년부터 한동안 별쇄본으로 나온 <비평> 지를 꼽았다. “신문이라는 매체가 그런 깊이 있는 비평 담론을 기획해서 모은다는 게 쉽지가 않은데 신선한 시도였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가 격주로 연재하는 생물학 이야기가 재밌다며 꼭 챙겨보고 있다. 인문학 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학문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좋다고 한다.

박인찬 숙명여대 교수(영어영문)는 서평 문화가 얇은 우리나라 문화에서 <교수신문>이 서평 문화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시기적절하게 교양교육 등 논란의 중심을 짚어 시사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쓴소리도 있다. “전에 비하면 쟁점 중심의 기획이 너무 적어졌어요. ‘대학이 무엇인가’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더 해야 해요. 지금 대학의 존재 의의를 짚지 않으면 대학이 그냥 논문 생산하고 연구비만 타먹는 집단으로 비춰질 겁니다.” <교수신문>이 의제를 제시하고 논란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돈문 교수는 비판적인 정론이 될 것을 요청한다. “대학 사회가 사설 학원처럼 만들어지고 있고 국가 정책이 잘못 나가고 있는데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합니다. <교수신문>은 교수들의 소통공간인 동시에 언론이니까 잘못된 방향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실질적으로 교육정책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죠.”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법학)는 좀 더 구체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교수신문>은 예전부터 다른 신문보다 대학 민주화와 학원의 자유에 많은 목소리를 내 왔고 저는 여기 상당히 동의해 왔습니다. 지금 대학이 신자유주의 경쟁 논리에 빠져 있는데 대학에서 시장주의를 분리해내고 자유가 숨 쉬는 아카데미즘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1992년부터 2012년, <교수신문>도 교수사회도 한국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년 동안 숨 가쁘게 우리 사회와 동고동락해 온 <교수신문>의 동력은 바로 독자들에게 있다.

지난 1992년 4월 15일자 창간호 한켠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지난해 겨울, 찬서리 밟으며 시작한 <교수신문> 창간작업이 4개월의 산고를 거쳐 이제야 제 모습을 드러낸 데는 적지 않은 분들의 정성과 땀이 배어난 것. …2월 신문사 사무실에 입주하기 전에는 대학 연구실을 전전하면서 연구실 조교들에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도 했으나 사비를 털어 도와주시는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협조와 노력에 감격.” <교수신문>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그 시절의 따뜻한 진정이다.

김희연 기자 gomi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