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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 재정만으론 못풀어 … “교육여건 개선 기회다”
‘학령인구 감소’ 재정만으론 못풀어 … “교육여건 개선 기회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4.17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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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_ 학령인구 절반으로 떨어지는 2030년

누가 ‘2030호’ 열차에 올라탈까. 학령인구 ‘반토막’까지 스무 해가 채 남지 않았다. 지난 13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내놓은 ‘고등교육 충원율 전망’은 대학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직능원에 따르면 2030년 고등교육기관의 학령인구는 41만명이다. 2012년(69만명)의 59.4% 수준이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는 학령인구 감소가 ‘올해부터 시작됐다’고 내다봤다.  

일러스트 이용호

직능원의 분석은 조금 더 피부로 와닿는다. 대학이 2030년까지 입학정원을 대폭 줄이고, 외국인 학생과 평생학습자들을 충분히 흡수하더라도 20~30%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출발역을 떠난 2030년행 열차에 누가 올라탈 수 있을지 대학전문가 10명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일단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이미 ‘공룡화’된 대학의 ‘슬림화’ 즉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구조조정을 정부주도로 할지, 교육시장에 맡길지는 의견이 다소 갈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대와 기초학문의 소멸을 막아내는 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같은 의견을 냈다. 이미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권 아래 놓인 지역대는 역발상으로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대학들 “여전히 위기 못 느낀다”

대학 구조조정의 경우 큰 틀에서는 수도권과 지역대를 나누고, 세부적으로는 소수정예와 특성화 쪽으로 맞춰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문용린 한국교육학회장은 “입시문이 넓어졌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과 원하는 학과를 골라서 가게 될 것이다. 공급자(대학) 중심에서 수요자(학생) 중심으로 대입판도가 뒤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를 대학재정에 국한해 풀어가려는 대학의 인식에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대학이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게 문제”라는 민경찬 교육역량강화사업관리위원장(연세대·수학과)은 대학이 위기의식을 발판으로 스스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임기 중의 현안처리에 골몰하는 대학총장을 겨냥했다. 문 회장도 “대학이 정부로부터 받은 재정을 마치 총장이 ‘돈 많이 따 온 것처럼’ 공을 돌린다. 업적쌓기식 재정운영은 위기를 헤쳐 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입학생 수가 줄어든 만큼 등록금 수익이 줄어 대학을 운영하기 어렵다’라는 도식화된 위기의식에 대한 지적은 되새길만하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요구하는‘지표 올리기’에 보직자 전원이 매달리는 대학가 현실에서는 나름의 특성화 사업에착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국내대학들의 수세적인 운영방식은‘특성화’조차 정부 재정지원에 기대어 왔다는 평이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전문위원은 대학이 먼저 지역사회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제는 대학이 지역과 지역산업을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래야 학생들도 지역대에 지원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체 혹은 일자리와 연결되지 못하면 학생들은 발길을 돌릴 것이다.”

문 회장은 보다 현실적인 예를 보여줬다. “신설학과를 더 만들기보다 도덕·인격적인 특성화가 접목돼야 할 시기다. 예컨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A대는 ‘리더십 법관’, B대는 ‘판·검사 등 법조인 양성’, C대는 법학자를 양성하는 식의 특성화다.” 문 회장은 대학의 특성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입학설명회에서부터 연구자, 학자가 되겠다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를 지원하면 다른 대학으로 안내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대학부터 정원조정 해야

전문가들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사회의 핵심과제이자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정부정책의 문제를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양극화를 꼽았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국가균형정책의 실패로 인한 불균형 발전의 여파를 지역대가 떠안아 왔다. 지역대 정원미달 문제의 핵심은 여기 있다”며 “정부는 오히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정원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규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은 지역대도 대학원을 육성해야 선순환이 이뤄질 거라고 내다봤다. “지역대에 학부만 남겨두면 지적자극이 없어 유명한 학자들이 꺼려할 것이다. 유명한 학자들이 많이 포진돼야 학생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을 수 있다.” 한편 김 본부장은 굳이 신기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빠르게 변하는 연구트렌드가 나날이 중요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의 “국제적 연대와 네트워크로 해외 공동연구 과제를 많이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학과 정부 각각의 역할분담을 주문했다. “대학은 자체평가와 자체인증을 강화하는 등 교육의 질을 다져가야 한다. 정부는 일자리와 연결성이 떨어지는 ‘기초 학문분야의 연구소’를 보호·육성하는 쪽으로 투자하면서 인력순환 생태계를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2030년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의 미래에 어떤 선악과로 작용할까. 대학은 지금 ‘변해야 산다’는 절명의 과제에 놓였다. 황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장의 분석은 위기를 기회로 극복할 하나의 돌파구다.

“학령인구 감소를 재정 감소로만 접근하지 말고, 교육여건 개선으로 보자. 자연감소분에 따라 한시적으로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줄고 소규모 강좌 수가 늘 수 있다. 학생 규모가 적어지면 내실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할 기회가 많다. 대학은 지금부터 대학의 규모를 어느 수준까지 줄여나갈 것인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획에 참여한 ‘대학전문가 10인’(가나다 순)
길용수 한국사학진흥재단 감사팀장, 김덕규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김선희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장,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전문위원, 문용린 한국교육학회장, 민경찬 교육역량강화사업관리위원장,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선임연구위원, 황인성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학정보공시센터장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2030년’에 무슨 일이?
대학 입학 정원과 18세 인구 추이.

통계청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의 학령인구는 지난 2009년 약 63만 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69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21년 51만명, 2030년 41만 명으로 지금의 59.4%까지 줄어든다. 학령인구‘반토막’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사회적으로 2030년은 ‘저출산 고령화’의 꼭지점으로 다뤄지기도 한다. 고령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고용불안정이 저출산을 부추기면서 경제가 위축되는 반면 사교육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대학의 역할과 위상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은 차츰 학생 취업과 연관된 산학협력과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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