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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게도 먹었던 오징어
질리게도 먹었던 오징어
  • 김승현 경남대·토목공학
  • 승인 2012.04.09 14: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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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김승현 경남대 토목공학

내가 지원했을 당시 경남대 토목공학과에는 상하수도공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상하수도 실험실도 없었다. 물론 필요한 실험도구와 실험장치도 없었다. 학생들은 동료교수의 도움을 얻어 화학과에서 실험을 했었다. 그러다 실험실이 배정되고, 비워진 공간을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실험실 꾸미는 데는 학생들의 도움이 컸다. 나는 손재주가 없다 보니, 실험장치를 다루는 일에 서툴다. 그런데 내 실험실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신기하게도 (내 눈에는) 대부분 기계, 전기장치를 다루는데 익숙했다. 내가 손을 댔으면 조잡해졌을 실험장치들이 학생들의 손을 거치면 간결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대부분의 토목공학 전공자와는 달리 나는 물리, 생물보다는 화학에 더 친숙하다. 박사학위 주제도 ‘알루미늄 염을 사용한 하수로부터 인의 화학적 제거’다. 알루미늄 화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귀국 당시 국내에는 ‘화학적 인 제거’가 그리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어서 알루미늄 염을 응집제로 사용하는 정수처리에 초점을 맞춰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다 지역적으로 해안지역에 위치한 근무환경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수관련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은 해수담수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일전에 학생들과 동해안으로 M.T를 간 적이 있다. 속초의 한 콘도에 도착한 후, 저녁만찬을 위해서 속초 출신 학생에게 해산물을 사오게 했더니, 오징어만 잔뜩 사왔던 기억이 난다. 그 학생덕분에 그 날 우리는 오징어를 정말이지 질리게 먹었다. 회로 먹고, 데쳐 먹고. 아마 그 학생은 자기 고향을 찾은 선생과 친구들에게 지역의 대표 해산물인 오징어를 푸짐하게 대접하고 또 자랑하고 싶었던 욕심에 그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는 다른 해산물도 많은데 왜 오징어만 사왔냐고 타박했지만 그날 이후, 그 기억은 내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해수관련 연구를 시작하지 않을 때인데, 지금 해수담수화 연구를 하는 것을 보니 이래저래 바다와의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추구하기 보다는 한 가지 분야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실험실 문을 두드리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 이제껏 세상이 알아주는 성공을 성취한 적이 없다 보니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 그래서 우선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다른 기관과의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학생들은 선생을 통한 일방적 지시보다는 또래의 학생 내지는 연구원들과의 수평적 교류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더 쉽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발적인 연구습관을 익히게 된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제 마라톤 출발점에 섰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이들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세상에 ‘오르지 못할 나무는 없다’는 사실을. 그게 내가 실험실을 찾은 학생들에게 보답하는 길이자, 사회적 책무라 생각한다. 학생들이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사진 왼쪽부터 이용진(학부생), 허용(학부생), 민충식(연구원), 김승현 교수, 김치성(석사과정), 이태민(석사과정), 이호열(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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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소년 2012-04-18 18:53:57
잘읽었습니다. 교수님^^

닉네임을 보면 누구인지 아실까해서 올렸습니다.
답찾는데 시간이 걸릴수도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