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0:15 (목)
"고전번역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586억원"
"고전번역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586억원"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2.04.04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번역 수요가치 전략 공청회 개최

고전번역사업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586억 원에 이른다는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고전번역원(원장 이동환)은 지난 22일 오후 3시 한국언론진흥재단(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고전번역의 수요·가치창출·국가브랜드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번 공청회에서는 한국문화경제학회에서 2011년 수행한 연구과제인 '고전번역 수요조사 분석 및 성과측정모델 개발 연구'(연구책임자 조성남 이화여대 교수)의 결과를 중심으로 그동안 고전번역사업의 효과성을 진단하고, 고전번역의 수요 및 가치, 고전번역의 문화콘텐츠로서의 활용방안 등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 자리여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다양한 고전적 번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청회에서 확인됐듯, 고전번역의 경제적 가치는 우리 사회가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근거가 된다.

이날 공청회에서 심성욱 한양대 교수(광고홍보학)는 「고전번역의 경제적 가치와 국가 브랜드화 전략」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고전번역사업의 설문조사를 통해 가구당 연간 약 3천340원 정도를 지불할 용의가 있음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연간 약 586억원의 가치를 지닌다”라고 밝힌다. 하지만 “고전번역사업의 주요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의 2011년 예산은 126억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고전번역이 한류의 중심으로 서기 위해서는 정부와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는 「고전번역의 활용-창작활동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통해 창작활동 종사자들의 고전에 대한 관심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하며 “젊은 창작활동 종사자가 한글로 된 고전의 수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대안으로 고전번역의 속도와 양에 대한 획기적인 증대가 우선시 된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 발표된 내용 가운데 '고전번역과 관련된 학문적·제도적 문제점' 부분을 발췌, 수록한다.

□ 학술적 활용: 한국고전번역의 학술적 활용은 분명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번역된 자료들의 DB화가 진척되면서, 그 활용추세가 증가함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문사철로 대표되는 인문학분야에서 주로 고전을 활용했다면, 현재 추세는 전통적인 인문학의 범위를 넘어서서 그 성과를 내고 있다. 크게 보자면, 여기에는 사회과학 분야와 자연학ㆍ기술공학 및 예체능 분야의 학문이 포함된다. 이들 학문에서는, 설령 한국의 전통사회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과거에는 한문이라는 장벽에 막혀서 고전을 통해 연구성과를 축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번역의 활성화와 DB화는 한문해독능력을 떠나서 고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주었다. 이는 학문적 차원으로 보자면 그 학문의 연구범위와 성과를 넓혀주는 일이 됐으며, 고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번역고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고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조선왕조실록 등 이미 DB화가 이뤄진 번역물들은 최근 성과 등이 빠르게 업그레이드돼야 하며, 또한 다양한 서비스를 증가시켜야 한다. 또한 새롭게 번역된 고전도 현재 컴퓨터화된 연구추세에 맞춰, 가능한 빠르게 전산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대개의 경우, 번역이 이뤄져도 이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히 새롭게 수요가 창출되는 분야의 학문에서 더 두드러진 현상이다.

새롭게 번역이 활성화돼야 하는 분야는 지방사 자료, 개인문집, 특정관직, 생활사 자료, 여성 관련 자료, 민간 풍속 등의 생활관련자료 등이다. 거시적이고 제도적인 연구성과들이 축적됨에 따라, 구체적인 사항으로 연구가 더욱 정밀하게 진척되거나 일상적인 삶의 모습에 대한 연구로 호기심이 이동한 까닭이며, 이와 같은 연구작업을 통해 당대 생활 자체의 복원에 연구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연과학과 기술공학, 예체능 관련 학문분과에서 고전번역에 관심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번역 역시 중요하게 취급돼야 한다.

□ 학문후속세대: 고전번역에 대한 장기적인 소비는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여부에 달려있다. 특히, 고전번역에 대한 수요가 최근 증가하는 분야의 학문에서 젊은 학술종사자들이 쉽사리 고전번역물에 접근하여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다각도로 요구된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번역물을 활용한 연구성과를 인정하고 이를 고무하는 방향으로 학계의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사항이며 또한 한국고전번역원 혼자만의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단기적인 차원에서는 DB화된 고전번역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여야 한다. 고전번역에 대한 정보 미비로 번역된 고전의 활용 자체를 포기하고 더나가 연구방향 자체를 변경해버릴 수 있다. 또한 DB활용도라는 차원에서 사용자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DB와 전산화에 국한된 논의이지만, 현재의 인터넷 활용도를 고려할 때, 적극적인 투자와 개발이 요구된다.

또한 고전과 그 번역을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강좌를 개최하여, 기존학계, 학문후속세대 그리고 일반인에게 고전번역을 알리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고전번역교육원 등을 활용하거나 각 대학ㆍ박물관 등과 연계하여 학문적 연구가치의 필요성 등을 알려간다면, 장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문후속세대가 고전번역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 고전번역전문가 양성: 고전번역가 양성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안정적인 진로의 제공이다. 한국고전번역이 지닌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번역가의 진로 안정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그 대책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연구ㆍ개발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번역료의 인상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번역만으로도 생계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학계의 수요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번역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번역가 역시 전문적인 분야로 특화돼야 할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과정에서 자신의 분야를 특화할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번역의 방향성 문제와 자문인력의 풀도 다양화하고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추진안으로 잡혀있는 ‘(가칭)한국고전번역대학원’ 과정의 설립과 운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공신력있는 기관이 설립됨으로써, 현재 몇 개 대학에서 운영중인 대학원 고전번역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고전번역가에 대한 긍정적인 상을 심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고전번역가양성의 다양한 문제점이 기관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될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국민들에게 고전번역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