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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소개 책자 만들어 봤나요
전공소개 책자 만들어 봤나요
  • 조성구 동국대·산업시스템공학
  • 승인 2012.04.02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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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조성구 대한산업공학회장(동국대 부총장)
얼마 전 2012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언급했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누적가입자가 4천만 명을 넘어 섰다. 해외 사용자는 8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대표 어플리케이션으로, 스마트폰 사용자들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의 설립자(김범수), 사장(이제범), 개발팀장(김지호) 모두가 산업공학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범수 카카오톡 이사장은 네이버와 한게임을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을 새로 이끌고 있는 티모시 쿡도 산업공학 출신이며, SK텔레콤과 SK C&C 대표를 역임한 SK(주) 김신배 부회장도 산업공학 출신이다.

공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가장 대중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 분야가 바로 산업공학이며, 공학의 제반 분야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주변 학문을 아우르는 융복합적 성격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학문이 바로 산업공학이다. 이렇듯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에서 산업공학도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산업공학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학문이다.

필자가 작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산업공학회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산업공학을 대중에 다가가는 학문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일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기획된 대표적 사업이 일반인들에게 산업공학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한 책자를 발간하는 것이다. 이미 2년 전에 『공학의 마에스트로, 산업공학』이란 책자가 발간돼 일반인들의 산업공학에 대한 이해 증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고교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진로선택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는 후속으로 산업공학이 다루는 실제 문제들을 흥미롭게 소개하는 『재미있는 산업공학』이라는 책자가 발간될 예정이다.

산업공학이 얼마나 실생활과 밀접한 재미있는 문제들을 다루는 학문인가는 다음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다. ‘퀴즈쇼 문제’(Quiz Show Problem)는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 IQ를 가진 사람으로 등재돼 있는 Marilyn Savant양이 담당하고 있는 Parade잡지의 ‘Marilyn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칼럼에 실린 문제다.

“만일 당신이 퀴즈쇼에 출연해서, 세 개의 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그 안에 있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자. 하나의 문 안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문 안에는 염소가 있다. 당신은 문 하나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1번 문이라고 하자. 문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아는 사회자가 나머지 문 중에서 하나, 예를 들어 3번 문을 열었는데 그 뒤에는 염소가 있었다. 그런 후 사회자가 당신에게 2번 문으로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사회자가 문을 바꿀 기회를 주면 항상 바꾸는 것이 차를 받을 확률을 높인다.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해내는 학문이 바로 산업공학인 것이다.

고교생들의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 공대 여러 교수들과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IMF 금융위기 때 40·50대 직장인들의 명예퇴직 현상 등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에게는 의사, 약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게 함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라는 데 대체로 이견이 없었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음으로써 장차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목소리로 나왔다. 

그러면 이러한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대중에 다가가는 학문 만들기가 한 가지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는 흔히 자기 PR시대라고 한다. 학문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이해하고 필요성을 느끼는 학문이라면 자신의 자녀들에게 진학을 권장하지 않을 리 만무하다. 생산관리, 물류관리, 품질관리, 정보시스템, 인간공학, 경제성공학, 생산시스템공학 등 산업공학은 모든 회사에서 필수적인 분야들을 미시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시스템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멀티플레이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점점 많은 회사들에서 산업공학 출신 CEO들이 탄생하고 있으며, 이공계 기피 현상을 타파하는 돌파구로서 산업공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시될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와 산업공학 동료교수들이 대중에 다가가는 학문 만들기에 지금도 노력하는 이유이다.

조성구 동국대·산업시스템공학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3대학에서 박사를 했다. 동국대 공과대·정보산업대 학장을 지냈다. 현재 동국대 부총장, 대한산업공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공학경제』 등 다수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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