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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동대 이사회 ‘자진폐쇄’ 논의 … 벽성대 신입생 모집 ‘허덕’
건동대 이사회 ‘자진폐쇄’ 논의 … 벽성대 신입생 모집 ‘허덕’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4.02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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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의 선택은?

교과부가 시행해온 ‘학자금 대출제한 및 재정지원 제한 정책’의 파급력이 2년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년 연속 ‘대출제한대학’에 이름을 올린 건동대와 벽성대가 ‘수습불가’의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구성원들의 성토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학사관리 등 부정·비리가 적발된 이들 대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행정소송’이라는 역풍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건동대 이사회는 ‘학교 폐쇄’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벽성대는 보훈청과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수십억원대의 장학금 반환을 요구받고 있다.

건동대= “진퇴양난이다.” 익명을 요청한 건동대 한 교수의 일갈이다. 최근 감사원, 교과부 등의 전방위적 압박과 구성원들의 잇단 소송으로 의사결정의 선택지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지난해 여름 감사원 감사에서 건동대는 출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무더기로 학점·학위를 남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정 학점·학위 위반으로 감사원에 적발된 학생은 80여명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초부터 총장을 면담하면서 대학이 학위와 자격증을 취소할 경우 소송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건동대는 지난 2007년 폐과를 이유로 교수 9명을 한꺼번에 해임시키면서 이미 소송에 휩쓸린 적이 있다. 패소한 건동대는 이 교수들에게 1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비용(부당해고)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에서 적발된 학생들의 학점·학위를 취소할 경우 더 큰 소송 부담을 떠안게 된다. 특히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졸업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추가 감사가 이뤄지면 더이상 ‘수습불가’의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교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건동대의 한 교수는 “감사원이든 교과부든 시간제 강의(학점은행제 방식)의 ‘이면계약’까지 감사가 들어오면 대학은 수습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계속되는 교수들의 이탈도 건동대의 회생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올초만 6명이 다른 대학으로 옮겨갔다. 문제가 된 사회복지학과는 전임교수 3명이 모두 대학을 떠났다. 이들 교수 중 2명이 초빙교원 신분으로 강의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과학부(1명), 행정학부(1명), 안경공학과 학과장도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지난해까지 건동대의 전체 전임교수는 27명이었다.

건동대 교수들에 따르면, 건동대 학교법인 백암재단(이사장 김동한)은 지난달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학교 폐쇄’까지 검토했다. 이번 학기가 끝나는 8월 30일 학교 문을 닫기로 했다. 건동대 법인 관계자는 그러나 “이사회에서 대학운영 방안을 논의한 건 맞지만 (학교 폐쇄와 관련) 결정된 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건동대는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2년 연속 선정된 지난해에는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에도 이름을 올려 ‘퇴출 1순위’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시기 교과부 행정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정원 50% 감축’이라는 철퇴까지 맞았다. 사면초가에 빠진 방열 건동대 총장은 체육특성화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벽성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이른바 ‘주말반’으로 전문학사를 주는 대규모 ‘학위장사’가 적발됐다. 총 1천 400여명의 학생이 주말반으로 학점과 학위를 땄다. 13개 학과 가운데 10개 학과가 학위장사에 연루됐다. 감사원은 학생들의 학위를 취소시키고 담당 교수와 직원 13명을 중징계 할 것을 지시했다. 총장은 ‘교비횡령과 고등교육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감사원 이행사항을 벽성대 측에 전달했다. 계고기간 2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벽성대는 졸업생 300여명 가운데 7명만 학위를 취소한 것으로 교과부에 보고했다. 문제는 이들 학생들에 대한 사회복지사 자격증 발급이 늦어지면서 터져 나왔다. 지난달 7일 보건복지부 위탁기관인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벽성대 졸업생 중 260명의 자격증 지급을 ‘보류’한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졸업생 50여명은 지난달 중순 교학처를 항의 방문했다. 교무처장은 지난달 23일 보직사표를 제출했다. 

벽성대는 학위와 자격증을 취득한 졸업생들에게 사이버강의로 강의시간을 메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버강의로 메우기엔 만만찮은 시간이다. 벽성대는 지난 4~5년 동안 일부 학생들이 토요일 7시간짜리 수업을 7번 받으면 20학점을 인정해줬다. 한 학기 15주·300시간을 50시간으로 떼웠다. 2년이면 무려 1천 시간을 이수하지 않은 셈이다. 산술적으로 학생들은 대략 3학기 분량을 사이버강의로 이수해야 한다. 

류형선 벽성대 기획처장은 “지난 겨울방학에 사이버강의를 했고, 지난달부터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안내문을 발송해 등록시키고 있다”면서 “사이버강의로 보강하면 올해 말까지 수업일수가 채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그러나 “감사에서 적발된 자격 취소 대상자 1천400명 중 현업에서 활동 중인 졸업생이 1천여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사이버강의로 수업일수를 보완한다는 데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벽성대는 일단 대학은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학기 신입생 모집에서 총 600명 모집에 200여명이 등록했다. 예년에 비해 모집인원 200명을 감축했지만 모집은 3분의 1에 그쳤다. 대부분의 학과가 폐과 위기에 몰리자 벽성대는 부랴부랴 폐과규정을 강의당 20명에서 10명으로 낮췄다. 류 기획처장은 “감사 이후 언론보도 등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폐과조건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 구조조정정책의 일환으로 교과부가 추진해온 ‘학자금대출 및 재정지원제한’의 여파로 자진폐쇄할 경우 어떤 절차를 밟게 될까. 교과부 관계자는 “선례가 없어 해산절차를 명확히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사립대가 문을 닫을 경우, 교과부가 학생보호(인근 대학 편·입학)와 기본적인 해산처리는 하겠지만, 교수와 직원에 대한 보호조치를 담은 관련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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