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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출간 정책과 정보 제공은 'Terrible'
논문 출간 정책과 정보 제공은 'Terrible'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4.02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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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교수들이 말하는 '한국대학의 국제화'

대학에 부는 국제화 바람에 힘입어 한국 내 외국인 교수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교육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 교원수는 5천4백명 가량으로 2004년 1천7백명에서 314% 늘었다. 전체 교원 중에서는 6.6%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무시할 수 없는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교수들의 목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지난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대학국제화포럼에서 한국 대학에 근무하는 외국인 교수들의 의견을 듣고 대학 국제화의 현재를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논문 압박하면서 정보 제공 모르쇠

시난 클리포드 계명대 교수(유럽문화학부)가 한국 생활에 대해 29명의 외국인 교수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국인 교수들에게 가장 심각한 것은 언어적 장벽에 관련된 문제였다. 중요한 이메일이나 공지사항도 영어로 병기되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가장 낮은 단계인 ‘Terrible’을 가장 많이 받은 항목은 ‘논문 출간에 대한 장려 정책과 정보 제공’이었다. 시난 클리포드 교수는 논문을 출간하라는 압박은 주지만 출간을 위한 정보는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에 반해 가장 좋은 평가를 얻었던 것은 ‘한국 대학의 지원’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알아서 도움을 주기보다는 요청해야만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인 교수들과의 교류와 관련해서는 매우 적극적인 사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답변부터 ‘지나치면서 인사만 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외국인 교수들이 학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것도 조사에 반영됐다. 한 외국인 교수는 ‘외국인 교수들의 의견 개진을 거의 위협에 가깝다고 보는 것 같다’는 의견까지 내놨다. 대학 내에서 외국인 교수들이 단지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실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보직을 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컸다.

평가 제도에 관련한 비판도 다수였다. 외국인 교수들은 평가 제도의 기준, 결과, 결과에 대한 피드백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불만이 컸다.

외국인 교수들의 잦은 대학 이동

존 프랭클 연세대 교수(언더우드국제학부)도 마찬가지로 투명성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계약을 할 때 보수ㆍ보험 등에 대한 혜택이 명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이는 서구의 노동 환경을 생각할 때 큰 제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 때문에 학교와 외국인 교수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무엇보다 외국인 교수를 위한 정년 트랙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대학들은 평가 지표를 위해 그때그때 필요한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는 면이 없지 않다. 존 프랭클 교수는 외국인 교수가 학교에 헌신하기 위해서는 정년 트랙 확보가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싼 주거비 부담, 자녀 교육 문제 등도 외국인 교수가 한국에서 마주치는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외국인 교수들의 만족도를 줄여 대학을 옮겨 다니는 ‘높은 회전율’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포럼에 참여한 김도영 아주대 대외협력처장은 “꼭 외국인 교수가 아니더라도 모든 교수가 겪는 문제로 보인다”며 “한국 대학들이 아직은 발전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다소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외국 교수들이 적극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박선옥 한국국제대 국제교류처장도 “외국 교수들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 교수들이 먼저 마음을 열어 달라는 주문이다.

한편 세르게이 부타코프 우송대 교수는 솔브리지 경영대학원의 사례를 들어 국제화에 성공사례를 제시했다. 우송대 솔브리지 경영대학원은 교원의 60%가 외국인이고 외국인 교수들이 학교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르게이 부타코프 교수는 솔브리지 경영대학원의 성공 요인을 학교의 모든 의사결정이 교원과 공유되고 있는 점, 학생과 외국인 교수와의 친밀한 관계, 영어만 쓰는 캠퍼스 환경 등을 꼽았다. 우송대는 경영대학원 뿐만 아니라 존 앤디컷 총장을 중심으로 개교 때부터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희연 기자 gom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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