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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59 줄기세포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59 줄기세포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2.03.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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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한시에 난 아이 손가락도 짧고 길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일테면 남한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잡고 그중에서 두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될 확률은 1/2500만(♂)x1/2500만(♀)이고, 70억 세계 인구에 대입하면 더더욱 적어지고 낮아진다. 나 원 참, 부부 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을 여태 모르고 살았고, 알고 보니 나 또한 기적적으로 이 세상에 났군! 사람도 종족번식 본능이 워낙 센 동물인지라 누가 뭐래도 결혼은 자식 낳기 위한 것이요, 모름지기 애기는 난자와 정자의 수정에서 비롯한다.

사실 體細胞分裂과 수정란에서 벌어지는 卵割은 성질이 무척 다르다. 전자는 어미세포가 분열해 두 개의 딸세포(娘細胞)가 생기고, 그것들이 어미세포만큼 자란 다음에 하나가 둘로, 둘이 넷, 여덟, 열여섯으로 내처 불어나 짜개진 횟수가 많아지면서 부피가 따라 는다. 그런데 후자는 수정란이 쉬지 않고 냅다 잇따라 반반씩 분열하기 때문에 세포(割球)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부피는 그대로 있다.

다시 말하면 할구 하나하나의 세포질은 연이어 반으로 줄어들지만 그나마 핵(DNA)의 양은 변화 없이 수정란의 핵과 같다. 모든 할구세포는 2n(배수체)의 염색체(46개)를 일사불란하게 깔축없이 내리 이어가다가 마침내 속이 훌러덩 비는 낭배기가 지날 즈음이면 수정란의 수정막이 녹아 없어지면서 정상적인 체세포분열을 하기에 이르고, 드디어 전체의 부피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수정란이 세포분열(난할)을 시작한 후부터 자궁에 착상해 태아가 되기 직전까지를 배아(embryo)라 한다. 그리고 할구가 200여 개가 된, 자궁벽에 착상하는 배반포(blastocyst) 안의 미분화된 세포를 이른바 ‘간세포’ 또는 ‘줄기세포(stem cell)’라 하며 장차 심장이나 폐, 뼈나 근육으로 자라날 수 있는 만능세포로, 이 배아에서 추출한 세포는 급기야 신체의 모든 조직과 기관을 만든다. 급기야 의학에서 여러모로 응용하기에 이르렀음을 안다.

더해, 첫 난할(2할구)때 느닷없이 종종 괴이한 일이 벌어진다. 아무도 그 까닭을 모르며, 알면 노벨상을 여럿 받을 것이라 한다. 당연히 연이어 달라붙어 있어야 할 두 개의 할구가 무슨 까닭으로 난할 시작 13시간이 지날 무렵에 뭐가 틀어져 그만 뚝딱 반으로 쪼개져버리고 만다.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잘라진 각각들이 멀쩡하게 성장한 것이 일란성쌍생아(identical twins)이고, 넷이 쏙 빼닮은 네쌍둥이(identical quadruplets)도 생겨난다.

앞에서 말했지만 이들 쌍둥이나 네쌍둥이의 세포에는 46개(엄마아빠가 반반씩 든 셈)의 염색체 즉, 똑 같은 유전물질(DNA)이 들어 있기에 얼굴의 모양, 성질 따위가 붕어빵이요 판박이다. 그러나 발생 과정에서변이가 생겨서 뇌의 구조도 달라지고 지문도 다르다 한다. 게다가 오랜 세월 다른 환경에서 부대끼다 보면 여러 가지로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한날한시에 난 아이 손가락도 짧고 길다 하는 것.

하지만 얄궂고 어처구니없게도 두 할구가 완전히 잘라져 떨어져버리지 않고 머리, 허리, 등짝 부위 일부가 붙어있는 수가 있으니 샴쌍둥이(Siamese twins)인데, 여기서 시암(Siam)은 태국을 말하고 먼저 태국에서 발표됐기에 붙은 이름이다. 어이없어 푸념이 절로 나온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런 벌을 받는단 말인가.

난자 하나에 정자 하나가 들어 것이 일란성쌍둥이라면, 어쩌다가 난자 둘이 생겨나서 다른 정자들과 수정해 자란 것이 이란성쌍생아(fraternal twins)이요, 일란성쌍둥이보다 이것이 훨씬 더 많이 태어나고, 더구나 얼굴맵시, 성 등이 서로 다르다. 그런데 일란성쌍둥이는 으레 하나같이 똑같으니 일종의 ‘자연산 복제인간’인 셈이다. 소의 배아가 2할구기일 때 두 할구를 떼어서 암소자궁에서 키운 것이 ‘복제소’인 것이고, 4할구기의 할구들을 떼어서 키우면 네 마리의 복제소를 얻는다.

우리 가만히 손바닥을 좍 펴고 무심히 한번 들여다보자. 기막히게도 그 숱하게 많은 세포들(사람은 10의 14승 개임) 하나하나에 온통 46개의 염색체 곧, ‘내’가 오롯이 들었다!? 여느 생물이나 체세포에 ‘자기 자신’이 오붓이 들어 있다니 새삼 신통방통하고 신묘할 뿐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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