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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 장사 없다
돈 앞에 장사 없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2.03.27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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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원 연계 압박에 26개 국립대 직선제 폐지

최근 들어 교육과학기술부를 찾는 국립대 총장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금오공대와 목포해양대, 안동대, 창원대 총장이 교과부를 찾았다. 오는 29일에도 공주대와 순천대, 한경대, 한밭대 총장이 교과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 위해서다. 총장 직선제를 폐지한다는 게 MOU의 핵심 내용이다.

지난 23일 현재 교과부와 MOU를 맺은 국립대가 20개에 달한다. 11개 교원양성대학과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에 지정된 4개 국립대 외에도 한국체육대 등 5개 대학이 교과부와 MOU를 체결했다. 부경대와 제주대 등 교직원 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 선출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6개 대학을 포함하면 전국 38개 국립대 가운데 26개 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부경대와 제주대는 MOU 체결이 아니라 학칙을 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총장 직선제 폐지 선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26일 경남과기대를 시작으로 27일 목포대, 28일 서울과기대, 27~29일 경상대 등이 총장 직선제 폐지에 관한 교직원 투표를 실시한다. 한국해양대도 26일 공청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총장 직선제 폐지를 연계한 것이 주효했다.

총장 직선제 폐지는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 지정에 5%가 반영된다. 특히 교육역량강화사업의 경우 이달 안에 학칙을 개정하거나 MOU를 체결해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분리해서 선정하기 때문에 ‘1점’이 아쉬운 상황이다. 부경대 관계자는 “학칙을 개정하면 5점, MOU만 체결하면 4점을 받는다. 이왕이면 학칙을 개정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권순기 경상대 총장도 지난 20일 담화문을 통해 “총장 직선제 개선 여부가 올해부터 각종 국책사업의 핵심평가 지표로 포함된 데다 교과부 구조개혁 중점추진대학 지정 핵심적 변수로 사용되고 있다”며 “여타 국립대학들이 총장 직선제를 이미 폐지하거나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총장 직선제에 대한 구성원 의견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투표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대 교수회가 총장 직선제 폐지에 관한 투표 참여를 거부하는 등 반발도 커지고 있다. 공주대 교수회도 “대학본부가 학칙 개정이나 교과부와의 MOU 체결을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 국·공립대 교수회연합회도 지난 19~22일 이주호 교과부 장관 불신임 투표를 실시했다. 경상대는 87.5%가 참여해 90.9%가 불신임을 가결했고, 부산대는 85.0%가 참여해 94.9%의 교수들이 찬성했다.

국교련은 투표 결과를 취합해 오는 28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병운 국교련 상임회장은 “장관 불신임 투표 결과 행·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회에 국무위원 해임 요구안을 제출토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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