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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같은 열정
태양 같은 열정
  • 임동건 한국교통대·전자공학
  • 승인 2012.03.26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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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2003년 충주대(한국교통대)에 부임하던 해, 가장 자신있던 분야에 과제를 지원해 최종 평가를 받던 날. 한 평가위원이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연구주제와 내용은 좋은데 과연 충주대가 이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요?”

결국 그 과제는 최종평가에서 선정되지 못했으며, 그 이후로도 나는 충주대라는 이름으로 힘든 싸움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됐다.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학교 이름으로 결정되는 어이없는 상황에 때로는 억울하고 때로는 분노했지만 돌아보면 그때 경험이 좋은 자극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연구했던 반도체 분야, 특히 태양전지 분야는 고가의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 충주대에 부임할 당시 아무런 기반이 없던 나에게는 이미 인프라를 잘 갖춘 대학과 연계해 연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우리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연구를 원활하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독자적인 연구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좋은 시설을 갖춘 대학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다른 학교에서 파견연구를 수행하던 나의 첫 번째 대학원생 제자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어렵더라도 우리 연구실에서 실험하고 싶다고. 그 친구가 겪었을 마음고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충주대는 지방의 작은 국립대다. 하지만 학생들의 꿈의 크기는 서울의 여느 명문대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성적으로 나머지 인생이 결정돼버린다는 것을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모두 큰 꿈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허무맹랑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연구실의 목표는‘세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학생들은 대학을 진학하면서 이미 좌절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이 대학원에 진학해 우리 연구실에서 열심히 실험하고 공부하면서 스스로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때로는 다른 대학과 경쟁하면서 그들은 더욱 성장해나갈 것이다. 우리 연구실은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연구실은 아니지만 가장 열심히 하는 연구실이라 자부한다. 그들의 땀방울이 결실이 돼 우리 연구실의 희망이 됐다. 그리고 그들은 포기했던 그 꿈들을 우리 연구실에 와서 다시 살려낸 것이다.

처음에 어려웠던 우리 연구실이 지금은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꽤 알려지게 됐으며, 여러 기업들과 많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모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연구를 수행할 때 있었던 일이다. 우리 연구실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기관은 국내 명문대의 유명한 연구실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점점 우리 연구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었다. 기업쪽 담당자에게 다른 참여기관이 더 우수한데 그들에게는 쉬운 과제를 주고 왜 우리에게만 어려운 과제를 주느냐고 항의를 했다. 돌아온 답변은 우리 연구실의 결과가 가장 우수하며,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미련하리만큼 최선을 다한다. 어려운 과제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너무 쉬운 과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치열함들이 우리를 발전시켜나갈 원동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금도 연구실의 불은 새벽 3시가 지나야 꺼진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만 우리는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꿈이 있고, 동료가 있고,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실력으로 당당하게 인정받는 사회, 우리는 그런 사회가 옳은 사회라고 믿는다. 지금 우리의 노력이 사회의 편견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조그만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임동건 한국교통대·전자공학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해성(학부생), 김해용(학부생), 김종완(석사과정), 김준희(석사과정), 여인환(석사과정), 김민석(학부생), 오병진(석사과정), 박주억(석사과정), 이솔(학부생), 이원하(학부생), 김민영(대학원생), 김기림(대학원생), 임동건 교수, 김태연(학부생), 손경태(학부생), 조문성(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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