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2:05 (목)
‘빛 공장’ 16년, 이용자 2만3천명·SCI급 논문 2천700편 기록
‘빛 공장’ 16년, 이용자 2만3천명·SCI급 논문 2천700편 기록
  • 조무현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장·물리학과
  • 승인 2012.03.21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의 유산, 한국의 미래다⑫ 포스텍 포항방사광가속기

국내 유일한 ‘3세대형’ 방사광가속기는 정부와 포스코가 1천500억원을 지원하고 포스텍이 주도해 1994년 완공한 범국가적 공동연구시설이다. ‘빛 공장’ 방사광가속기는 1980년대 이후 노벨상 수상자의 25%가 이 장치로 과학적 발견을 이끌어냈을만큼 현대과학의 대표적 장치다.

방사광가속기는 길이 160미터의 선형가속기(사진 왼쪽 벽돌지붕)와 둘레 280미터의 저장링(사진 가운데 흰색 원형 건물)으로 이뤄져 있다. 저장링 안에는 30개의 빔라인(소형 실험실)이 갖춰져 있다. 포스텍 포항방사광가속기 전경.

가속기는 전자, 양성자, 중이온 그 밖에 원자핵 등과 같이 전하를 띄는 입자들에게 전기력을 가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운동에너지를 갖도록 가속시키는 장치다. 고에너지물리학 분야의 연구를 위해 서양에서는 수십 킬로미터 길이의 초대형 입자가속기가 다수 건설됐다. 방사광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전자가속기도 많은 나라에 지어졌다. 방사광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분석, 촉매재료, 반도체, 물질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미세물질 분석 및 응용분야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을 확보하려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가속기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

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승부수

포항가속기 건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1987년 초까지 국내에는 방사광가속기 전문가가 전무했다. 사실, 거대과학시설에 대한 개념조차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포스텍 초대총장인 김호길 박사를 비롯한 몇몇의 젊은 전문가들로부터 방사광가속기 건설의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막대한 건설비가 든다는 점, 건설기술이 없다는 점, 이용자가 전무하다는 점, 건설된다하더라도 막대한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소요된다는 등의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포스코(당시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 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김호길 전 포스텍 총장과 교수진은 1988년 4월 1일 건물공사(4.3만 제곱미터)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1993년 9월 30일 방사광가속기의 주 건물인 저장링을 완공함으로써 약 4년 5개월 만에 주요 건설공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1994년 7월 20억 전자볼트 선형가속기와 저장링 그리고 X-선 산란 빔라인 1기와 진공자외선 빔라인 1기를 잇달아 건설했다. 9월에 시험가동에 돌입했고, 12월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세계에서 5번째 3세대형 방사광가속기 보유국이 됐다.

준공 후 포항방사광가속기는 10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1995년 9월 1일 범국가적인 첨단 거대과학 이용자 시설로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개방됐다.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에는 포스코 출연금 864억원, 정부지원금 600억원 등 총 1천500억원의 재원이 투입됐다.

당시에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만이 이런 거대시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독일, 스위스, 영국, 호주뿐 아니라 중국, 폴란드, 대만, 인도, 이란, 요르단과 같은 나라도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했거나 추진 중이다.

2014년 ‘4세대 가속기’ 가동될 것 

포항방사광가속기는 1995년 방사광가속기의 이용자 개방 이후 2010년 12월 10일까지 국내외에서 약 2만3천300여 명의 과학기술자가 참여해 7천150건 이상의 실험과제를 수행했고, 2천700편 이상의 SCI급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성능이 향상된 방사광가속기들과 어깨를 겨루기 위해 2009년~2011년 성능향상 사업이 추진됐다. 현재 성능이 향상된 포항방사광가속기 ‘PLS-Ⅱ’는 시운전 중이다. 오는 3월 21일부터 30억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가진 최첨단의 방사광가속기 시설을 연구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 최성욱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은 20세기 한국과학기술사의 10대 성과로 선정될 만큼 한국과학기술사에 한 획을 그은 업적이었다. 이는 비단 방사광가속기의 활용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 첨단과학 기반기술에 미친 파급효과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뿐 아니라 현재의 3세대 방사광가속기의 100억 배 이상 밝은 빛을 만들 수 있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X-선 자유전자레이저)구축사업이 국비 4천억원과 지방비 260억원의 사업비로 2011년 시작됐다.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국가거대과학 이용자 시설을 보유한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앞으로 방사광 이용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기술의 선진화 및 첨단화에 매진해 21세기 국가 성장동력이 될 신기술개발과 산업화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조무현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장·물리학과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를 했다. 1989년 포스텍에 부임해 연구처장 등을 지냈다. 연구분야는 플라즈마 물리학과 가속기 물리로, 150여 편의 논문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