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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평가 4.98에 빛나는 빨간펜 교수님 … “강의시간에 모두들 깨어있길”
강의평가 4.98에 빛나는 빨간펜 교수님 … “강의시간에 모두들 깨어있길”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3.19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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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부경대 ‘베스트 티처’ 김명수 교수(간호학과)

부경대에 세찬 바람이 불었다. 최근 서른 여섯의 3년차 조교수가 교육업적 부문 최우수 교수에 올랐다. 부경대 전체 교수는 498명이다. ‘베스트 티처’. 교수 최고의 영예를 기록한 이 순간에도 그는 그저 학생들 만날 기대로 분주하다.

사진제공: 부경대 홍보팀
“조금 더 쉽게 설명해야 해요. 학생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강의의 난이도를 ‘수강생 모두가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겁니다.”

김명수 부경대 교수(36세, 간호학과, 사진)는 늘 학생 곁을 맴돈다. 30~40명 단위의 실습시간에는 일일 팀원이 된다. 실험과제 던져놓고 결과 제출하라는 식의 실습강의는 김 교수에게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실습이 끝나면 연구실 문을 걸어 잠그고 몇 시간을 누워 있어야 했다. 강의평가 4.98점(5점 만점)은 ‘전산오류’가 아니다.

‘미완의 대기’ 김 교수에겐 더 특별한 강의비법이 있다. ‘수업시간은 재미있게, 공부는 집에서’가 그의 강의 모토다. 시험을 자주 많이 보고 매주 에세이 과제를 낸다. 일종의 강의 후기다. 시험이라 해봐야 퀴즈인데, 매주 한다. 퀴즈에 대한 정규 평가는 한 학기에 4번이다.

에세이는 매주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소감을 제출토록 하는데 평가는 절대 A·B·C로 내지 않는다. 빨간펜으로 첨삭을 한다. 지난 학기, 학기 내내 에세이 과제를 낸 강의의 수강생은 40명이었다.

기본간호학, 간호정보학, 해부생리학 등 간호학은 암기해야 할 전문용어가 많다. 전문용어를 숙지해야 강의든 응용이든 가능하다. 이럴 땐 팀별로 게임을 붙인다. 김 교수가 경품을 내거는 경우도 있지만 팀별 내기를 시키는 때가 많다. 강의 분위기를 재미있게 이어가면 학생들은 알파벳 20개가 넘어가는 용어도 술술 댄단다.

‘5분’이라는 기법도 있다. 5분간 강의내용을 숙지할 시간을 주고 곧장 발표를 시킨다. 김 교수는 “발표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익히고 발표’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강의 틈틈이 ‘연상기법’을 활용한 예다.

김 교수의 강의는 강의에 자신을 모두 쏟아 넣지 않으면 그 순간 멈추는 시스템이다. “차 한잔 나눌 시간을 내기 어려울 만큼 엄청 빡빡해요. 보통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다시 보거나 강의자료를 만듭니다.” 김 교수는 학기 중엔 강의준비만 한다.

영어강의는 학기마다 1과목씩 맡는데 시간이 곱절로 든다. 사례를 많이 들어야 학생들이 강의를 잘 따라오기 때문이다. 영어강의도 영어 자체에 대한 부담보다 학생들이 얼마나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우선이다.

“신설학과에 학과장으로 와서 더 힘내서 한 건 있었어요. 기틀을 다지는 시기라서… 저부터라도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학생들에게 먼저 보여야 했거든요. 갈수록 학생 수도 줄고 대학간 경쟁도 치열해질 텐데 대학이 학생 중심으로 가야 하지 않겠어요?”

한동안 김 교수의 강의원칙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머지않아 국립대 전체 교수들에게 몰아칠 ‘성과연봉제’ 바람에 어떤 대비책을 세워놨을지 궁금했다.

“지금 안대로 간다면 학과 일은 아무도 안 하려고 할 테고, 연구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지배할 것 같아요. 강의도 그래요. 강의를 많이 할수록 점수를 많이 받으면 한 과목이라도 더 맡으려 하지 않겠어요? 그럼 강의의 내실은 자연히 내려갈 겁니다.” 그럼 김 교수는? “어차피 점수 높게 못 받을 거라면 학생들 잘 가르치는데 모두 쏟을 거에요.”

이번 학기에는 지난 학기보다 3학점이 더 많은 12학점을 맡았다. 교수 최고 영예에 빛나는 최우수 교수상이 정작 김 교수에겐 부담도 될 터.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예년보다 더 집중하는 것 같아서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김 교수는 그러나 새 학기에도 목표는 변함 없다.

“제 강의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깨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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