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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는 인생이다
종이는 인생이다
  • 이용규 강원대·제지공학
  • 승인 2012.03.1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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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연구실

제지공학과?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학과이다. 유감스럽게도 맞다. 그 이유는 제지공학과는 전국에서 강원대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지공학과는 특성화된 학과로서 실험실도 제지산업에 맞춰 종이물성 실험실, 단위조작 실험실, 종이도공 실험실, 특수지 실험실, 초지 실험실로 세분화 돼 있다.

그 중 나의 연구실은 종이도공(paper coating) 실험실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종이 위에 도공액(coating color)이라는 화장품을 코팅하여 표면특성을 개선시켜 인쇄용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우리 연구실에서 매일 같이 만들어지는 도공액의 생명은 각 구성 물질의 배합이 가장 중요하다. 배합에 따라서 도공액 물성, 도공지의 품질 및 특성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실험실 초기에 내 연구원들은 배합 때문인지 주로 술을 잘 마시는 학생 위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들을 데리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그들을 통해 연구실이 발전했다. 현재 그들은 전공을 살려 제지 및 제지관련 업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현재 지금의 연구원들에게도 항상 그 시절의 경험에 따라 배합(?)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나의 연구실을 나온 사람들은 항상 얘기한다.

“제지의 꽃은 코팅이죠. 그림에 비유하자면 준비 과정은 원료조성이고, 초석이 되는 밑그림은 초지이지만 마지막으로 색을 입히는 것은 코팅이라 말할 수 있죠. 색칠을 통해서 최종 미적가치와 부가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는 내 연구원들이 뿌듯하기만 하다. 그리고 항상 종이를 인생에 비유해 내 연구원들에게 자신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라고 전달하고 있다. 그것이 경쟁화 시대에서 살아남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종이를 연구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우리 연구실에서는 종이에 관련된 모든 것이 인생에 비유되고 있다. 반면 종이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종이 만들기가 어렵겠어요.”, “전자매체의 발달로 종이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이런 의문점에 대하여 종이는 수천, 수만 가지 이상의 이론이 복합돼진 융합 과학이라는 사실과 종이의 수요는 삶의 질과 매체의 발달과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라고 언제든지 대답할 것이다.

종이가 사람들 주위에 가장 흔하고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모르는 것이지만 종이를 만들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다 좋은 종이를 만들기 위해 이 시점에도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아직도 논문으로 구체화 되지 않은 연구 분야가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언제나 연구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종이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인생과 철학 그리고 문화가 담겨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생활의 변화에 따라 종이도 변화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변화는 단순히 종이의 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재로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를 미리 예측하여 연구하는 것이 종이를 만들고 연구하는 사람의 숙명일 것이다.

우리 연구실도 이러한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 중에 있다. 친환경, 고부가가치, 원가절감, 고품질 등 많은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런 연구를 통하여 국내 제지업계 및 학계가 세계적으로 전파되길 꿈꾼다.

이용규 강원대·제지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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