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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전남대 '인문학 이야기' 연속기획 화제
[문화의 향기] 전남대 '인문학 이야기' 연속기획 화제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2.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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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그리우면 전남대로 오세요.’

매혹적인 이 문구는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원장 성진기 교수, 철학)이 지난 해 가을부터 동료 교수, 강사, 대학원생 그리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눈과 귀, 마음을 즐겁게 한 ‘인문학 이야기’ 기획 강좌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달 5일부터 26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인문대 교수회의실과 인문대 3호관 4층에서 ‘여름밤에 듣는 인문학 이야기’가 이어진다. 한 여름밤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줄 이번 기획에는 실크로드를 타고 넘나든 문명교류의 역사와 신숙주, 훈민정음, 서양의 자유철학, 비교문학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문화의 스펙트럼이 걸쳐져 있다.

‘인문학 이야기’는 밤늦도록 책읽고 글쓰고 연구하고 토론해온 전남대 인문학 교수들의 연구모임이 제공하는 성숙한 담론의 장이다. 문학비평과 이론독회, 수요토론회, 한·중·일 소설연구회, 어문연구회 등 4개 연구모임이 주관한다. 이렇게 본다면, ‘인문학 위기’라는 세간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겨내는 듯 보인다.

7월 5일 저녁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의 ‘문명교류와 실크로드’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12일에는 문예아카데미 김상봉 박사가 참석해 ‘서양적 자유의 이념과 타자적 주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19일에는 조동일 서울대 교수(국문학)가 ‘비교문학으로 휴머니즘 읽기’를, 26일에는 이돈주 전남대 교수(국어학)가 ‘신숙주와 훈민정음’에 대해 소개할 계획.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이 이런 계획을 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10월 전남대 기구개편을 통해 ‘인문학연구원’이 창설됐을 때, 인문학 위기라는 우려 섞인 학계 분위기도 일신할 겸, 9·11테러사건 이후 삭막하고 황폐해지는 세상살이 속에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동경이 싹텄다는 것. 그래서 처음으로 마련한 것이 ‘가을밤에 나누는 인문학 이야기’였다. 이 때는 매주 화요일 저녁 시간을 활용했다. 김치수 이화여대 교수(불문학)의 ‘기호학 이야기’, 노양진 전남대 교수(철학)의 ‘몸의 철학적 담론’, 서지문 고려대 교수(영문학)의 ‘실패한 개혁가-외국학자들이 본 공자의 신념과 인품’, 김봉중 전남대 교수(사학)의 ‘프런티어 신화와 미국의 정체성’이 이어졌다. 동료 교수를 비롯, 강사, 대학원생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반응도 좋았다.

올 초에는 ‘새해를 여는 인문학 이야기’를, 4월에는 ‘4월의 인문학 이야기’를 연이어 기획했다. 특히 ‘4월의 인문학 이야기’에는 이명현 서울대 교수(철학)가 ‘실재론 반실재론 논쟁의 함성’을, 강만길 상지대 총장이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이재현 웨스턴 일리노이대 명예교수가 ‘문화외교 산책’을, 오수성 전남대 교수(심리학)가 ‘심리학으로 본 한국무속’을 풀어냈다.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 소개한 김현식씨(34세)는 “대학 강사로 있는 친구의 권유로 ‘인문학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어렵지도 않고, 시의 적절한 강의였다”라며 강좌를 반겼다. 그는 올 여름에도 ‘인문학 이야기’를 끌어안고 흥미진진한 인문학 데이트를 하겠다고 말한다.

성진기 인문학연구원장은 “최근 들어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많은 비판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우리 사회의 정신적 위기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인문학의 가치 회복과 위상 재정립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면서, “지난해 9·11 테러사건 이후, 어두운 세상살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 기획을 마련했다. 문학과 역사, 문화와 철학에 관련된 여러 담론을 통해 인문학의 재건을 이뤄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시원한 소낙비처럼 더위를 물리치고 지적 흥취를 돋구는 ‘한여름밤의 향연’이 곳곳에서 ‘폭죽’처럼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최익현 기자 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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