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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총장 공모제의 진실
국립대 총장 공모제의 진실
  • 김근중 강릉원주대·경제학과
  • 승인 2012.03.12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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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왜 ‘총장 간선제’라는 명칭을 쓰지 않을까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2011년 9월 23일 구조조정 중점추진 대학으로 충북대와 강원대, 군산대, 강릉원주대 4개 국립대를 지정했다. 이들 4개 대학은 각각 교직원 투표를 통해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교과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외형적으로는 이들 4개 대학과 9개 교육대학의 직선제 폐지에 성공한 교과부는 원래 의도한 2011년의 목표를 100%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올해인 2012년에는 다른 국립대학 4개 정도를 지정해 동일한 작업을 추진하려 할지 모른다. 일견 교과부의 장기플랜이 바야흐로 현실화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각 대학과 교과부 사이에 맺어진 양해각서는 외형상으로는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한 양해각서에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 지정 철회 및 향후 2년간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 지정 평가 유예’를 결정한다는 것과, 교과부가 각종 사업 등을 활용하여 행․재정적 지원을 한다는 것, 반면 각 대학은 자체 구조개혁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하되, 새로운 총장 선출방식의 시행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을 포함했다.

문제는 교과부가 진정으로 의도하는 것은, 양해각서의 내용과는 다르게, 4개 국립대의 교육역량 강화나 대학 자체 특성화 추진, 또는 교육이나 산학협력의 강화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교과부의 관심은 오로지 총장 직선제 폐지에만 있으며, 국립대 구조조정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무슨 근거로 국립대의 종합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교과부를 그렇게 폄하하느냐고? 필자는 그런 근거를 몇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교과부가 그러한 방대한 계획을 현실로 옮길 만한 능력이나 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간 교과부가 추진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성과가 졸속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여실히 증명해 주는 것이다.

둘째는, 4개의 대학들은 교직원의 투표를 통해 총장 직선제 폐지가 결정되자 즉시 교과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사실이다. 직선제 폐지가 교직원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는 한 총장이나 대학본부의 그 어떠한 구조조정노력 약속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교과부의 기본 입장이었던 것이다.

셋째는 이것은 후에 판명될 일이지만, 다른 모든 부문에서 좋은 계획을 제출했다 하더라도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교과부가 차라리 다른 모든 것을 버리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총장 직선제 폐지를 목표로 삼는 이유

그렇다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면서 교과부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목표로 삼은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는 이와 보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필자는 그것이 교과부의 일부 고위층의 이해관계라 생각한다. 국립대 구조조정이란 방대한 문제를 합리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어려운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설령 점진적으로 추진된다고 해도 그것으로 자신들의 능력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단적인 예로, 사회에서 천대받고 있는 분야인 인문학이나 기초기술에 자원을 투입한다면 그런 국립대는 낮은 성과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필수적이다. 교과부는 그것이 필수적이고 타당한 것임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을 지속적인 국가 정책으로 추진할 만큼의 순수성을 잃은 지는 이미 오래다. 그보다는 차라리 분명하게 가시적인 성과 한 개라도 내세울 수 있는 것이 교육관료의 자리 유지와 성공적인 앞날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총장 직선제 폐지를 성사시켰다는 것은 그것을 추진한 주체에게는 분명 성공사례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총장 직선제가 보여준 각종의 폐해를 떠올릴 때는 우리 사회 어떤 부문에서도 직선제가 장점만을 갖춘 제도라고 주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떠올려야 한다. 초등학교의 반장 선거에는 학부형들의 과열 개입이 있고, 교육감 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에서는 수많은 선거 부정과 금권선거가 직선제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직선제의 단점 이상으로 다른 제도가 가진 단점이 더욱 분명하게 지적되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한 총장 직선제 폐지가 살아남도록 교과부가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은 있다. 직선제 폐지를 추진할 때와 유사한 방법으로, 그리고 더욱 많은 자금과 지원을 약속하면서, 비록 강력한 단점이 부각됐지만 그래도 그 대안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행정적 처벌이 따를 것이라고 교직원들을 위협하는 방법이 있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지원은 지난번보다 더욱 확실하고 강력해야 하며 그 처벌의 강도 또한 더 높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각 대학은 교과부로부터의 금전적 지원을 크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부 요구는 공모제 확대 아닌 간선제

왜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을 제시하느냐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지금 교과부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점에 있다. 교과부가 각 대학에 요구하는 것은 현재도 허용돼있는 공모의 기회를 더 넓히라는 것이 아니라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왜 교과부는 총장 간선제라는 정직한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본질을 은폐하는 총장 공모제나 직선제 폐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일까.

부정적인 시각의 두 번째 근거는 교과부가 현재 총장 직선제의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현 제도를 버리는 것만 결정하고 더 좋은 제도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결정적인 논리상의 패배가 된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4개 대학에 대해 총장 직선제보다 더 좋은 제도를 만들라고 요구만 할 뿐 정작 자신들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이것은 교과부가 대안을 제시하는 순간 교과부의 논리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운명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교과부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일 필자의 이런 의견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교과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총장 선출제의 구체적인 모형을 지금 즉시 제시하고, 전국의 모든 대학 교직원에게 투표를 붙여 당당하게 평가를 받아 보기를 요구한다.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채택할 것인지. 4개의 국립대학에 한편으로는 막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갖은 협박을 동원하며 강요된 투표를 실시하도록 했을 때와는 판이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리라. 

고위 교육관료를 위해 추진되는 총장 직선제 폐지 놀음의 손익 계산은 어떠할까. 분명한 이익은 현재 그것을 추진하는 관료들이 그것을 이유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그러한 용도로 배분된 예산을 일부 사람들이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정된 예산을 사용해 득을 보고 있는 4개 대학도 포함된다. 아! 중요한 이해당사자를 하나 빼놓았구나. 교과부가 추진하는 총장 간선제가 도입되면 장기적으로는 퇴직한 고위 교육관료들의 화려한 부활이 기대되겠군!


김근중 강릉원주대ㆍ경제학과
강릉대 교수회 수석부회장과 강릉대 사회과학대학장, 전국 국ㆍ공립대 경영대학(원)장 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교수회 평의원으로 강릉원주대 대학구조개혁추진TFT 위원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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