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6 12:59:48
이 책은 러셀에서 미셀 투르니에에 이르기까지 70명의 ‘사상가’들에 대한 입문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언뜻 보기에 과거 월간잡지들이 별책부록으로 심심찮게 제공했던 ‘~으로 보는~’류를 빼닮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마른 침을 삼키게 된다.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뜻. 비슷한 책이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30인의 사상가’(에드워드 더 보노 지음, 정우사, 1984),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기 소르망 지음, 한국경제신문사, 1991), ‘103인의 현대사상’(김우창 외 엮음, 민음사, 1996), ‘현대사상가들과의 대화’(리처드 커니 지음, 한나래, 1998) 말이다. 몇 권 더 있긴 하지만 생략하겠다.
내공이 녹록치 않은 이 젊은 평론가의 작업은 주목할 만하다. 어째서? 자기 눈높이로 ‘고수’들을 불러들였다는 점 외에도, 서지적으로 풍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아 수집한 자료의 땀냄새와 함께 정확한 번역 도서목록을 도열하려 애쓴 흔적이 페이지마다 빽빽하다. 현란한 지적 수사 대신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 ‘사상가’의 사유 전체에 이를 수 있는 정직한 징검다리를 제공한 미덕이 돋보인다.
최익현 기자 ihchoi@kyosu.net
저작권자 © 교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