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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老病死 해결이 능사인가
生老病死 해결이 능사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12.02.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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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현재 인류는 식량부족,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질병, 화석연료의 고갈, 환경오염과 자연파괴 등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시급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식물학자들이 주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제 상아탑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이 일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려 한다.

국제적으로도 이미 한국식물학회를 포함한 전 세계 20여 개의 식물학 관련 학회 및 연구기관 소속 식물학자들은 지구현안의 해결에 식물학자들이 주된 역할을 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해 야한다는 인식을 같이 해왔다. 2009년 미국 하와이, 2010년 캐나다 몬트리올, 2011년 중국 청도에 이어 2012년에는 한국식물학회 주관으로, 오는 10월 제주 서귀포에서 대표자 회의를 개최해 구체적인 향후 운영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구현안은 인류에게 주어진 시급히 풀어야 하나 사실 풀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들이다. 대부분 자연대 소속인 식물학자들은 식물의 생명현상을 연구하면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란 대명제를 풀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대명제의 해답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하는 상아탑에서의 연구는 잠시 미루고, 지구현안의 해결이라는 목적성이 있는 응용 연구를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목소리를 합쳐 제안을 하는 것이다.

인구의 증가로 인해 2050년에 가서는 지금보다 두 배의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 통일벼의 개발처럼 제1차 녹색혁명에서 도입된 재래식 육종기술에 의한 생산성의 증가는 이제는 그 한계치에 도달했기에 새로운 획기적인 신기술의 개발이 시급히 요구된다. 벼의 뿌리에 콩의 뿌리혹을 매달고 있는 벼를 개발하거나, 열대환경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옥수수와 같은 벼를 개발하는 것은 꿈처럼 들리지만 벌써 국내외에서 그 타당성을 검토하고 이를 실현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지구환경의 변화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온난화 및 사막화가 예측된다. 식물은 광합성을 수행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수화물을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 잘 자라는 식물체의 개체 수와 생육면적을 넓혀야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식물학자들은 사막에 잘 자라는 건조에 강한 식물을 개발해 몽고나 중국의 사막지역에 심어 녹지화하려고 달걀로 바위치기와 같은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

인류가 주식으로 삼고 있는 벼와 같은 곡물엔 일부 필수 영양소가 결핍돼 있어, 고른 영양 섭취를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지구상 인류의 약 3분의 1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고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식물학자는 쌀이나 바나나에 부족한 영양소를 강화되거나 치료약이 포함된 식물체를 만들어 현재와 같은 양식의 식사를 하기만 해도 부족한 영양소를 취하고, 비싼 약을 먹지 않고도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직 시작이지만 일부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화석연료의 고갈로 새로운 대체 에너지의 개발이 시급하다. 그 대안으로 들판에 널려 있는 잡초나 나무 조각들의 셀룰로우즈로 부터 에탄올을 만들어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려 한다. 지구상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는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에 비해 무궁무진하게 크며, 식물은 광합성이라는 에너지 전환기술을 가지고 있다. 식물 잎에서 광합성 기구를 추출해서 안정된 형태로 고정화한 후에 생체태양전지로 이용하거나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해 얻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려 한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는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식물학자는 많은 양의 중금속을 흡수해서 체내에 보관할 수 있는 나무를 중금속 오염지역에 심어 오염원을 제거할 수 있다. 현재 비교적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은 지구현안을 알지만 자신의 편의성을 추구하며 계속 자연을 파괴하고 있고, 생물다양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 식물학자들은 이 파괴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지구현안은 다른 이의 문제이거나 아직은 시급하지 않은 문제로 생각하고, 우선 자신에게 직면한 생로병사를 걱정한다. 연구비 배분하는 사람도 인간이기에 생로병사의 해결에 집중해 많은 연구비가 주어진다. 이런 인간위주의 사고 때문인지 모르지만 식물학을 학문분류표에서 생명과학 학문 중에 기타 학문으로 분류하더니, 최근엔 농수산 분야로 분류해 버렸다. 앞서 말한 지구현안은 단기간에 해결될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단기간의 또는 응용성을 요구하는 종래의 농수산 분야에서 시도되는 연구와는 구별돼야 한다.

지구현안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식물학자의 꿈도 이루어 질 수 있는 꿈이다. 신의 걸작품과 같은 인간의 두뇌에 대해 인간이 알고자 하듯이 식물 잎의 광합성 기구를 이해하게 되면 인류 현안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노벨상 수상 과학자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이러한 무한히 크고 멋있는 꿈이 이루어지도록 투자를 하자. 이미 외국에서는 먼저 달려가고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서둘러 시작할 때이고 우리도 여러 가지 강점이 있기에 한 번 해볼 만한 멋진 투자라 생각한다.

이춘환 부산대·광합성생물학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를 했다. 현재 한국식물학회장이다. 『광합성과 환경적응』, 『최신 식물생리학』 등 다수의 ‘환경’ 관련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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