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 교수의 ‘온생명’ 이론에 의하면 온생명(global life) 안에서 개체생명, 즉 낱생명(individual life)이 다른 보생명(co-life)과 서로 의존하면서 존립하게 된다. 인간은 온생명 내부에 있으면서 비정상적인 암세포로 비유된다. 암세포는 익히 알려진대로 신체 내부에서 자기 역할을 망각한 채 마구 증식하는 세포이다. 인간은 그 자신이 온생명 안에서만 살 수 있는 낱생명이면서도 의식을 갖고 활동하면서 온생명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교수의 이러한 온생명과 과학문명에 대한 사유는 철학, 생태학, 윤리학, 종교 등 다양한 함의를 낳았다.
양형진 고려대 교수(물리학)는 온생명을 불교의 연기론에 나타나는 상호의존성에 빗댄다. 그는 온생명을 “나의 보생명에는 너가 포함되고 ‘너’의 보생명에는 ‘나’가 포함되는 상호연관과 의존의 관계를 인드라망”으로 비유한다. 불교설화에 나오는 인드라망은 그물코마다 보석이 달려있는 무한히 큰 그물로서 각각의 보석이 서로의 빛을 받아 비추기 때문에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들 모두가 보석과 같이 귀한 존재라는 함의를 갖고 있다.
조용현 인제대 교수(철학)는 온생명 사상에 대해 독특한 비판을 가한다. 장회익 교수는 지구상의 생명체가 우주공간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소단위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외부에서의 자유에너지 유입을 감안할 때 ‘지구-태양’ 시스템을 내놓는다. 조 교수는 이 점에 대해서 온생명과 개체생명, 보생명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왜 태양과 지구가 ‘통합’될 수 밖에 없는가를 보여야만 ‘온생명’이 존재론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조 교수는 또한 ‘은하계 저편에서 외부에너지의 유입이 일어나는 태양계’를 가정하면서 “생명을 이해할 때 그 계가 꼭 자족적 고립계이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다시 말해 생명은 살아있다는 본성상 고립계일 수 없으며 온생명이야말로 독특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정정호 중앙대 교수(영문학)는 온생명 사상에 후한 점수를 준다. 그는 장 교수의 온생명 이론의 특징을 ‘종합과 혼융’이라고 특징짓는다. 다시 말해 “인문학적 사유와 함께 생명론을 종합하고 서구의 과학사상과 동양 사상을 혼융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온생명 사상에서도 여전히 “인간합리성에 대한 맹신에서 비롯한 과학만능주의가 엿보인다”고 지적한다. 과학기술이 초래한 생태계 교란과 파괴를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한다는 주장은 과학기술의 주체인 인간을 믿는 편의주의적 발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동양의 직관과 서양논리를 함께 언급하고 있지만 “이 둘이 어떻게 결합할 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진단한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