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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부터 높여야
우선 재정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부터 높여야
  • 장보현 교육과학기술부 국립대학제도과장
  • 승인 2012.02.2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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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_ 국립대 재정회계법 제정 : 왜 필요한가

반값등록금 논쟁이 국립대 기성회비로 옮겨 붙었다. 국ㆍ공립대 기성회비 징수가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 때문이다. 기성회비를 없애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해법은 다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고회계와 기성회계를 교비회계로 통합하는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을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국ㆍ공립대 교수와 직원들은 정부의 국립대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쪽의 입장을 들어봤다.

 

장보현 교육과학기술부 국립대학제도과장
국립대학 기성회비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 대한 1심 판결로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지난 1월 27일 나온 1심 판결은 기성회비 징수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뤄진 행위이므로 그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것이 그 요지다. 국가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는 기성회가 사적 자치에 의한 임의단체이므로 국가가 관리ㆍ감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최근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 권고사항도 그 강도가 예전과 같지 않다. 특히 기성회 회계에 의한 급여 보조성 경비는 그 과다 집행에 대해 강도 높은 개선 요구가 있었다. 2010년 전체 국립대의 수입에서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는 현실에서 기성회 회계 운영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여야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회,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적 사항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기성회계의 법률적 근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997년부터 입법을 추진해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정부안을 제출한 바 있으나, 국회가 열릴 때마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로 논의조차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사립학교는 2000년에 기성회비를 등록금으로 통합한 바 있고 초ㆍ중ㆍ고교마저도 학교회계제도를 도입한지 오래된 마당에 국가가 운영하는 대학의 재정 운영에 있어서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교비회계제도 도입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급여보조성 경비 지급 개선요구 높아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금번 2월 임시국회에서 기성회 제도의 낡은 틀을 벗어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도 기대도 했으나 여전히 공전상태다. 일각에서는 교비회계를 설치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기성회비로 거둬들이는 액수의 상당부분을 국가재정으로 보전해주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기성회계 제도의 법ㆍ제도적 해결책을 마련하고 책임재정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정부가 고등교육예산을 늘려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우선은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을 제정해 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책무성을 높이고, 이와 병행해 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국가재정을 지원하는 양면 작전을 전개하는 것이 옳다.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의 근본 취지는 대학의 책임재정 운영체제 구축을 위해 출연금을 총액으로 출연하고 교비회계를 설치해 대학의 자체 세입과 이월을 인정하는 등 자율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책무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법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국고회계와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성회 회계를 통합해 대학별 교비회계(국고회계+기성회계)를 설치하고, 국가는 대학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총액으로’ 출연하며, 대학은 정부 출연금과 함께 수업료 등 학생 납입금, 각종 수수료, 국유재산 사용료 등을 국고로 납입하지 않고 자체 세입으로 해 예산을 자율적으로 편성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기성회계 법적 근거 해결 위해 필요

상급심이 남아 있어 좀 더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기성회비 부당이득 반환 소송 판결과 관련해 재정회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법적 근거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을 경우를 상정해 보자.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고등교육법상 근거가 있는 수업료에 기성회비를 통합해 징수하게 된다. 이렇게 징수된 수업료는 국가재정법상 예산총계주의 원칙 때문에 자체 세입이 되지 않고 국고로 들어가게 된다. 기존에 기성회가 결정해 징수하고 자유롭게 쓰던 기성회비가 수업료에 통합돼 국고로 들어간 이상 대학이 자체 세입으로 예산편성을 하지 못하고 기획재정부와 국회가 세부 항목별로 예산을 편성ㆍ심의하고 대학에 보내줘 통제가 더 강화되는 꼴이 된다.

더군다나 법적 근거가 없는 기성회가 없어지면 기성회 부담으로 채용했던 기성회 직원의 고용 문제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은 대학의 자율성에 근거한 책임재정 운영체계 차원에서 모든 수업료를 자체 재원으로 하는 교비회계의 설치 근거가 되는 국가재정회계법의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

결국 기성회비 반환 소송 판결로 인해 더 불거진 기성회의 법적 근거 문제를 해소하고, 기성회 직원 고용 문제도 해결하며, 안정적인 학사운영과 시설투자를 위해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은 제정돼야 마땅하다. 대학이 가져 왔던 재정상의 자율성을 유지하고 효율성과 책무성을 함께 담보하는 책임재정 운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장보현 교육과학기술부 국립대학제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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