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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서 안돼? 그것이야말로 ‘안 될 말’ … 노벨상 후보자 낼 것”
“여자라서 안돼? 그것이야말로 ‘안 될 말’ … 노벨상 후보자 낼 것”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2.20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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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이경숙 이화여대 학사부총장

이화여대는 설립 초기 여성교사 양성소 역할을 자임하면서 일제 강점기부터 전후 한국사회에 미친 파급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나타났다. 1945년 의과대학, 1950년 법과대학을 창립해 여성 의료인의 시대를 열고 여성의 권익향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1996년 공과대학 설립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11개 단과대학에 15개 대학원을 보유해 ‘연구중심의 종합대학’으로 발돋움했다. 이경숙 이화여대 학사부총장(64세, 기독교학부·사진)을 만나 이화여대 ‘여성교육시스템’의 역사와 지향점을 짚어봤다.

이경숙 이화여대 학사부총장(사진)은 "남녀평등의 관점에 국한해서 여자대학의 역할을 바라보지 말라"고 힘주어 말한다. 새 시대, 새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여성 주체의 리더십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말이다.

>>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 남다른 교육프로그램 있나.

“채플이 있다. 1주일에 한 번씩 좋은 말씀을 들으니까 저절로 인성교육이 되는 거다. 의무로 들으니까. 남과 나누고 봉사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경쟁의식이 아닌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이른바 인성교육이 이뤄진다. 이를 테면 ‘기독교와 세계’(3학점)를 통해 여성 지도자의 자질 함양이 전달되고 있다. 인성교육 측면에서 잘 운영돼 왔다고 본다.”

>> 기초교양교육에서 여대만의 색깔을 찾는 건 무리일까.

“우리 사회는 경쟁이 워낙 심하다. ‘개인’, ‘성공’ 이런 게 너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풍토가 있다. 옳은 게 아닌데… 기본 정신은 융합과 통합이다. 교양과 전공을 나누지 않고 과목 간 벽을 허무는 방향으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인성을 강조한다고 ‘윤리 과목’을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각 과목 안에서 인성을 강조하는 거다. 여성문제도 여성학에서 따로 다뤘는데 이제는 과목마다 여성문제를 다룬다. ‘인간과 사회’ 같은 과목에서 인성을 강조할 수 있지만 이런 시대는 지났다. 과목마다 철저하게 인간이 무엇인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이 사회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등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 균형 잡힌 여성이 이화여대의 인재상이다.”

>> 이화여대는 여성 고등교육기관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만큼 ‘안티팬’도 많다.

“공감한다. 요즘에 ‘안티이화’가 좀 많나. 그런데 예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1956년 이화여대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대강당을 지었다. 학생 4천여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강당이었다. 그때 교수님, 이사님들 90%가 반대했단다. 자연대·공대 설립할 때도 사람들이 ‘학교 망한다’고 했다. ‘여자가 무슨 공대냐’, ‘돈만 쏟아붓지 운영을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했다. 지금 어떤가. 그때 안 키웠으면 연구비 수주라든지, 연구 수월성 어떻게 확보했겠나. 그저 조그마한 여자대학으로 남았을 거다. 이화여대가 뭘 하려고 하면 ‘여자들이 하면 망한다’는 논리다. 우리는 아니다. 정의롭고 올바른 일이면 뭐든 할 수 있다.”

>> 대규모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발돋움하려면 남자에게도 기회를 줄 필요는 있지 않나.

“연구의 수월성 측면의 인프라는 나름대로 확보했다고 본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 ‘남녀공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우린 생각이 다르다. 2000년 들어 기본 방향이 바뀌었다. 물론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것도 이화여대의 과제다. 그러나 경쟁,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는 여성적, 어머니적인 리더십으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데 이화여대 구성원들이 기여해야 한다. 남녀평등 어느 정도 됐으니 ‘그만’이 아니다. 정치·사회·문화를 창조해야할 과제가 있다. 이화여대는 진심으로 정의와 사랑으로 다스리는 사회를 목표로 한 지도자를 배출하려고 한다.”

>>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여성교육시스템은?

“21세기에는 이공계를 키워야 한다. 노벨상 후보자를 이공계열에서 배출하려는 정책을 세우고 있다. 이공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서울 마곡지구에 새 병원이 들어설 부지가 있어서 검토 중이다. 최첨단 의료연구소와 병원을 지으려고 한다. 일단 숨통이 트인다. 여성이 굉장한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사진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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