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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보다 비전 제시하는 총장이 필요하다”
“점수보다 비전 제시하는 총장이 필요하다”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2.02.2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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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학총장의 리더십에 바란다

 “점수, 점수, 점수… 가끔씩 학생들이 점수나 돈으로 보인다.”(지역사립 ㄱ대 ㅇ교수)

<교수신문>이 새 학기를 맞아 마련한 ‘2012년 대학총장의 리더십에 바란다’라는 주제의 의견조사에서 권일 충주대 교수협의회장(도시공학과)은 “학생들에게는 점수 따는 기계를 만들면 안 된다면서 대학은 대학평가 지표에 휘둘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회장은 또 “최근 교과부가 재정지원을 빌미로 대학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교과부가 평가지표만을 관리하게 만들었다”며 “대다수 대학의 총장들이 지표 맞추기에 급급하다보니 대학의 교육과 연구환경이 황폐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까’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가 조장하는 지표경쟁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총장들의 ‘용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역사립대의 한 교수는 대학총장들의 리더십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국립대 구조조정 사례만 봐도, 총장직선제 안 하면 재정지원 끊겠다는 말에 총장들이 몽땅 따라갔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겠나. 교과부 정책에 대해 지역대가 체감하는 압력은 더 심하다. 올 연말, 차기 정부가 구성되면 그때는 대학교육정책에 근본적인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 교과부가 내놓은 ‘총장직선제 폐지안’을 받아들인 국립대 총장들의 행보는 교수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권일 회장은 “총장선출제도는 대체 대학의 교육역량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폐지안을 수용한 국립대 총장들의 선택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울산대·경제학)도 총장 리더십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했다. “대학 입장에서는 당장에 ‘발등에 떨어진 불’이랄 수 있는 대학 구조조정에 정책적 사활을 걸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더구나 대학교육의 개편방향이 실용적이고 말초적인 것들로 이뤄지고 있다. 대학교육의 초점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간형에 맞춰진다면 대학이 스스로 취업기관이라고 자임하는 셈이다.”

총장 리더십, ‘돈 따오는’ 데서 벗어나야

대학운영을 책임져야 할 신임총장들에게는 올 한해 ‘재정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교수들은 그러나 최근 대학총장들이 대학평가 지표에 모든 행·재정적 공력을 투입해 온 데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사립대의 한 교수는 “모든 대학이 ‘돈’ 따오는 데 집중하다보니 어떤 정책을 맡으면, 실질적 효과가 있는지 회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총장의 리더십은 돈 따오는 것, 취업 잘 시키는 것으로 고착화됐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수는 “교과부의 행·재정지원을 연계한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총장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평가지표를 관리하는 일 외에는) 딱히 없는 것 같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임총장은 대학 재정확충에 해결사가 돼야 한다는 백기복 국민대 교수협의회장(경영학부)도 “논문 편수를 늘려서 대학평가 순위가 몇 위 올라갔다는 것에 좋아하는 총장은 더 이상 신뢰를 얻기 힘들다. 구성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소통이 필요한 때는 주저없이 나서고 위기 때는 비전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며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총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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